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율주행차, 돌발상황 학습해서 알고리즘 고도화...시장 잠재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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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자율주행차, 돌발상황 학습해서 알고리즘 고도화...시장 잠재력은?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10.28 0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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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정해진 구간에서 스스로 인지·판단·제어 가능해
-서울시, 상암·여의도 등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인프라 구축나서
-자율주행차,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도 인지하고 대처가능해
-탑승 중에는 업무나 영화관람 등 다른 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42dot 자율주행차[사진=녹색경제신문]
42dot 자율주행차[사진=녹색경제신문]

“자율주행차 나오면 사겠다는 사람 줄 섰습니다”

60대 여성 A씨는 장롱면허 30년차다. 일주일만에 속성으로 면허를 취득했지만, 수 차례의 도로주행에도 혼자서 자차를 운전하는 데 실패했다. A씨는 가족들에게 부탁하지 않고 차량을 운전해 서강대교를 건너에 있는 교회에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A씨 주변에는 주차를 못해서, 차선 변경을 못해서, 유턴을 못해서, 길눈이 어두워서 등 여러 이유로 운전을 못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들의 관심사는 자율주행차라는 후문이다.

자율주행차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투입해 고도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나섰으며, 해외에서는 자율주행 택시 등의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된 상암[사진=녹색경제신문]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서울 전역에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상암, 여의도 등을 ‘자율주행 시범지구’로 지정했다. 가장 먼저 시범지구로 지정된 상암에는 현재 3종류의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42dot의 상암 A01, SWM의 상암 A02, 그리고 에스유엠의 합승형 상암 A21 차량이 정해진 노선에 따라 일반 시민들에게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를 제공한다. <녹색경제신문>은 42dot의 상암 A01을 직접 경험하며 자율주행차의 현재와 미래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 어플리케이션 ‘TAP!’ 설치에서 시작하는 자율주행차 탑승

서울 상암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자율주행 정류장[사진=녹색경제신문]

서울자율차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플리케이션 ‘TAP!’을 설치한 후 회원 가입을 하고 결제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지정된 정류장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한 후 차량을 호출하면 운전석에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탑승한 자율주행차가 도착한다.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출발 전 안전벨트 착용을 안내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자율차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안전’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해당 차량의 제한속도는 50km/h로 ‘도시부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넘길 수 없다. 또, 일반 도로에서 탑승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노인 보호구역 등 일부 구간에서는 수동 모드로 전환된다.

본격적으로 주행이 시작되자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페달에서 발을 뗐다. 그야말로 차량이 혼자서 주행을 하고 있었다. 차량과 보행자를 인지했고, 신호와 도로상황을 판단하며 운행했다. 세이프티 드라이버에게 여러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신기한 광경에 한참동안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 자율주행차,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고 제어 가능

자율주행차 주행 중인 상황[사진=녹색경제신문]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도 인지하고 멈췄다’

신호가 없는 우회전을 무사히 성공하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 이르렀다.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춘 뒤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보행자가 횡단보도가 아닌 일반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지켜봤는데, 차량은 보행자를 인지한 후 부드럽게 멈춰선 뒤 다시 출발했다.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장점은 ‘운전의 정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차선을 변경할 때는 미리 방향지시등을 켜고, 예측 출발이나 신호 위반도 하지 않고, 과속이나 보복 운전도 하지 않는다. 제한속도가 50km/h라서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주변 차량이 달리는 속도와 비교해봤을 때 특별히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주행 중이나 신호 대기시 앞 차와 적절한 간격을 유지했고, 멈췄다 다시 출발할 때도 비교적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예고없이 끼어드는 차량이나 오토바이 때문에 ‘멈칫’하거나 ‘꿀렁’거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평소에 직접 운전을 할 때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업무도 할 수 있고, 영상도 볼 수 있는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 주행 중인 상황[사진=녹색경제신문]

자율주행차가 익숙해지면서 다른 일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노트와 펜을 들고 오전에 취재한 내용을 정리했고, 업무 관련 문자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또, 전면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영상도 감상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차가 도입된다면 자동차에서는 일도 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휴식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율주행차 시장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통신, 가전, 디스플레이, OTT 등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할 수 있는 새로운 놀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나 길이 막힐 때 ‘도로에 돈과 시간을 버린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이러한 시간들을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의미있게 쓸 수 있다. 특히, 전국 대부분에 5G 인프라가 도입된 국내의 경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2차례 발생한 돌발상황, 데이터로 축적하고 OTA 고도화

SWM의 자율주행차[사진=녹색경제신문]

차량을 탑승하는 약 20분 동안 돌발상황이 2차례 발생했다. 하나는 차선을 제 때 변경하지 못해 자율주행 모드에서 수동 모드로 전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선 주행 중인 버스가 차선을 변경한다고 인식해 급제동을 한 것이다. 운전을 하는 중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세이프티 드라이버 덕분에 별다른 문제 없이 주행이 이어질 수 있었다.

42dot측은 “현재 운행 중인 자율주행 차량의 경우 정해진 구간을 학습한 후 그 구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날씨, 시간, 도로상황 등 주행 중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변수들을 학습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지속적으로 학습한 후 데이터로 축적해서 OTA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이프티 드라이버를 통해서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면서, “자율주행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해소해주거나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등 서비스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하고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한 샌프란시스코는 각종 사고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율주행 택시가 문제를 일으킬 때 마다 사람들은 강력하게 자율주행 택시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최근 GM ‘크루즈’는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중단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율주행차 도입이 이르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동시에, 자율주행차가 많은 이점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자율주행차를 교통소외지역에 도입해 사람들의 이동을 도울 수 있고,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또한 보장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비율이 늘어나면 차량 간의 제어 시스템을 통해 교통체증을 막을 수 있고, 고도화된 기술은 교통사고 또한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동시간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도심의 인구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업체에서는 투자 비용, 인프라 구축, 미흡한 제도 등 어려운 점이 많다고 호소한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우상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원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초보 운전자가 베테랑 운전자가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필요한 것처럼, 고도화된 자율주행차가 만들어지기까지 더 많은 지원과 응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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