[KT화재] 통신대란, 서대문·마포구청 등 지자체 초동대응 '실종'...재난 컨트롤타워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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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화재] 통신대란, 서대문·마포구청 등 지자체 초동대응 '실종'...재난 컨트롤타워 '부재'
  • 정동진 기자
  • 승인 2018.11.2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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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중심 재난대응시스템, 지방자치단체와 공조를 통한 전방위 체제로 강화해야

KT 아현지사 화재로 119 신고를 제 때 하지 못해 70대 노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통신이 공공 서비스의 영역이며, 구민의 생명 재산과 직결된 서비스에 차질을 빚은 상황에서 중앙정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동통신사보다 최전선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부터 초동 대응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27일 지방자치단체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KT 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후 서울시의 각 구청은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 현황 파악은 물론 사후 조치에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마포구, 중구, 은평구, 용산구 등 대부분 구청은 이번 통신대란에서 구민들에 대한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시민들의 시각이다.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케이블 복구 작업 중인 모습.

서대문구의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김 모양은 "도서관이나 기숙사 같은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다"며 "대부분 학생이 모바일 학생증을 쓰는데 KT 화재로 학내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 상황에서 어디서도 제대로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장애인 한 모씨는 "통신이 끊기니까 외부와의 연락 수단이 없다는 게 절망스럽게 무서웠다"면서 "공공기관에서 재난 시 취약계층에 더 무관심한 것 같아 죽음까지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은평구의 이 모씨는 "진짜 어이없는게 화재는 오전에 났는데 인터넷이랑 재난문자 계속 못받아서 무슨 상황인지 모르다가 2~3시 되어서야 겨우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누나한테 들었다"며 "뒤늦게 재난문자 계속 보내는게 의미 있는가...진짜 그 시간 동안 스마트폰 고장난 줄 걱정만 했는데..."라고 공공기관을 성토했다. 

구청 직원들이 행정 전산망 점검에만 집중한 결과 온라인 행정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구민들의 피해에는 안일한 대처가 있었던 아닌가 재난 대처 시스템 부재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구청 홈페이지와 무인민원발급기, 도서정보 시스템 복구에도 여력이 없어 의료, 교육 등 공공시설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구민 실생활에 대한 공공 서비스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 중앙정부 중심의 재난시스템이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선조치할 수 있는 공조체제로의 근본적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대문구청, 재난 발생 지역임에도 피해 현황 파악 및 조치 상황 '답변 조차 못해" 

KT 아현지사의 화재 당시 모습.

특히 서대문구청은 사고가 발생한 지역임에도 지역 내 주요 시설 등에 피해 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나흘이 지난 28일까지도 서문구 내 공공시설 등에 대한 피해 상황이나 조치 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못했다. 서대문구청은 구민들의 안전과 재산 피해 상황에 '나몰라라'했다는 얘기다. 

마포구는 화재 발생 3일이 지난 27일 현재 방범 CCTV 90개소(254대) 중 4개소(13대)가 복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평소 재난은 겪은 뒤에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온 바 있다. 

이같은 구청들의 재난 대처 상황은 중구, 은평구 등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번 화재는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속출해 통신장애가 이제는 지역민들의 생계나 재산상 손실로 이어지고 있어 지자체가 재난 시스템에서 중요한 위치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초연결시대에서 통신장애는 도시가 마비되는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했다"면서 "통신 재난 시 해당 지역의 구청이 선제적으로 소상공인 등에 대한 2차 영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초동 대응 시스템을 구축 가동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또한 보안업계 전문가는 "과거 1·25 인터넷 대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통신 대란은 국지적으로도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유기적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구청에서 주도적으로 재난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전문가도 "지금까지 지자체가 보여주기식 각종 훈련과 교육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KT 화재를 계기로 사전에 관련 예산과 조직을 확보해 통신재난과 관련된 대응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재난의 컨트롤타워를 독점했다면 이번 KT 통신구 화재 사태를 계기로 이제는 해당 지역에 대한 재난 대응은 지자체가 핵심 역할을 해야 시기로의 대전환을 과제로 남기고 있다. 

 

정동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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