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에 제주 여행까지 모두 무료?"... 가족사진 마케팅, '사기VS상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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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제주 여행까지 모두 무료?"... 가족사진 마케팅, '사기VS상술' 논란
  • 서영광 기자
  • 승인 2023.11.03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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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스튜디오, "OO구 주민 이벤트"...무상 촬영에 제주 무료 여행권 지급?
이후 부가적인 비용 발생...촬영 후엔 100만원 혹은 몇백만원 대 금액 요구하기도
심리전문가, "치밀하게 짜여있는 마케팅 상술"..."올가미와 같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 "상술도 아니고 사기에 가까워"

“OO구 주민 이벤트, 사연을 작성해주시면 당첨자에게 가족사진 무료 촬영해드립니다. 제주도 가족 여행까지 무상 지원합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는 무료 가족사진 촬영 이벤트를 쉽게 볼 수 있다. 가족의 사연과 인원 수 및 전화번호 등 간단한 개인정보 작성만으로도 응모가 가능하다.

무료 가족사진 촬영에 제주 무료 가족 여행권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이벤트의 당첨률은 100%다. 어떻게 수많은 신청자들의 무상 촬영과 여행 지원이 가능한 걸까?

서울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무상 이벤트 신청자에게 보낸 안내문. [사진= 카카오톡 대화문 일부 캡처]
서울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무상 이벤트 신청자에게 보낸 안내문. [사진= 카카오톡 대화문 일부 캡처]

3일 <녹색경제신문>은 최근 여러 가족사진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무상 촬영’ 마케팅에 대해 취재했다.

우선 SNS상 제시된 링크에 사연을 작성하면, 수일 내 사전 기입한 핸드폰 번호로 연락이 온다.

“가족분들은 좋은 컨디션으로만 오시면 됩니다.”

신청 당시엔 ‘가족여가혜택’이라는 명목 아래 업체에서 6가지 혜택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2박3일 무료 제주 여행권 지급 ▲전 일정 3~4성급 호텔 무료 숙박권 ▲렌트카 48시간 무료대여 ▲고퀄리티 가족화보 무상촬영 기회 제공 ▲각종 촬영의상 및 소품 자유롭게 무상대여 ▲고급 클래식 액자 무상증정 등이다.

하지만 추후 개인 번호로 보내온 내용을 자세히 읽다보면 이때부터 각종 비용들이 붙기 시작한다. 먼저 헤어와 메이크업 등 촬영 세팅을 돕는 헬퍼(도우미)의 임금으로 현금 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무료 제주 여행권이라던 혜택은 항공, 숙박, 경비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도 아니다. 혜택 범위는 항공권과 경비 등을 제외한 2인 기준 호텔 숙박권과 렌트카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숙박 시에 발생하는 하우스키핑 등 소정의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청자들은 헬퍼 임금 단돈 5만원과 일부 청소비용 등을 지불하면 가족사진과 무상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에 각자의 일정을 맞춰 촬영장을 방문한다.

한편 촬영이 끝나는 순간은 스튜디오의 MOT(Moment of Truth, 진실의 순간)이 된다. 촬영이 모두 끝난 후에야 스튜디오측에선 "촬영은 무료였지만, 가족사진을 구매하지 않으면 원본조차 받아볼 수 없다"는 조건을 설명해준다. 무상 혜택 마케팅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인 것이다.

가족사진 액자 가격은 적게는 100만원 정도에서 크기에 따라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급작스런 지출에 당황스러움에도 투입한 시간에 대해 보상을 받고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액자 구매를 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다반사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를 ‘안주의 지속성(Escalation of commitment)’이라고 표현하는데, 지난 1976년 심리학자 Barry M. Staw가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미 투자한 자원(시간, 노력, 자금 등)에 대해 추가적인 투자를 계속하려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처음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추가 투자를 하거나,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알게 된 후에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SNS에 게시된 한 스튜디오 업체의 광고 게시물.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 게시된 한 스튜디오 업체의 광고 게시물.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한 심리전문가는 3일 <녹색경제신문>에 “스튜디오 ‘무상’ 이벤트 마케팅은 심리적으로 교묘하게 짜여있는 올가미와 같다”며 “처음 특정 구민 대상으로하는 이벤트라는 문구는 공공기관이 주관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쉽게 소비자를 유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이전엔 완전히 무상인 것처럼 소비자들의 시간을 투자하게 한다"며 "하지만 이후 금전적 지출로 유도하면서 '안주의 지속성'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처럼 흔히 발생하는 스튜디오 마케팅 수법에 일각에선 상술 혹은 사기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스튜디오 업체 관계자는 3일 <녹색경제신문>에 “어떤 스튜디오든지 다들 이렇게 마케팅 한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튜디오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는 상술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국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족사진 무료 이벤트의 피해 사실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불매의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회원은 "이는 사기에 가깝다"며, "돈을 벌고 싶고 광고하고 싶어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은 멈춰야한다"고 비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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