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천루(摩天樓)의 저주'에 빠진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상태바
[기자수첩] '마천루(摩天樓)의 저주'에 빠진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6.09 2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고층 빌딩 건설 후 악재가 겹친다는 속설...롯데월드타워·GBC센터 계획후 잇단 악재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이 마천루(摩天樓)의 저주에 빠져드는 듯 하다. 마천루는 한자로 갈 摩, 하늘 天, 다락 樓를 써서 하늘에 닿을만큼 높은 건물을 이른다. 영어의 Skyscraper를 번역한 말이다. 

1999년 1월 드레스덴 클라인보르트 투자은행의 앤드루 로렌스 분석가가 초고층빌딩 건설 붐이 일면 경제 파탄이 찾아온다는 '마천루 지수(Skyscraper)'를 발표하며 유명해진 개념이다. 

경제학적 상관관계가 학문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일종의 속설이나 미신처럼 받아들여 진다. 

몇가지 예를들어 보면, 381미터 높이의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930년 완공)과 319미터 높이의 크라이슬러빌딩(1931년 완공)의 건설 무렵에 대공황이 발생했다. 

시어스타워(422미터)가 건설되던 시기인 1973~4년에는 오일쇼크가 일어났고, 199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타워(451.9미터)가 건설되고서는 우리도 IMF로 고통받았던 아시아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 

828미터 높이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건설 이후에는 두바이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다. 

신격호 회장의 일생의 숙원이라는 롯데월드타워가 지난해 12월 22일 완공됐다. 1987년부터 부지를 구입하는 등 롯데그룹은 초고층 빌딩 건설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첫 삽을 떴다. 

높이 555미터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세계에서는 다섯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건설 도중에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임시개장 기간에는 아쿠아리움 물이 새는 등 부실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더니 급기야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이 빌미가 돼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운영중인 99개의 롯데마트 점포 중 74곳의 점포가 소방점검 등의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했고, 13개의 점포는 아예 휴업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최소 월 1000억원의 손실을 추산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누적 손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다른 롯데의 상품들도 중국인들로부터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인해 면세점도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작년부터 후계구도 문제로 '형제의 난'을 겪는가 하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특혜 제공 의혹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법원을 드나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강남구 삼성동의 한전부지를 약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았다. 감정가의 3배가 넘는 금액으로 평당 약 4억3800만원에 달한다. 당시 한전부지의 낙찰 예상액은 4~5조원 정도였다. 

현대차그룹은 이 땅에 현대자동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지하 7층, 지상 105층 규모로 롯데월드타워를 넘는 569미터 높이의 국내 최고층 빌딩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여건상 526미터 높이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15조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야심찬 계획의 현대차도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 내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현대차의 5월 중국 판매량은 3만5100대로 전년에 비해 65%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65.3% 감소한 판매량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1월부터 5월까지의 판매량은 37만6895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4% 줄었다. 몇 년간 현대차를 괴롭혀온 위기설은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달에는 국토부가 결정한 12개 차종 5건에 대한 리콜 결정에 반발하며 청문회까지 열렸다. 결국 현대차는 강제리콜 결정을 수용했고 24만대를 리콜했다. 

특히 이 리콜 사태는 내부 제보자에 의해 국토부가 조사에 나선 사안이었다. 현대차는 해당 직원을 해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오늘(9일)은 미국에서 60만대의 리콜을 또 실시했으며, 국내에서도 조만간 추가 리콜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에는 한전부지 용도변경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내야 할 공공기여 부담액 중 2336억원이 부당면제 됐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받아 들었다. 서울시가 부당한 특혜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현대차가 해당 금액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롯데그룹과 현대차그룹을 향한 여론도 곱지 못하다. 롯데그룹은 국적 논란이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고, 사드 부지 제공으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현대차 역시 국내 소비자 차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천루의 저주는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며 생긴 거품이 완공 즈음에 꺼지며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증명되지 않은 속설이다. 하지만 단순한 속설로 치부하기에는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아 보인다. 

물론 초고층 빌딩의 건설이 사드 배치나 실적 부진을 불러온 것은 아닐테다. 어쩌면 기업 입장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였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마천루의 저주는 초고층 건물을 짓는데 드는 수십조의 비용 중 일부라도 제품의 품질 개선이나 회사의 고객 서비스 확대,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투자하라는 일종의 역사적 경고라는 생각 말이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