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불링’ 혹은 ‘업무방해’… ‘집게 손가락’으로 홍역 치르는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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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불링’ 혹은 ‘업무방해’… ‘집게 손가락’으로 홍역 치르는 게임업계
  • 이지웅 기자
  • 승인 2023.11.29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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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심볼 색출하며 논란 일파만파
'회사 차원 대응' 예고한 넥슨... 귀추 주목
넥슨 판교사옥 [녹색경제신문 DB]
넥슨 판교사옥 [녹색경제신문 DB]

게임업계가 '혐오' 이슈로 분주하다.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의 ‘영상 검열’을 놓고 첨예하게 의견이 나뉘고 있다. 

2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오늘(28일) 오전 11시 한국여성민우회를 중심으로 총 9개의 시민단체가 규합해 넥슨의 '여성혐오 몰이'를 규탄한다며 넥슨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의 발단은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에서 주인공이 남성의 특정 부위를 비하하는 뜻의 '집게손가락' 포즈를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게이머들은 해당 영상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이하 뿌리)의 애니메이터가 X(舊 트위터) 계정에서 소위 '과격한 페미니즘'을 지지했다는 것을 근거로 해당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뿌리'에서 제작한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넵튠 이터널 리턴 ▲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2 등의 게임 영상에서도 동일한 심볼이 들어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샤이닝 하트 뮤직비디오 중 일부. 해당 영상은 현재 비공개 상태다. [이미지=넥슨]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샤이닝 하트 뮤직비디오 중 일부. 해당 영상은 현재 비공개 상태다. [이미지=넥슨]

민감한 이슈인만큼, 게임사들은 의혹이 제기된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는 등의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26일 긴급 방송까지 진행하며 입장을 밝혔다. 김 디렉터는 방송을 통해 "타인을 혐오하는 문화를 몰래 드러내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그들이 메이플스토리를 유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26일 오후 '뿌리'는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뿌리는 "해당 손동작이 의도적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며 "논란인 애니메이터의 직책 상 그러한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것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뿌리'는 27일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여기서 '뿌리'는 "해당 손 동작이 의도하지 않고서는 나올수 없다는 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관련 스태프는 문제를 인지하고 퇴사한 상태"라고 전했다. 더불어 "앞으로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상물에 혐오 표현이 등장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며 사과했다. 다만 현재 2차 사과문은 삭제 됐으며, '뿌리' 공식 홈페이지는 접속 불가능한 상태다. 

한편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일각에서는 '뿌리'에 단호한 대응을 예고한 넥슨의 처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의당 소속 장혜영 국회의원도 비슷한 입장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장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게임 업계에서 페미니즘 사상검열과 억지 마녀사냥이 도를 넘고 있다"며 "넥슨은 해당 홍보물의 공적 가치 훼손 여부는 제쳐두고 소비자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정치권에서 이러한 백래시에 침묵해선 안된다"며 "자신이 페미니스트고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함께 나서 발언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넥슨 뿐만 아니라 논란에 휩싸인 애니메이터를 보호하지 못한 '뿌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페미니즘'이 그릇된 사상이라는 점을 인정한 2차 사과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중이다.

반대편에서는 게임 IP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는 혐오 표현에 대한 제재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처사라는 입장도 제기되는 중이다. 애니메이터의 업무 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기업 간 협업 과정에서 굳이 잡음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집어넣는 행위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넥슨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뿌리’와의 계약 해지를 넘어 법적 공방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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