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정책 점검①] 에너지 전환정책, 왜 시끄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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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정책 점검①] 에너지 전환정책, 왜 시끄럽나
  • 한익재 기자
  • 승인 2017.11.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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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최근 개최된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정책 세미나.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 중 하나인 ‘에너지전환’이 화두다.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을 확 바꾸겠다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물꼬가 트인 것은 원전 축소를 골자로 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다. 지난 10월말 발표된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이 로드맵은 원전의 단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뼈대다. 이 가운데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의 7%에서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초읽기에 들어간 이 계획은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담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방향이 잡혔고 마지막 점검이 한창이다. 8차 전력수급계획과 정부계획의 보정, 조율 작업을 마친 뒤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근 에너지관련 단체는 물론 각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에너지전환이란 석유, 석탄, 원자력과 같은 부산물이 생기는 에너지 자원 대신 자연적인 원료와 부산물이 생기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로 세대 변환을 시키자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근간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에 있었다. 연료다변화 정책도 안정적인 예너지 수급에 방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그런 점에서 확바꾼다는 표현이 맞다. 정책 모토도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로 기존과 차별된다, 연료다변화의 한 축으로도 간주되지 않았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기술이 발전했고 사회적으로도 환경과 안전의 가치를 높였다고 본 것이다.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이들 둘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까지 줄여 보겠다는 뜻이다.

현재 쟁점은 탈원전이다. 우리나라 전기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높다. 게다가 원전은 적은 탄소배출에다 경제성까지 있다. 이런데도 탈원전을 추진한다는 것은 원전 관련 정책수립,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주민과의 갈등, 원전에 대한 우려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새정부 출범부터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거세게 밀어 붙이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면에는 이해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원전과 석탄 화력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해 온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으로 생산된 저가의 전기가 우리나라 제조업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이다. 낮은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한 산업 경쟁력 확보 덕분에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은 사실이다.

 

신정부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측은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체 발전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기저발전의 급격한 축소로 인한 전력 수급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발전의 불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난 7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정책 로드맵' 토론회에서 잘 보여줬다. 행사에 참석한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은 신재생 에너지 확산을 위해 탈원전을 급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력 생산의 경제성과 공급의 안정성을 이유로 꼽았다.

또 원전과 석탄발전 축소로 빚어질 전력공급 문제와 전력요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탈원전 정책으로 밀고 나갈 경우 에너지 믹스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원자력산업의 국내외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은 "미국과 영국 정부는 원자력이 가스나 재생에너지에 비해 비싼 전원이라고 평가했지만 미국은 원전 유지, 영국은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너지 믹스 정책은 나라별로 여건과 형편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발전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지 못하거나,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탈원전 정책을 해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독일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 산업 확대에 들어갈 재원을 원자력 발전을 통해 확보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기본 목적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다. 이를 위한 원칙은 하나의 에너지원에 집중하지 않는 다변화에 있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은 나쁜 것이고 재생에너지는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비교하는 건 에너지정책이 아니라 이념 구현"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물론 긍정적인 시각도 많다. 글로벌 트렌드와 비교할 때 늦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 합의를 거쳐 원전 및 석탄을 점차 줄여 나가는 한편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그리드패리티'가 나올 정도로 신재생에너지가 정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은 OECD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은 만큼 미래 기술 확보 차원에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점을 꼽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2.2%에 불과하다. 신에너지와 폐기물을 합쳐도 6.6%로 낮다. OECD 국가 46개국 가운데 45위이다. 사실상 꼴지이다.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료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원전 발전 비중은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크게 낮다”고 소개할 정도였다.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갈수록 확대하는 추세이다. 현재 세계 재생에너지 비중은 25%이다. 여기에 세계 재생에너지 비중이 매년 1년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고 해도 세계 수준에도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경제적 측면에서 옹호하는 사람도 많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2030년이면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에서 2400만 개의 일자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에너지 문제가 단순한 수급 차원을 넘어 경제 성장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에너지 소비 구조는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이 에너지 소비에서 환경과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관련 논의는 전체를 보는 혜안이 중요하다. 정부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종합해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찾아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

한익재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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