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증가 원인으로 지목돼 억울한 은행권..."50년만기 대출 가입 제한 근본 해법 아냐"
상태바
주담대 증가 원인으로 지목돼 억울한 은행권..."50년만기 대출 가입 제한 근본 해법 아냐"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08.14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담대 잔액 10일 만에 1조원 넘게 증가
금융당국은 50년만기 주담대가 원인으로 꼽아
은행권 "정부 규제 완화 정책이 근본적인 원인"
규제지역 해제 등 완화 이후 주담대 꾸준히 늘어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주택담보대출이 열흘 만에 1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가계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증가의 원인을 은행의 50년만기 상품 출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라며 억울해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주가 50년 동안 상환할 의지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게 은행의 책무"라며 "가입 연령 제한 등 은행권은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의 잠재 뇌관으로 여겨지는 가계 대출 잔액이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13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대출 잔액은 10일 기준 679조 8893억원이었다. 10일 전인 7월 말과 비교해 6685억원 늘어난 수치다. 

가계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의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0일 기준 514조 1174억원을 기록해 512조 8875억원으로 집계된 7월 말에 비해 1조 2299억원이나 올랐다. 주담대 증가폭이 큰 탓에 이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이어질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금융당국은 늘어나는 주담대의 원인을 은행권에서 출시 중인 50년 만기 주담대로 꼽았다. 10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주택금융공사·은행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에서 관계자들은 50년 만기 상품이 출시된 이후로 대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실제로 해당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기준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1조 2379억원이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빌릴 수 있는 액수의 한도가 더 커지면서도 다달이 내는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령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현행 DSR 40% 규제에 따라 12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만기가 30년인 경우 최대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억 1000만 원이다. 하지만 만기가 50년일 땐 대출 한도가 3억 7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3억원을 30년에 걸쳐 금리 5%에 빌린다고 가정하면(원리금 균등 기준) 한달에 내야 할 돈은 161만 원이다. 만약에 50년 만기 상품을 선택한다면 136만 원으로 줄어든다. 

초장기 만기 상품이 주담대 수요를 자극해 가계 대출이 폭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가입 연령 제한이 도입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곧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초장기 만기 상품 가입 제한 방침이 내려올 것"이라며 "아마 만 34세 미만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은행권은 50년 만기 상품의 가입을 제한하는 방침에 대해선 수긍하면서도 주담대 폭증의 원인이 은행권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50년 만기 상품이 최근 주담대 증가를 이끈 건 어느정도 맞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주담대가 증가하는 본질적인 원인으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를 꼽았다. 실제로 정부는 집값 하락 추세가 가파르다는 판단에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올해 초 정부는 서울 강남구 등 4개구를 제외한 대한민국 모든 곳의 규제지역을 해제했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던 전매제한 역시 대폭 완화했다. 올해 4월 이전 수도권은 최대 10년간 전매제한이 적용됐다. 그러나 주택법 시행령이 4월 개정된 후 수도권은 최대 3년의 전매제한을 적용받는다. 비수도권의 경우 4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세금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올해 6월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랐다. 조정대상지역의 세부담 상한을 300%에서 150%로 내리기도 했다. 또한 올해 5월 9일까지였던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기간을 1년 더 연장해 다주택자들의 세부담 완화에 나섰다. 

규제 완화 정책이 효과를 본 듯 주담대가 올해들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주담대가 전달에 비해 3000억원 가량 줄어든 이후 주담대 잔액이 매달 상승 추세에 있다. 3월 2조 3000억원이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6월 말엔 전달 대비 6조 9천억원이나 올랐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주담대 폭증의 원흉이라는 시각에 무리가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가 느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부동산규제지역 해제,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지정 해제 등 정부가 부동산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가입연령을 제한한다면 아무래도 수요가 줄어드는 건 맞다"면서도 "기존 주담대 상품의 수요도 이미 많은 만큼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주담대 증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