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지만"...은행권, 정부의 채용규준에 폭발 직전
상태바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지만"...은행권, 정부의 채용규준에 폭발 직전
  • 이단비 기자
  • 승인 2018.02.20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권 채용비리로 금융당국이 채용까지 개입, 지나친 간섭에 은행권 불만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은행연합회와 금융당국이 ‘채용 모범 규준’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지나친 간섭이라는 불만이 공공연히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채용간섭'에 겉으로는 불만을 자제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과거 '관치금융'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며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20일 녹색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채용비리는 분명 잘못된 것이 맞고,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지만 민간기업인 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채용규정까지 손대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은행마다 고유의 인재상이 있기 마련인데 위에서 채용규정이 내려온다면 자율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효성 없는 규준으로 은행을 옥죄는 것은 소모적인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무실한 ‘가이드 라인’으로 은행에 압박을 심화시키기보다 은행 내부의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채용의 경우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채용 등 이미 내부 관리·감독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은행마다 채용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규준을 일원화하기도 어렵다. 

취업준비생 A씨는 “모범 채용 규준이라고는 사실상 뻔한 얘기 인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규준이 괜히 은행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에게 불똥이 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은행연합회는 채용 모범 규준을 만든다고 해도 은행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은행권 공동으로 TF를 구성해 채용 모범 규준을 같이 만들어 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또 “TF가 만들어지면 자율성을 고려하는 여지도 있어야 한다”며 “고용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유연성, 다양성, 자율성을 감안해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업계에서는 채용 모범 규준이 A부터 Z까지 세세한 사항으로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 모범 규준은 절차상의 가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마다 별도로 채용에 필요한 과정이나 시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아우르는 큰 틀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와 검사 결과를 반영한 금융권 자율의 모범규준(Bset Practice)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채용문화 개선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서류 심사 및 면접 결과 조작, 채용 관련 청탁 또는 부당 지시, 채용 전형의 불공정 운영과 관련해 채용비리 제보를 접수하는 ‘금융사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은행들의 채용비리 근절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단비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