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황산 계약' 끊고 사실상 75년 동업 '별거 상태'...경영 3세 '최윤범·장형진'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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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황산 계약' 끊고 사실상 75년 동업 '별거 상태'...경영 3세 '최윤범·장형진' 갈등 폭발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4.16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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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6월말부터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 끊기로
- 장씨·최씨 가문, 1949년 영풍기업사 창업 후 공동경영 75년
- 경영 3세 이후 양측 3월 주총서 갈등 표출...잇단 공동사업 정리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75년 동안의 동업 '공동경영'이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양측은 '별거 상태'에서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은 15일 "독성이 강한 유해화학물질의 외부반입으로 사회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오는 6월 30일로 만료되는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영풍은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석포제련소를 가동 중인데 아연 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황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탱크에 보관한 후 수출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20기의 황산탱크를 운영 중이고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받는 40만톤(t) 등 연간 160만t의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영풍은 향후 황산 물량에 대해 육로를 통해 석포제련소와 가까운 동해항으로 옮겨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려아연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영풍 측이 자체적인 황산 관리시설은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9일 영풍에 원료 공동구매와 공동영업 종료를 통보했다. 고려아연은 "원료의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비싼 가격으로 원료를 공동 구매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각종 부대비용 증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에도 수입산은 급증하는 등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제품에 따른 차별화된 영업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측은 서린상사 이사회를 두고 법적 분쟁 중에 있다. 서린상사는 양사의 제품 판매를 맡아 두 기업의 우호를 상징하던 회사다. 

최대주주인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 개편을 추진하며 법적 분쟁으로 확산됐다. 현재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4인과 영풍 측 3인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아연은 사내이사 4명 추가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고려아연 대 영풍의 이사진 구성이 8대 3이 된다.

현재 장세환·류해평 서린상사 대표는 영풍 측 인사다. 영풍 측이 경영을 주도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 장악을 시도한 셈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이런 내용의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서린상사 이사회를 열려고 했지만, 영풍 측 이사들이 불참해 열리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청구를 신청했다. 오는 17일 법원은 해당 사안을 심리할 예정이다. 

한편, 고려아연과 영풍은 최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75년 동업 공동경영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故) 장병희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 두 가문은 1949년 영풍기업사를 함께 창업하며 공동경영을 시작했다. 1974년 고려아연이 창립된 뒤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경영을 맡고,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경영 3세에 이르며 공동경영 체제에 갈등이 표출됐다. 최윤범 회장이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에 오른 뒤 기존 금속 제련 중심에서 2차전지 소재, 그린 수소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영풍과 균열이 생겼다. 

장형진 영풍 고문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두고 충돌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주총 이후 고려아연은 사옥 분리와 기업 이미지(CI) 독립에 이어 양사를 잇고 있던 사업적 연결고리 끊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양측은 고려아연 지분 싸움을 계속할 전망이다. 현재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은 32% 내외로 비슷한 수준이다. 공동경영을 끝내고 '별거 상태'인 가운데 지분 경쟁 중이지만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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