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인 확충해도 금융사고 발생하는 시중은행...책무구조도 도입하면 내부통제 고삐 더 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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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인 확충해도 금융사고 발생하는 시중은행...책무구조도 도입하면 내부통제 고삐 더 죌 수 있을까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4.1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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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1년 사이에 준법감시인력 85명 확충
작년 금융사고 건수는 전년과 비슷해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임원에게도 내부통제 책임 생겨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면 유명무실해질 것"
책무구조도의 개념도.[자료=금융위원회]
책무구조도의 개념도.[자료=금융위원회]

 

지난 1년 간 시중은행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준법감시인력을 대거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횡령 등 금융사고 발생 빈도는 전년과 비슷해 감시망이 여전히 헐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7월부터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이 적시된 책무구조도가 금융권에 순차적으로 도입되는 만큼, 이번에야 말로 내부통제의 고삐를 죌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내에서는 책무구조도를 조기도입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며 "아무래도 홍콩 ELS 사태로 인해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한번 불거졌고, 책무구조도 도입이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에 참작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보유한 2023년 말 기준 준법감시인 수는 총 707명으로 전년 622명 대비 85명 늘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감시인력을 늘렸음에도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빈도는 여전했다. 작년 5대 은행에서 벌어진 횡령 등 금융사고 건수는 36건으로 집계돼 전년 40건 대비 4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작년 각각 10건과 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전년보다 4건 늘었다. 반면, 하나은행은 2022년 12건에서 작년 10건으로 오히려 2건 줄었다. 신한은행 또한 같은 기간 12건에서 6건으로 6건 줄었으며, 우리은행 역시 8건에서 4건으로 4건 감소했다.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은행권은 꾸준히 준법감시인을 늘렸다. 금융당국이 2022년에 마련한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에 따라 은행들은 오는 2025년까지 준법감시인을 전체 은행 인력의 0.8% 이상까지 확충해야 한다. 

결국 감시만 할 게 아니라 업무 책임자에게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말단직원부터 고위임원까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내부통제 그물망이 촘촘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고자 오는 7월 3일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다. 책무구조도는 개별 임원들에게 담당 직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지게하는 규율 체계를 뜻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일선 업무 담당자뿐만 아니라 소속 임원과 CEO도 제재를 받게 된다. 

가령, 은행 내의 영업본부에서 금융범죄가 발생할 시, 최고재무책임자(CFO) 또한 내부통제 실패를 이유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은 곧바로 징계 취소 소송을 냈고 법원은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근거가 적시돼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승소 케이스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 

신한은행.
신한은행.

 

은행권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으나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연내 금융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또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책무구조도 작성을 위한 작업을 마쳤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TFT를 구성했다. 

한편, 책무구조도에 명시된 제재와 면책 기준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금융사고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앞서 금융당국도 "원칙은 기준에 대한 디테일을 정해주는 게 아니라 큰 틀을 정해주고 알아서 자기 책임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가 금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려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것이고 오히려 임원들에게 면피용 수단이라는 무기가 생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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