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만기도래하는 ELS의 규모 10조 넘어
최소 3조원 이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까지 5대 은행에서 제기된 민원 1410건
은행 "사전고지 제대로 받았다면 은행은 책임없어"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홍콩H 지수 추종 ELS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연초부터 주요 은행에서만 1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ELS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홍콩ELS 판매 관련 금융권 현장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위법사항이 확인됐을 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며, 민원에 대해서는 판매원칙을 철저히 지켰는지 검증 후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4개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중 이달 2105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문제는 이 가운데 106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은행별로 상이하나 47.8~51.2% 수준의 원금이 날아갔다. 평균 손실률은 50.7%에 달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2019년부터 해당 상품 판매를 줄여나가 피해가 사실상 전무하다.
올해 상반기 금융권에서 만기가 다가오는 홍콩ELS의 규모가 10조원이 넘는다. 1분기에 3조9000억원, 2분기에 6조3000억원의 만기가 끝난다.
15일 현재 홍콩H지수는 5470인데 지금과 비슷할 경우 피해는 최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적으로 만기 때 지수가 상품 가입 당시 65~70%는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품은 지수가 10000~12000일 때 발행됐기에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손실이 확정된 계좌가 불어나자 곳곳에서 소비자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12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접수된 홍콩 ELS 관련 민원 건수는 141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 제기된 민원만 518건에 달한다. 이번달 들어 손실이 확정된 경우가 많아 관련 민원이 폭증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품이 많은 만큼 추후 소비자 민원은 지금보다 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민원이 늘고 있음에도 은행권은 대체로 현 사태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판매 사례가 있을 순 있으나 모든 잘못을 은행에게 지울 순 없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론 불완전판매 사례가 있을 수 있고 은행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어 이 경우 사적화해 방식으로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수가 내릴 때만 은행에만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어서 안타깝다"며 "만약에 자필서명, 사전고지 안내 등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을 시 자기책임원칙에 의거해 배상금을 받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