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가격 인하 '승부수'에... 가구 업계, "한국 시장에 통할까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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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가격 인하 '승부수'에... 가구 업계, "한국 시장에 통할까 의문"
  • 문슬예 기자
  • 승인 2024.03.25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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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전환' 이케아... 800개 품목 가격 인하 예고로 '승부수'
가구 업계, "이케아 가격 정책... 한국 정서상 안 맞아"
더 나은 '배송'·'조립'·'내구성'에 밀릴 수밖에

이케아코리아가 얼어붙은 성장세에 '가격 인하'라는 승부수를 둔 것에 가구 업계가 회의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의 '가격 정책'은 한국 시장의 소비자가 가구 구매 시 고려하는 요소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가구 업계는 '배송 문화'와 '완성품'에 익숙하고 가구는 '오래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국내 소비자에게 이케아코리아의 가격 정책이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톨가 왼쥐 잉카그룹 COO가 '가격 인하'를 예고한 이케아 고양점의 모습.[사진=문슬예 기자]
톨가 왼쥐 잉카그룹 COO가 '가격 인하'를 예고한 이케아 고양점의 모습.[사진=문슬예 기자]

2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가구 업계가 이케아코리아의 가격 인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케아코리아를 운영하는 모회사 잉카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톨가 왼쥐는 이케아 고양점에서 "이케아코리아는 지난해 말 이미 300여 개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으며, 앞으로 수개월 안에 가격 인하 품목을 80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톨가 왼쥐는 가격 인하 정책의 배경에 대해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이케아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이케아코리아가 악화된 성장세를 돌이키려 '가격 인하' 승부수를 던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의 제12기(2022년 9월 1일~2023년 8월 31일) 매출액은 6007억원으로 전년동기(6223억원) 대비 3.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전년 동기(219억원) 대비 88.1% 줄었다. 게다가 당기순이익이 52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33억원에서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업계는 이케아코리아의 실적 부진에 엔데믹과 경쟁 업체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로 누렸던 가구 업계의 호황이 엔데믹으로 전환하며 실적 부진이 두드러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이케아 '풍'의 가구를 생산하는 업체의 등장으로 이케아가 '북유럽 가구' 특수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25일 <녹색경제신문>에 "이케아가 국내 가구 시장에 등장한 이후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 신생 업체가 다수 생겼고, 기존 업체도 '이케아 트렌드'를 따라가는 등 업계가 전반적으로 이케아의 디자인을 차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북유럽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며 이케아의 입지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소비자들은 직접 조립하고 가구를 옮기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며 "이케아가 추구하는 방향과 한국의 가구 소비문화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이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구 업계 관계자 또한 이케아코리아의 가격 정책이 한국인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이 가구 업계 관계자는 25일 <녹색경제신문>에 "한국은 이전부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특히 1인 가구도 결혼 시기가 늦춰지다 보니 저렴한 가구보다 튼튼한 가구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케아가 '가격 인하 정책'으로 역성장을 극복하기보다는 무료배송 정책의 확대나, 멤버쉽을 통한 혜택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정책을 펼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서 '인테리어 열풍'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이케아코리아가 '역성장'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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