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싸는 트위치… 빈 ‘왕좌’ 누가 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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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싸는 트위치… 빈 ‘왕좌’ 누가 앉을까
  • 이지웅 기자
  • 승인 2024.02.28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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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익창출 막은 트위치... 본격 철수
'이미지 변신' 꾀하는 아프리카TV
네이버 '트위치 감성' 이식에 열중
한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하는 트위치. [이미지=Kolsquare]
한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하는 트위치. [이미지=Kolsquare]

스트리밍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던 트위치가 한국 땅을 떠난다. 이에 네이버와 아프리카TV가 시청자 유치를 위해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이 중 누가 ‘1강’ 자리를 가져올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2015년부터 국내 인터넷 방송 시장을 적극 공략한 트위치는 2016년부터 아프리카TV BJ들의 ‘엑소더스’덕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에 화질 저하, 다시보기 삭제 등 방송 시청에 지장을 주는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플랫폼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그랬던 트위치가 보따리를 싼다. 높은 망 사용료 때문이다. 작년 12월 댄 클랜시 트위치 CEO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는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 이상 비싸다”며 “성장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더 이상의 운영이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본사의 경영실적 악화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외신을 통해 트위치 본사가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500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진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이는 전 직원의 35%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어제(27일)부터 트위치 플랫폼에서 한국을 거주 국가로 설정한 스트리머들은 수익 창출을 할 수 없게 됐다. 정기구독, 후원 등 이용자들의 상품 구매도 막혔다. 정상적인 영상 송출과 방송 시청은 가능하지만, 유명 스트리머들이 인터넷 방송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미 대다수의 스트리머들이 트위치를 떠났다. 

이에 ‘토종’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아프리카TV와 ‘치지직’을 앞세운 네이버 사이의 본격적인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TV는 리브랜딩을 통한 대대적인 개선을 예고했다. 해당 회사는 올 2분기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의 베타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e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서비스 ▲1440p 해상도 송출 ▲인공지능 챗봇 등과 같은 기능등을 시험대에 올린다. 3분기에는 국내 서비스 이름도 ‘숲’으로 변경되며 BJ, 별풍선과 같은 용어들도 다른 말로 대체된다. 

치지직 로고. [이미지=네이버]
치지직 로고. [이미지=네이버]

한편 지난 12월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네이버의 치지직은 지난 26일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스트리머 구독 서비스 ▲영상 후원 ▲카테고리 탐색 기능 등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운영 절차를 밟고 있는 모양새다. 

구독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결제 과정에서 네이버페이를 연동시키고,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 이모티콘과 배지를 출시했다. 영상의 원하는 구간을 설정해 후원할 수 있으며, 토크, 먹방, 음악, 시사, 스포츠, ASMR 등 게임 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창구를 열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검색, 게임판, 카페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면서 치치직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는 아프리카TV가 치지직에 근소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트위치, 아프리카, 치지직의 점유율은 5:4:1이었다”라며 “트위치 철수 이후에는 아프리카가 60%, 치지직이 40%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형 스트리머의 이적이 아프리카TV의 근소 우위를 점치는 근거로 꼽힌다. 아프리카TV는 우왁굳, 우정잉과 같은 ‘스타’ 방송인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고 들어 오는데 성공했다. 27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우왁굳과 주르르, 고세구 등 ‘왁타버스’의 멤버들이 방송이 시청자 수 상위 10위권 안에 오르는 등 아프리카TV는 이들을 통해 즉각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치지직 홈페이지 UI.
치지직 홈페이지 UI.

다만 트위치 시청자들의 완전한 플랫폼 이주가 완료되는 시점에 ‘치지직’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치지직의 UI를 트위치와 유사하게 구성하고, 게임 콘텐츠를 주력으로 삼던 스트리머들을 유치하면서 트위치의 ‘감성’을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트위치만의 고유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 ‘영상 도네이션’도 가지고 들어왔다. 

아직 개선되지 않은 아프리카TV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변수다. 일례로 여러 명의 여성 BJ를 초대한 후 시청자로부터 후원을 받은 BJ가 나와서 춤을 추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엑셀방송’과 같은 콘텐츠들이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만큼 추후 음악과 스포츠 콘텐츠 등을 치치직과 연계할 수도 있다”며 “많은 수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광고 진행에도 이점이 있는 등 정식 서비스 이후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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