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SK플래닛 품 떠나는 11번가...'합병 실패' 딛고 업계 2위 탈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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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SK플래닛 품 떠나는 11번가...'합병 실패' 딛고 업계 2위 탈출할까
  • 이효정 기자
  • 승인 2018.08.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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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 조건으로 5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1위 이베이코리아 넘을지 업계 관심

11번가가 SK플래닛과 합병한지 3년만에 다시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두 기업 간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꾀하려던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셈이 됐다. 

오는 9월부터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될 11번가의 실적 개선 여부가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SK플래닛을 떠나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11번가에게 있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분사 이후 50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도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간 11번가가 장기간 적자를 냈던 만큼 흑자전환이 가능할지, 더 나아가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를 넘어 '만년 업계 2위'를 탈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 11번가가 SK플래닛에서 분리되는 '분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6월 SK플래닛 이사회가 11번가의 인적분할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11번가의 독립 신설 법인은 오는 9월 1일 출범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SK플래닛이 11번가와 합병한지 3년만에 다시 인적분할 하는 주원인은 '저조한 실적에 대한 부담'이다. 11번가는 지난 2008년 론칭 이후 10년간 적자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합병된 3년 동안 11번가의 적자가 SK플래닛의 실적에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례로 합병 전인 2015년 SK플래닛은 영업적자 58억원에 그쳤으나, 합병 후인 2016년 영업적자가 365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일각에서는 SK플래닛과의 합병으로 인해 11번가가 가졌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보는 의견도 제시됐다. 결과적으로 두 기업의 합병이 서로에게 시너지효과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마이너스였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간 합병으로 인해 SK플래닛의 실적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고, 11번가도 합병 전 가졌던 오픈마켓에서의 경쟁력이 합병 이후 약화된 것으로 판단돼 사실상 합병은 실패한 것"이라며 "이번 분사는 11번가를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1번가의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끊임없이 '매각설'이 나돌았다. 지난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 메이저 유통기업이 이커머스 시장 확대를 목표로 11번가 인수를 노리기도 했으나 백지화됐다. 

결국 SK플래닛은 11번가를 '인적 분할을 통한 분사 후 외부 투자 유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완전 결별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분사 결정 이후 11번가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신설법인의 지분율은 SK텔레콤과 우리사주 81.8%, H&Q코리아 18.2%다. 이를 역으로 추산해보면 11번가 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원이다.

일각에서는 업계 내 2위를 지키고 있는 11번가의 가치가 저평가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앞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쿠팡은 당시 5조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11번가에게 책정된 기업가치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몇년전에 비해 e커머스에 대한 미래전망이 부정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e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유일한 흑자상태다.

한편 5000억원 규모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11번가는 모바일 플랫폼을 더욱 강화해 거래액 1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SK플래닛에서 떨어져 나온 만큼 신속한 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시장이 날로 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 지는만큼 업계 2위인 11번가의 새로운 도약이 긍정적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10년간 이어왔던 적자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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