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품은 SK하이닉스, 삼성과 메모리 반도체 양강구도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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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품은 SK하이닉스, 삼성과 메모리 반도체 양강구도로 재편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9.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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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이어 낸드 점유율 2위로 점프...中으로 기술유출 막고 애플·델 등 고객사와 협력 강화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으로 도시바 메모리 매각 방향이 결정됐다. 이에 삼성전자가 석권하고 있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양강구도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총액은 약 2조4000억엔(약24조원)으로 알려졌으며, SK하이닉스는 약 3~5조엔 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지분을 갖지 않는 융자 방식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향후 취득할 수 있는 도시바 메모리 의결권 비율도 15%로 제한된다. 

지분구조는 한미일연합의 베인캐피탈이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로 일본측이 50.1%를 갖게 됐다. 

SK하이닉스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지분 취득도 당장 되지 않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대형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 배경으로는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을 가진 도시바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애플, 델 등을 통한 고객 확보, 막대한 투자로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고 있는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우려 불식 등이 지목된다. 

또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WD, 훙하이 등에 도시바가 넘어갈 경우 더욱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해 일본 출장에 나선 최태원 SK 회장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점유율 상승 효과 

지난 1분기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1위를 유지했다. 

D램 분야 점유율 43.5%, 낸드플래시 36.7%로 2위와의 격차가 크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2위 업체인 도시바(17.2%)의 두 배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점유율 27.9%, 낸드플래시 11.4%로 각각 2위, 4위에 위치했다. 

도시바의 인수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28.6%가 된다. 단번에 36.7%의 삼성전자와 10% 이내의 차이로 좁혀진다. 특히 점유율 15.5%를 차지하는 WD가 도시바를 인수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효과는 더욱 크다. 2위 사업자로 도약할 뿐더러 3위 사업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1위 사업자를 맹추격하는 구도를 그려볼 수 있다. 

2017년 1분기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사진제공=IHS마켓>

낸드플래시는 휴대폰 메모리, SSD 등에 사용되는 비휘발성 저장장치다. 최근 휴대전화의 고용량화, 서버 수요 증가 등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D램의 경우는 전원이 차단되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없는 휘발성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가격이 상승하는 초호황기인 수퍼 사이클을 맞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힘입어 지난 2분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사상 최고를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3조507억원으로 3조원의 벽을 깼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황기에 공격적인 투자는 타이밍이 적절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 델 등 글로벌 시장 고객 확보

한미일연합에 애플이 가세한 것도 SK하이닉스로써는 호재다. 애플은 도시바 메모리의 최대 고객 중 하나여서 도시바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플은 도시바 인수에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80억달러까지 투자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요미우리 등 현지 매체 및 외신들은 애플의 가세가 효율적인 반도체 수급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유통망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업체로부터 부품을 일괄 공급받지 않는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사용되는 플래시메모리 중 30%는 도시바, 나머지는 WD, SK하이닉스 등의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WD가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플래시메모리 공급 협상에서 WD가 현재보다 나은 협상지위를 갖게 되는 것을 애플이 부담스러워 했다는 설명이다. 또 애플은 스마트폰에서 경쟁중인 삼성전자를 의식해 도시바로부터 꾸준히 반도체를 공급받길 원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PC 및 노트북 제조업체 델도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글로벌 IT 고객 확보에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차단과 도시바와 연구개발 협력 지속

일본 당국 및 도시바 측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 중 하나는 중국계 업체로의 기술 유출 우려다. 이에 1차 입찰에서 가장 높은 액수를 제시한 대만의 훙하이그룹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지분 취득을 않고 융자 형식으로 참여한 것도 해외 업체로의 기술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막대한 투자를 진행중이다. 기술격차가 적어도 3~5년 이상 나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중국 업체들이 차이나머니를 무기로 해외 업체들의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인재영입에 주력하는 모습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SK하이닉스의 투자가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고, 반도체 기술력 우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원천기술 보유업체다. 도시바는 1987년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개발했고, '낸드플래시'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또 2D 낸드의 뒤를 잇는 적층 구조의 3D V-낸드플래시를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도시바는 삼성전자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부터 도시바와 차세대 메모리 기술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낸드플래시 관련 상호특허 라이센스 계약도 맺고 있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본 당국이 기술유출을 극도로 우려해,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핵심 기술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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