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도의 ESG칼럼] 주인없는 기업은 누가 지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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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도의 ESG칼럼] 주인없는 기업은 누가 지배하는가?
  • 한영도 상명대 교수/ESG전문가
  • 승인 2024.01.29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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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분산 대기업 지배구조의 폐쇄성 : 소액주주들의 의견반영 불가능한 구조
주인없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에 의한 절대적 지배력 : 사람, 돈, 정보 등의 경영전권 집중
이사회 중심의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지배구조 : 이사회의 독립성, 전문성, 윤리성 등의 필수조건 충족

소유분산 대기업은 주주들이 많고, 주주 한 명 한 명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다. 소위, 포스코, KT&G, KT 등 소유분산기업은 주인이 너무 많아 역설적으로 주인없는 기업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고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특성을 갖으며 최고경영자 선임때 마다 외부에 의해 영향을 받아 왔다.

최근 KT는 물론 포스코, KT&G의 최고경영자 선임과정에 있어서 독립성, 투명성, 공정성이 항상 논란이 되어 왔다. 이번 포스코와 KT&G의 경우에는 사외이사들의 호화 외유로 비판을 받고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최고경영자의 절대적 지배력 하에서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기능의 비정상적 작동 등으로 인하여 경영권의 남용 및 편법 경영, 도덕적 해이, 소액주주들의 권익 침해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유분산 대기업 지배구조의 폐쇄성

포스코와 KT&G의 외유논란은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의 한계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연임을 앞두고 현최고경영자에게 우호적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이 기업의 현직 최고경영자들이 심사 임박단계에 가서 연임 도전을 포기했지만 해외 이사회 개최를 구실로 수 억원의 경비를 들여 사외이사들이 해외여행을 한 것은 선심성으로 보이고 윤리적 기준에도 어긋나는 행위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하겠다.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는 소액주주들이 최고경영진이나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현실이 불투명성, 불공정성, 폐쇄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주주총회와 이사회는 소액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이지만, 최고경영진이나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이들이 의견을 제안하거나 최고경영진의 의사를 반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이다. 

본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소개해 보면 K-Business연구포럼의 소액주주를 대표해서 지배구조와 IR관련 임원, 사내이사, 대표이사에게 정관의 전문 신설, 기업가치 제고 방안 등에 대한 주주제안을 하기 위한 면담요청을 하였으나 법적 요건 미달 등의 이유로 소통이나 면담 자체를 거부하고 아무런 회신없이 묵살 당한 바 있다. 필자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액주주가 주주제안권의 행사를 위해 상법에서 요구하는 발행주식수의 0.5%~1%갖거나 모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고 경영진이 법적 요건 미달 등의 이유로 소통이나 면담 자체를 거부하거나 회신조차 하지 않는 것은 법의 보호아래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부당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고 소통과 참여의 채널이 단절되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 기업의 지배구조 헌장을 살펴보면 회사는 주주의 본질적인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공평하게 대우한다면서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 등의 힘있는 기관의 요구에만 반응하는 폐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작년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는 선택적 필요성에 따라서 1주 이상 주주들이 사외이사 예비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상법에서 규정한 주주제안권의 법적 요건 및 취지는 주주총회의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일 뿐이다. 이를 빌미로 소액주주들의 제안에 대하여 사내이사 및 관련임원들의 소통거부, 면담거부, 회신거부 등의 행위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지배구조의 폐쇄성과 조직의 불통을 스스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AI혁명시대에 폐쇄적인 기업은 조직 안팎에서의 견제와 감시기능의 고장으로 도덕적 해이 등의 경영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질 것이며 이로 인하여 지속가능한 성장도 어려워 질 것이다.

주인없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에 의한 절대적 지배력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서 최고경영자는 일반적으로 견제받지 않고 절대적인 지배력의 행사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영을 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할 수 있다.  포스코, KT&G, KT 등 소유분산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 현직 대표이사의 연임 또는 재연임, 사내 경쟁자나 외부 전문경영인 배제 등의 논란도 최고경영자의 절대적 지배력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주인없는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체들은 최고경영자, 이사회, 국민연금, 기관투자가, 정부 등 다양하다. 최고경영자는 사람, 돈, 조직 등의 경영전반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고 경영정보가 집중되어 있어서 이를 활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배력은 사외이사 선임 등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 견제받지 않고 실질적으로 경영에 있어서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사회는 최고의 의사결정 기관이고 최고경영자 및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이사의 선임 및 운영과정의 종속성, 경영정보의 비대칭성, 전문성 등의 부족으로 독립적인 역할수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정부의 인∙허가권 등으로 최고경영진의 선임이나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지배구조와 최고경영자 선임을 둘러싼 주인없는 기업 안팎의 이러한 역할관계와 여건은 국민연금 등 외부개입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사회 중심의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지배구조

소유분산 대기업에 대하여 우리사회는 기업의 투명성, 책임성, 주주들의 권익 보호 등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추어 현직 대표이사의 우선 심사 폐지 등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거나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관행의 발표를 통하여 지배구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포함해서 민주정치에서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과 같이 소유분산 대기업도 주주가 위임한 경영권을 이사회, 최고경영진, 감사기관으로 분권하여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경영권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최고경영자 우위의 지배구조에서 이사회 중심의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지배구조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다음 3가지 필수적인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이사회의 독립성, 전문성과 윤리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사회는 주주들의 대표기관으로서 독립성, 전문성과 더불어 윤리성을 확고히 갖추어야 한다. 이를 통해 최고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 지원조직을 회사조직에서 분리하여 이사회 소속으로 전환하고 인사, 예산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는 최고경영진의 책임경영 및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최고경영진은 이사회의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경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 최고경영진의 책임과 감시를 강화하기 위하여 내부의 감사기능을 감사위원회 소속 조직으로 분리, 독립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모든 주주들의 경영참여 기회와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전자투자제 활성화, 정보의 비대칭 해소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외이사에게 사내이사와 동일한 수준의 경영정보 접근권한을 부여하고 주주들의 경영관심과 참여확대 등을 위하여 소통채널 구축 운영 등의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지배구조는 제도뿐만 아니라,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었더라도 운영을 특정목적에 맞추어 자의적으로 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특히, 소유분산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자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지배구조를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영도 상명대 교수/ESG전문가  bizstar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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