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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전략'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방형국 칼럼] 한·미 FTA는 재앙이라는 트럼프 발언은 궤변...'트럼프 슬럼프'는 팩트
방형국 녹색경제신문 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듯 싶다. 트럼프는 엊그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난데없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재앙’이라 했다.

“한·미 FTA가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하기 위한 협정이었지만 거꾸로 일자리 20만개를 잃었다”며 “한·미 FTA는 재앙”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세이프가드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한·미 FTA를 ‘재앙’이라며 비난하는 것은 정말이지 세계 최강국 지도자로서 품격도 없거니와 난데없고, 느닷없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오죽하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마저 "미국이 한미동맹에 의심을 던지게 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겠는가.

그는 최근 워싱턴에서 '평창올림픽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며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할 것”이라 지적했다. 한·미 FTA에 대한 공격은 곧 미국이 동맹에 헌신적이라는 한국의 믿음 자체를 공격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린 부소장의 말마따나 한국과 미국은 굳건한 군사 동맹국이다. 여기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문제다. 적성국가가 아닌 동맹국가에 ‘미치광이 전략’을 쓰는 것은 그가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극단적으로 비이성적이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감을 유발하고, 이를 무기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술책이다. 1969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북베트남과의 평화회담을 위해 핵전쟁 경계령을 내린 데서 유래한 용어다. 대통령이 비이성적이고 ‘미친 X’여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관측과 공포심을 의도적으로 퍼트려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려는 전술이다.

그런 닉슨도 적성국가에만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과 수교 등 동·서 진영간 긴장 완화(데탕트)를 추진하면서 전략을 바꿨다.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를 가려서 사용해야 한다. 동맹국가에는 함부로 들이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국의 NBC 방송이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간) 흥미로운 보도를 내보냈다. 키워드는 ‘트럼프 슬럼프’(Trump Slump)다. 트럼프의 ‘럼프’와 슬럼프의 ‘럼프’ 자구가 리드미컬하다.

NBC는 미국 여행관광청(NTTO) 자료를 인용, 외국인의 미국 여행이 4% 감소했고, 관광객이 지출하는 여행 경비도 3.3%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인기 관광지 순위에서 2위 자리를 스페인에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6억 달러(4조9128억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고, 고용 측면에서는 4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셈이라고 NBC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여행객 감소현상을 '트럼프 슬럼프(Trump Slump)'로 규정했다.

여기에서 전문가들이 진단한 ‘트럼프 슬럼프’가 야기한 ▲외국인 여행객 감소 4%와 ▲여행 경비 3.3% 감소 ▲일자리 4만개 감소 ▲46억 달러 손실은 팩트다. 트럼프가 싫고, 혐오스럽고, 짜증나서 미국에 가기 싫다는 게 팩트다. 이쯤되면 ‘트럼프 스트레스’(Trump Stress)라 해도 무방하겠다.

반면 ‘트럼프 슬럼프’를 초래한 당사자인 트럼프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에 서명하면서 ‘느닷없이’ 내뱉은 “한·미 FTA가 20만개 일자리를 날려버렸다”는 말은 한낱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지금 트럼프의 집권이 겨우 1년에 지나지 않음에도 차기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트럼프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35%에 그친 반면 조 바이든 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훨씬 높다. 바이든 부통령이 아니라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도 48%로 이 경우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 34%를 훨씬 웃돈다.

그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 대통령의 업무를 보고 있지만, 많은 사람은 그를 대통령으로 생각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더 두렵다. 이런 경우 대게 중증의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

그의 ‘나는 미치광이가 되어야 한다’는 보상심리에 의한 ‘미치광이 편집증’이 심화할지 걱정된다. 우리는 또 다른 미치광이 김정은을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고, 중국와 일본을 동쪽과 서쪽에 두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는 다음달 9일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동맹국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동맹국 한국에 미치광이 전략을 쓰는 것은 야비하다 못해 비굴한 처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이 건군절을 2월8일로 앞당겨 대대적인 열병식을 준비한다고 알려져 심란한 요즈음이다. 

동맹국 미국의 지도자로서 미치광이 전략을 동맹국에 써서도 안되지만, 동맹국 한국에서 국제적인 빅 이벤트가 열리는 시점에 이래서는 더더욱 안된다.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한데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라는 어느 시인의 탄식은 허사(虛辭)가 아니었나 싶다. 인걸도 태평연월도 오간데 없으니 말이다. 

방형국 대표  bah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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