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능력 입증해야 50년 만기 주담대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데...모호한 규제에 은행권과 차주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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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능력 입증해야 50년 만기 주담대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데...모호한 규제에 은행권과 차주들 혼란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09.18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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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주담대 신규 판매액 8조 돌파
금융당국, DSR 산정만기 40년으로 제한
상환능력 입증하는 경우에만 50년 이용할 수 있어
"규제 기준 모호해 은행권과 차주들 혼란 겪어"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액이 8조를 넘었다.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을 최근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국은 차주의 상환능력이 명백히 입증돼야 50년 만기를 적용할 수 있다는 규제를 내놨지만 그 기준이 모호해 시중은행과 차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50년 만기 상품을 상담하러 오는 분들 중 자칫 모호한 규제 때문에 대출 부담이 늘어나지 않을지 걱정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월마다 내는 원리금이 타 상품보다 적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는 50년 주담대 상품이 실제로 많이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14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50년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총 8조 3000억원이었다.

이 중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2조 8000억원, 1조 7000억원 어치의 상품을 팔아 전체 판매액의 54.2%를 차지했다. 뒤이어 수협은행(1조 2000억원), KB 국민은행(1조원), IBK기업은행(9000억원)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 뇌관으로 50년 주담대 상품을 지목하고 이를 꾸준히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실제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 대출 잔액은 680조 8120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 달에 비해 1조 5912억원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4조 9997억원을 기록해 7월에 비해 무려 2조 1122억원이나 증가했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한달여간 은행권과 기나긴 회의 끝에 금융당국은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50년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대출은 최대 50년에 걸쳐 갚을 수 있도록 하되 DSR 한도는 최대 만기 40년에 맞춰 설정한 것이다.

DSR 한도가 낮아지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예를들어 연봉이 7000만원인 회사원이 4.5% 금리로 50년 주담대 상품을 이용할 경우, 만기 50년 DSR(현행 40% 적용)을 적용하면  5억 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줄이면 대출한도는 5억 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당국은 차주별로 상환능력이 확실히 입증될 때 50년 만기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예를들어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2030 청년층이나 노후 소득이 확실히 있는 중·장년층 등 상환 능력이 입증되는 사람은 50년에 걸쳐 천천히 대출금액을 나눠갚으면서 기존의 높은 산정만기(50년)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상환능력 입증 기준이 매우 모호해 은행권과 차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당국은 세세한 기준까지 법령으로 담을 순 없다며 은행권의 자체적인 심사에 기대는 모습이다. 

50년 주담대 상품을 아직 취급하고 있는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안정적으로 고정수입이 있는 차주들도 1~2년 뒤에 직장을 그만둔다던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며 "50년에 걸친 주담대 상환능력을 완벽하게 따져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만 세부적인 기준에 대해 금융당국도 시중은행과 차차 논의하기로 한 만큼 현재 은행권은 자체적인 심사를 강화하면서 당국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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