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리더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투자자가 조급하면 ESG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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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리더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투자자가 조급하면 ESG 못한다"
  • 우연주 기자
  • 승인 2024.03.0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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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의 주체는 투자자...CSR과 달라
시작에는 중국 배제하려는 측면도
중소기업 위한 국가 인프라 마련해야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ESG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고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깊어지는 가운데 ESG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이 ESG라는 단어를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을 가리킨 '그린 워싱'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ESG의 오용 케이스도 늘어나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의 대화를 통해 ESG의 본질은 무엇인지, 기업과 주주 및 참여자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사진=녹색경제신문]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박 대표는 ESG라는 개념이 발생한 배경에는 투자자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 ESG의 주체는 투자자다. 이전에는 기업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공익 측면의 활동을 했다면, ESG는 투자자들이 봤을 때 지속적인 발전가능성을 갖고 꾸준히 돈을 벌어다주는 기업에 접근하겠다는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ESG의 주체인 만큼 투자자의 역할도 크다. 그는 탄소배출을 예로 들며 "ESG의 주어가 투자자인데 투자자가 의지가 없다면 당연히 기업도 변화할 동기가 없지 않겠나. 지금부터 투자자들이 모두 대동단결해서 '탄소배출이 지나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기업이 아마 발빠르게 움직일 거다"라고 말했다.

ESG의 어두운 이면도 있다. ESG의 기준이 높은 만큼 자연스레 중국 기업들이 배제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비슷한 곤경에 처하는 것이다. 일개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친환경에너지를 쓰라고 하지만, 국가가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그 예다.

 

◇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약력

[사진=녹색경제신문]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 리더스인덱스 대표이사
- 여성가족부 적극행정위원회 위원
- 제9기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CEO랩 대표이사
- 연세대학교 대학원 금속공학과 석사

 

다음은 박주근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ESG 인터뷰]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 진정한 ESG의 출발은 주주로부터
Q. ESG가 기업의 본질인 이익창출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박주근 대표(이하 박): 흔히 헷갈려 하는 부분이다. 보통 ESG를 기업의 사회적 가치, CSR활동, 이런 것과 유사하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전에 있던 활동현황을 보면 1960년대부터 자본주의에 대한 보완책으로써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념이 나왔다, 이건 기업의 이익을 환원시켜서 공익적 차원을 도모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ESG는 출발부터 다르다. CSR이나 CSV(기업의 사회적 가치)의 주어는 기업이다. 기업이 이만큼 벌었으니 이만큼 사회적으로 환원하겠다는 거다. ESG의 주체는 투자자다. 이전에는 기업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공익 측면의 활동을 했다면, ESG는 투자자들이 봤을 때 지속적인 발전가능성을 갖고 꾸준히 돈을 벌어다주는 기업에 접근하겠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발전해나가고 성장해나가는 것은 어떤 기업일까' 살펴봤더니, 소셜, 환경, 가버넌스 측면에서 노력하는 기업이 낫더라는 결론이 난 것이다. 한마디로, ESG는 투자자들의 수익을 위해 정립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 ESG의 이면,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국가가 나서야
Q. 중소기업은 ESG 실천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박: ESG에는 사실 양면성이 있다. 투자자가 지속적 수익을 위해 바람직한 기업의 틀을 세운 것도 맞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이나 미국 중심의 기업이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쓰기도 한다.

ESG 관련 규제를 보면 중국 기업들은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기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스레 중국 기업들이 밸류체인에서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ESG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내용을 잘 뜯어보면 반드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환경적 부분에서 탄소배출이나 친환경에너지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는 개별 중소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현실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을 기업 혼자 노력한다고 달성할 수 없다. 당장 RE100에 해당되는 에너지를 어디서 갖고 올 것인가? 국가가 탈탄소를 위한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일회성 재정 보조금이 아닌 틀을 국가가 마련해야 가능한 이야기다.

◇ CSR의 연장선으로 생각해선 안 돼...투자자부터 변해야
Q. ESG가 이슈화되면서 기업들이 매년 위원회를 개최하고 보고서를 발간하지만 '하는 척'이라는 지적도 있다. 진정한 ESG를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나?

박: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본질은 그대로인데 겉옷만 바꿔 입은 것처럼 겉으로만 친환경인 척 한다는 거다. 

ESG가 갑자기 유행하고 다들 '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기업들도 시도는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을 가 보면 예전에 CSR부서에 있던 사람들이 ESG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사실 ESG는 투자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인 만큼 IR부서가 해야할 일이다. CSR 부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환원을 다루던 곳이다. 그런데 CEO나 오너가 "ESG 유행이라니까 한 번 해봐라"라고 CSR 부서에 던지면 자연스레 CSR의 연장선상에서 다루게 되지 않겠나. 핀트가 안 맞을 수밖에 없다.

ESG가 투자자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곱씹어보면 또 다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투자자부터 ESG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거다.

현재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ESG를 강조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위 '큰 손'도 ESG를 신경쓰지 않고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럽의 연기금 경우 포스코의 지분을 다 빼버린 사례도 존재한다. '저렇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ESG의 주어가 투자자인데 투자자가 의지가 없다면 당연히 기업도 변화할 동기가 없지 않겠나. 지금부터 투자자들이 모두 대동단결해서 '탄소배출이 지나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기업이 아마 발빠르게 움직일 거다.

얼마전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ESG라는 용어를 안 쓰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ESG가 '그린 워싱'에 쓰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거다. 

◇ 투자자가 조급하면 ESG 힘들다
Q. 중소기업에게는 어렵고 투자자들도 적극적이지 않은 현실인데 ESG는 필요한가?

박: 필요하다. 경영학과 교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지속적으로' 돈을 잘 버는 기업이 더욱 좋은 기업이다." 올해 잘 벌어도 내년에 다 까먹는 기업이면 좋은 기업이라고 말하기 힘들지 않겠나.

지속적으로 그리고 바람직한 방법으로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제일 좋은 기업이다. 이를 위해 ESG가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반짝 돈 벌어다주고 다음 해에 다 잃는 기업을 원하지 않는다. 

투자자가 조급하면 ESG를 추구하기 힘들다. 자본시장이 성숙할수록 중장기 투자가 선호된다. 미국도 완전한 성숙단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중장기 투자 선호도가 높을 수록 ESG를 고려하는 비중이 커진다. 반대로 단기적인 수익만 바라보고 투자한다면 ESG를 도모하긴 힘들 것이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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