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로 지진 제품 배송한 삼성전자…협력사 하도급법 혹은 노동법 위반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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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로 지진 제품 배송한 삼성전자…협력사 하도급법 혹은 노동법 위반 가능성도
  • 우연주 기자
  • 승인 2023.09.26 14: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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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제품 포장 뜯었는데 제품 내부에 훼손 흔적
책임은 모두 설치 기사가…”(기사 부담으로) 부품 사서 고객 줘라”
공정위 “하도급법 위반 가능성…벌금 최대 3억원”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 새 제품의 외부에 난 스크래치. 2) 고객의 집 앞에서 새 제품 개봉했는데 드라이버가 들어있다. 3) 냉장고 내부 선반에 불로 지진 자국이 발견됐다. 4) 세탁기 외부에 화이트로 추정되는 물질로 칠해진 흔적이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 새 제품의 외부에 난 스크래치. 2) 고객의 집 앞에서 새 제품 개봉했는데 드라이버가 들어있다. 3) 냉장고 내부 선반에 불로 지진 자국이 발견됐다. 4) 세탁기 외부에 화이트로 추정되는 물질로 칠해진 흔적이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삼성전자의 새 가전제품에서 다수의 하자·훼손 흔적이 발견돼 화제가 되는 가운데 협력사의 하도급법 또는 노동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포장을 뜯자마자 찍힌 자국, 스크래치 뿐만 아니라 불로 지진 자국, 화이트로 칠한 흔적 등 새 제품이라 할 수 없을 불량이 다수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가전 제품 설치 기사 A씨는 본지에 “고객의 댁에 도착해 새 제픔 포장을 막 뜯었는데 안에서 드라이버가 나오기도 한다“며 “복불복이다. 하자 제품이 나오면 똥 밟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동 과정에서 생긴 하자라고 생각하기 힘든 사례가 많아 의문은 가중된다.

A씨는 “냉장고가 골판지로 싸여 있다. 골판지를 뜯어 내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냉장고 내부 선반에 스크래치가 있다. 박스도 멀쩡하고, 보호 스티로폼도 깨지지 않은 상태인데 안을 열어보면 스크래치, 찌그러짐이 있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가 보여 준 사진에는 세탁기 외부에 화이트로 칠해진 흔적, 냉장고 내부 선반에 불로 지져진 자국 등이 있었다.

훼손이 발생한 경로가 모호한 가운데 책임은 배송 과정 말단에 있는 설치 기사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씨는 “제품은 공장에서 각 물류센터로 배송되고, 설치 기사는 물류센터에서 고객 댁으로 물건을 가져간다. 긴 유통 과정 중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하자를 모두 설치 기사가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 상품에서 하자가 발견되면 설치 기사가 사비로 부속품을 구매해 고객에게 설치해줘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가전 설치 기사 B씨가 본지에 제공한 녹취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한 물류센터는 하자 부품에 대해 ”서비스에 전화해서 구매한 다음 교체하라“고 설치 기사에게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가전 설치 기사 C씨도 본지에 “설치비 3~4만원 받고 10~20만원 물어줘야 한다“라며 곤란함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평가다.

업계의 관계자 D씨는 위 내용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그런 식으로 일을 시키면 누가 삼성전자 설치 기사로 일 하겠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통 과정의 말단에 있는 설치 기사에게 제품의 모든 하자·훼손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이유는 설치 기사가 정규직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C씨는 “삼성전자 아래에 첫 번째 하청, 두 번째 하청, 그리고 설치기사가 있는 구조”라며 “개인사업자로 매년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말이 개인사업자지 불리할 때만 개인사업자니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의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에 “물류시설이나 서비스를 위탁하는 경우 하도급거래로 본다”며 “수급사업자(설치 기사)가 어떠한 귀책 사유도 없이 부품의 파손에 대해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은 하도급법 3조 4항의 ‘부당한 특약의 금지’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전적 피해를 증명해야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특약은 설정 자체만으로도 위법하다”며 “반드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해야만 부당특약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지텍과 계약한 한 물류센터가 제공한 ‘가전제품 설치물류 위수탁 계약서’에는 “수탁인(설치 기사)이 위탁인(물류센터)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제 3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손해를 입힌 때에는 손해배상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수탁인(설치 기사)이 부담한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 책임 소재를 설치 기사에게 둔다는 내용이 있다 할지라도 상위법 위반이라면 효력이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E씨는 본지에 “업무 형태상 불가피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하겠지만, 상위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계약서에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도급법 위반은 최대 3억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면 시정명령을 통해 ‘그만 해라’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고,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행위라면 재발방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어기면 경우에 따라 3억원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설치 기사가 명목상으로만 개인사업자고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라면 노동법의 보호 범위 안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0년 경력의 노무사 F씨는 본지에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를 실질적으로 봐야 한다”며 “회사가 업무의 장소나 규율을 정하는지, 패널티를 주는지 등 약 15개의 기준으로 평가해 수직적인 관계인지를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근무 상태가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할 때 관건이 된다는 점에는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와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노동부 관계자는 “순수한 사업자 대 사업자 관계라면 노동관계법은 적용이 안 될 것”이라면서도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에 있다면 노동법 적용 대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 변호사도 “형식상 개인사업자로서 계약관계라면 바로 근로자라고 간주하기는 힘들겠지만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징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류센터의 독단적 지시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B씨는 “고객이 불만족을 접수하면 기사는 자기 잘못이든 아니든 자기 잘못이라고 인정해야만 한다”며 “인정하지 않으면 강제로 1~2주간 배차정지 처분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류센터가 배차정지를 시킬 권한은 없다는 지적이다.

B씨는 “지입료(설치 기사가 물류회사에 소속된 차량을 이용하는 댓가로 지불하는 수수료)를 내고 일하는 개인사업자인데 물류센터가 배차정치를 시킬 권한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물류센터가 배차정지 처분을 받은 설치 기사의 신병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B씨는 “배차정지 시켜놓고 물류센터에 오후 4시까지 짱박혀있으라는 식이다. 공산당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B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물류센터 담당자는 “현재 위치를 카메라로 촬영해 보내라. 임의로 퇴근하면 (처분)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는 내용을 설치 기사에게 전달했다.

설치 기사가 장소와 시간이 보이게끔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자 물류센터 담당자는 안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위는 하도급법에서도 문제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1-2주간 일을 안 주는 것은 제18조 ‘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부당한 경영간섭을 했다 한들 안 들어주면 그만이겠지만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 종속되곤 한다. 이를 방지하고자 하도급법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하청에 하청을 주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하청을 주는 업체는) 책임을 지는 어른이 아니어도 되니까”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D씨는 “그렇게까지 못되게 하는 악독 업체가 있을까 싶다”라며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방송에 나올 내용”이라고 평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지텍은 배송 중 설치 기사의 책임으로 파손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정책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오픈 시 하자가 발견되면 회수와 교환이 원칙이다. 부당한 대우를 직접 제보할 수 있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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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줍는다 2023-10-03 12:37:53
우리는 주차창 청소하면서

남서울센터 2023-10-03 12:18:14
할증이나 주세요~

일산 물류센터 2023-10-03 08:49:46
요즘도 3일 배차정지 시키던데,
지방센터는 일이 없으니 요번달부터 돌아가면서 강제휴무 들어가고,
대형센터는 일은없고 차는 많으니 비추천이나 voc들어오면 배차정지3일 들어가고.
왠일로 요즘은 cs그룹이 조용하네

서서울물류센터 2023-10-03 08:36:24
항상 잘보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갑질을 행하는 곳이 있는 곳을 위해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든 제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