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개선 위해 주력상품 가격 인상 나서
한동안 계속될 건설경기 침체는 '걸림돌'
현대제철이 주력 상품인 봉형강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 수익성 악화에 대처하기 위함인데, 국내와 중국 모두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열연 제품과 후판 가격 인상에 이어 H형강 등 봉형강 가격 인상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봉형강의 경우 건설경기와 수입산 제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건설 경기가 침체돼 있어 가격 인상이 쉬워 보이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봉형강은 현대제철의 주력 상품이다. 현대제철의 봉형강 부문 매출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고, 지난해에도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웠지만 봉형강 매출 비중은 약 30%에 달했다.
봉형강은 주로 건설 과정에 쓰여 건설산업과 밀접하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시기에는 봉형강을 사들이는 업체들의 경영 상황도 대체로 좋지 않아 가격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대제철의 봉형강 가격 인상에 대해서 업체들이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상황도 녹록지는 않다. 지난해 현대제철 매출은 건설시장 악화 영향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한 25조914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 줄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건설경기 침체 뿐만 아니라 값싼 수입산 제품의 영향도 현대제철에겐 악재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의 경우, 인건비나 원자재값 측면에서 국산 제품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싸기 때문에 싸움이 안 된다”면서 "국내 강관사들도 수입산 제품으로 강관을 제조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크게 늘고 있는데, 우리는 적자냐 흑자냐를 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 인상에 걸림돌이 되는 건설경기 침체 및 수입산 제품과의 경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국제 정세와 국내 투자 부진으로 건설경기 침체기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현대제철은 봉형강 가격 인상을 추진함과 동시에, 유럽 해상변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자사 제품 수주를 위해 활동하는 등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