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압도적 74% 찬성 '쟁의권 확보'..."이재용 회장 리더십 시험대...총파업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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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압도적 74% 찬성 '쟁의권 확보'..."이재용 회장 리더십 시험대...총파업 가능성 낮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4.09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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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5개 노조, 조합원 2만 7458명 중 74% 찬성으로 쟁의권 확보
...쟁의 입장 차, 반도체 중심 전삼노 '찬성' vs 스마트폰 중심 DX노조 '반대'
- 만약 파업할 경우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첫 사례...노사 양측 부담
...반도체 특성상 파업하면 손실 '천문학적'...1분기 6조6천억 영업익 등 고려
- 한종희 대표 "가용한 모든 수단 동원해 경영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

삼성전자 노동조합(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해 사상 첫 파업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전자 노조가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이래 내려온 2020년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한 바 있다.

노조 관련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 노조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급협상 갈등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으나 실제 파업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총파업은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은 물론 반도체 불황에서 호황 국면에 접어든 시기에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9일 삼성전자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2만 7458명 중 74%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8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밝혔다. 

투표에 참여한 삼성전자 노조원은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DX(디바이스 경험, 스마트폰)노조, 사무직노조, 구미 네트워크 노조 등 5개 노조에 소속된 2만 853명이며 이 중 2만 33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 인상하는 데 합의했으나 노조가 이에 불복했다. 노조는 임금 6.5% 인상과 특별 성과급 200% 지급을 요구해왔다. 

삼성전자는 5개 노조 중 과반 노조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 대표와 노동자 대표를 별도로 뽑아 노사협의회에서 협상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노조원들 중 74%라는 압도적 지지로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만약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우선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직원들의 DS(디바이스 솔루션) 중심 전삼노와 스마트폰 직원들의 DX노조가 쟁의행위에 대해 상반된 입장이라는 점이다. 쟁의행위에 대해 노조원 수가 가장 많은 전삼노가 찬성한 반면 DX노조는 전체 노조원 6210명의 약 3분의 1(33.6%)만 찬성해 부결됐다. 

다만 전삼노 등 쟁의 찬성 노조는 오는 17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DSR타워에서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평화적인 쟁의 행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삼노 또한 전면 총파업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생산라인이 24시간 가동되어야 하는 특성상 일부 라인만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춰도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의 총파업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삼성전자 실적 회복에 찬 물을 끼얹는 결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아울러 올해 약 35조 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6조5670억원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제55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소통에 임해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할 경우 노동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2월 "삼성 준법감시위 2기에 이어 3기에서 이어나갈 과제가 인권 중심 경영"이라며 "노조, 노사관계 등 여러 부분에서 인권 경영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준법감시위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1938년 창립 이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더 큰 보상으로 노조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는 경영원칙에 따라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다.  

그러나 2018년 삼성전자 사무직 종사자 2명이 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해 인가받으면서 삼성 창립 이래 80년 만에 첫 노조가 탄생했다. 2019년에는 전국 단위 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전삼노가 출범하며 사실상 비노조 경영은 끝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에서 직원들과 인증샷을 찍는 모습

이재용 회장은 2020년 5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면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식화했다.

또한 지난 2월 공식 출범을 선언한 '삼성 초기업 노조'는 삼성전자 DX 노조를 중심으로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4개 노조가 참여하며 '산업별 노조' 성격을 띄우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현재 조합원 수는 1만6000여 명으로 삼성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삼성 초기업 노조 집행부는 계열사의 단체 교섭에 참여할 수 있어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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