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에 기업대출 확대하는 시중은행… 건전성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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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에 기업대출 확대하는 시중은행… 건전성 우려 목소리도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4.04.1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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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기업대출 3개월 새 18조 가까이 늘어
정부 가계대출 규제 중소기업 대출 금리 혜택 영향
건전성 우려 목소리에... 은행권, '관리 가능한 수준'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시중은행이 기업 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중은행의 이러한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규제 등으로 올해 가계대출 성장에 한계가 있다 보니 기업대출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은행의 기업 대출은 연일 상승세다. 중앙일보가 분석한 5대 은행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지난달 기업 대출 잔액은 785조1515억이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70조89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 들어서만 3개월 사이 17조8376억원이 급증했다.

반면 지난달 가계 대출 잔액은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3조5684억으로 전월 대비 2조2238억원 줄었다.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에 첫 감소 기록이다.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린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연초에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금융당국이 경제성장률 범위 내에서 가계부채가 관리될 수 있도록 주문함에 따라 5대 금융지주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에서 2%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가계대출에 대한 정부의 압박으로 은행이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계대출 수요 자체가 줄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량은 하락세였다. 8월 5만5000여 건에서 12월에는 3만8000여 건까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가계 대출을 하려는 고객들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리 혜택도 기업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중소기업 한시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 제공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한국은행에서 연 2%의 낮은 금리로 중소기업대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실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40조672억원에 달한다. 전월 말 대비 5조1655억원이 늘었으며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9조1817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분기 기업여신 증가에는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대출을 적극 활용한 부분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증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은행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금액은 12조5000억원인 가운데 기업여신이 10조원을 차지했다. 부실채권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채권을 의미한다. 부실채권 비율도 전년 말 대비 0.07% 증가한 0.47%였다.

이러한 건전성 우려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을 충분히 고려한 면밀한 심사 과정을 통해 기업대출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취약 차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상생금융지원을 통해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를 지속 중이다”라고 전했다. 은행연합회도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상승하긴 했으나 코로나 이전(0.77%) 대비 크게 낮은 수준으로 분석했다.

정지원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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