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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 가상화폐, ICO 금지로 충돌하는 정부와 시장-정부 "소비자 피해와 시장과열 우려" vs 시장 "규제 찬성하나 무조건적 금지는 우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가상화폐를 두고 정부와 시장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지난 9월 29일 모든 형태의 ICO 금지 조치를 결정하자, 가상화폐 거래소 등으로 구성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는 긴급 간담회를 열고 우려와 유감을 표시했다.

ICO는 기업의 기업공개(IPO)와 비슷한 개념으로, 가상화폐의 원천기술인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금을 모집하는 방법이다. 전체 가상화폐 발행량의 일부를 후원자들에게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판매하고, 정해진 시점에 토큰(코인)을 지급한다. 스타트업들은 ICO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코인 개발 및 유통을 할 수 있게 된다. 성공적으로 거래소에 상장한 코인은 그 가치가 크게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규제 없는 투기시장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는 ICO 금지를 발표하며 "기술이나 용어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ICO를 미끼로 내세운 유사수신행위, 투기수요가 몰리며 나타나는 시장과열과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서다. 

실제로 최근 3년 간 가상화폐를 빙자한 유사수신 혐의로 금감원이 수사의뢰한 건수는 5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알려지지 않는 유사수신, 다단계 등의 피해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BIPA는 정부의 ICO 금지 조치 발표 후 즉각 반발했다. KBIPA는 "ICO를 빙자한 유사수신, 다단계 등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강력 규제에 대해선 찬성하나, 가상통화 취급업자를 선별하지 않고 일반화해 준범죄자로 취급하는 정부의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무조건적인 ICO 금지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합동TF 조치 결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내 4차 산업혁명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 생각해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ICO를 내세운 범죄행위와 미래 기술 및 가치 가능성을 구분하지 않고, 전면 금지에 나선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정부의 ICO 금지 조치에도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가상화폐 가격

지난 23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으로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한때 700만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정부의 규제가 사실상 가상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모습이다. 

우리 정부에 앞서 중국 정부도 ICO 금지 조치를 발표했었다.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20% 이상 폭락했으나 보름도 채 되지 않아 원래 가격을 회복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낙관론자들은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2014년 일본에 위치한 세계최대 1세대 거래소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 등을 겪으며 크게 폭락했으나 결국 제자리를 찾았다. 또 비트코인 채굴자와 투자자간의 갈등으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로 분할되는 1차 하드포크 직전 위기감이 고조되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분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 9월 5일 중국의 ICO 금지 발표로 큰 폭으로 하락한 비트코인 가격 <사진제공=빗썸 거래소 캡처>
지난 10월 10일 560만원 까지 상승한 비트코인 시세 <사진제공=빗썸 거래소 캡처>

결과적으로 가상화폐는 단기적으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을 비롯한 산업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가상화폐의 앞날이 밝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표 SI(시스템 통합) 업체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술의 특성상 투명성이 보장되고 해킹이 어렵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삼성SDS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블록체인 기술 <사진제공=삼성SDS 블로그>

특히 금융권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시중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본인인증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해당 서비스가 상용화 되면 공인인증서, 보안프로그램 등의 복잡한 절차가 생략된 간편한 인증 서비스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표 포털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인증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보험청약, 대출 계약 등 전자서명이 필요한 문서를 카카오톡으로 확인하고 인증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 9월 기준 가입자 15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신한생명, 한화손해보험, 대신증권 등 국내 대형 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가상화폐 ICO에 대한 기대와 우려...대책 마련 시급해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 정치권, 시장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규제의 범위와 강도에 대해서는 아직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난 20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화폐와 관련해 "피해, 규제에 대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피해 대책이 시급하지만 규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김 부총리는 "새로운 분야로 확장성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고, 블록체인이나 ICO 까지 나오고 있다"며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화폐를 통한 해외자금 유출을 막을 수 없고 범죄로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지적하며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을 명확하게 해 과세 여부, 육성 강화, 부작용 규제까지 정책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 차원에서 범정부 대책을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기재부가 관련 정책을 우선 순위로 놓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정아 빗썸 부사장은 "빗썸만 해도 올초부터 신규 채용이 300명이 넘고, 한 달 평균 20조 원이 거래된다"고 설명하며 "이용자 본인 신원을 알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가상화폐의 법적 근거가 없어 애로사항이 많다"며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범죄 단속과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과 캐나다는 가상통화 취급업자를 법률상 '화폐서비스업자'로 분류했고, 프랑스는 '결제서비스 사업자'로 분류했다. 영국, 스웨덴,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의 화폐적 성격을 인정한다. 일본은 지난 4월 가상화폐를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를 '화폐'인지 '금융자산'인지부터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격이 규정돼야 관련 입법 또는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지목된다. 가상화폐의 시장 지위가 규정될 때까지 앞으로도 논란 및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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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카페 2017-11-01 18: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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