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 사명, '푸본현대생명'으로 변경,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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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이프 사명, '푸본현대생명'으로 변경, 이유는?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8.08.23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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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자리 대만 푸본생명에 넘겨...이재원 대표는 유임
현대라이프 본사, 사진=녹색경제신문DB

경영 악화로 위기에 빠졌던 현대라이프생명이 '푸본현대생명'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푸본현대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최대주주 자리가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간판이 바뀌게 된 것으로, 이로써 현대라이프는 ‘국내 최초 대만계 생명보험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다만 경영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현대라이프의 현 CEO 이재원 대표는 사명 변경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한다. 이 대표의 선임은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12월부터 현대라이프에 재직해 온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미국 국적의 이 대표는 1972년생으로 KB생명 전략총괄 부사장, 삼성화재 해외사업부 담당, ING생명 마케팅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등기임원 11명 중 현대라이프생명 측 인사는 6명이다. 지분 변동에 따라 앞으로는 푸본생명측 임원이 늘어나게 된다. 이재원 대표를 제외한 임원들이 원 소속이던 현대카드·캐피탈로 복귀한다는 후문이다.

현대라이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의 사명 및 대주주 변경 승인안은 오는 29일 금융위원회를 거쳐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이번 사명변경은 지난 2012년 현대차그룹의 구 녹십자생명 인수 후 현대라이프생명으로 출범한지 6년 만의 일이다.

당초 현대라이프는 만성적인 적자와 더불어 IFRS17에 대비한 자본확충을 염두에 두고 설계사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등 악재에 빠져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라이프는 자본확충 수단으로 최대주주로부터 올해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기존 최대주주였던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자본확충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당초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현대모비스는 본업인 자동차부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불참 방침을 정했다. 

이에 2대주주였던 푸본생명은 지난 4월 이사회를 통해 현대라이프가 추진 중인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총 2396억7000만원을 투자해 실권주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푸본생명은 현대라이프의 62.45%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16.9%로 줄어들게 된다. 기존 지분구조는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30.28%, 현대커머셜이 20.37%로 총 50.65% 차지하고 있으며, 푸본생명은 48.62%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최대주주와 사명은 변경됐지만,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은 정태영 부회장이 계속 맡을 예정이어서 당분간 경영권을 그대로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푸본생명은 자산 250조원 규모의 푸본금융그룹 핵심 계열사로 총자산 123조원, 2017년 당기순이익 1조1651억원을 기록한 대만의 대표적인 생명보험사다. 2015년 현대라이프에 첫 유상증자 참여시점부터 자산운용과 리스크 관리, 상품개발 담당 임직원을 파견해 현대라이프와 상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현대라이프의 RBC비율은 올해 말 210%대로 상승할 전망이다. 가장 최근 집계치인 올해 3월 말 RBC비율은 157.8% 이다.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194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 실적악화와 구조조정으로 험난한 한해를 보냈던 현대라이프가 올들어 1분기 당기순이익 15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텔레마케팅(TM) 중심으로 채널 전략을 개편하고 보장성보험과 퇴직연금 상품 판매에 집중하며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한 게 주효했다.

현대라이프는 지난 2012년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특히 2014년에는 연간 적자규모가 871억원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후 2015년 485억원, 2016년 198억원, 지난해 612억원의 연간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이재원 대표는 2014년 10월부터 현대카드와 캐피탈, 커머셜 전략기획본부장 등 정 부회장 지근거리에서 주요 보직을 담당했다. 이 대표는 취임 당시 만년적자에 시달리는 현대라이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표 취임 이후 현대라이프의 실적 및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앞서 현대라이프생명은 경영악화로 지난해 9월부터 희망퇴직, 지점축소, GA(법인대리점) 채널 판매 제휴 중단 등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폐쇄된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 모집수수료 삭감, 지점폐쇄에 대한 재택근무 등 새로운 영업지침이 하달됐다. 

해촉된 설계사들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서울 여의도 현대라이프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잔여수당 지급, 수수료 삭감정책 철회, 해촉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보험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위촉계약서 미교부, 위촉계약서상 계약사항의 미이행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의 경영을 맡고 있다. 아울러 현대라이프의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며, 현대라이프와 HMC투자증권 등을 인수할 때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올들어 현대라이프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대주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으나 영업점 폐지로 해촉된 자사 보험설계사에 대한 자구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어 비판이 일어 왔다.

사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현대카드와 현대라이프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정 부회장에 대한 위기설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현대라이프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는데, 대주주였던 현대모비스가 불참하면서 현대차그룹과의 불화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현대라이프생명 출범을 주도했던 정 부회장이 대주주가 바뀐 후에도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할 예정이라, 해촉된 설계사들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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