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마지막 아냐?" 서둘러 50년 주담대 제한에 나섰지만...12일 만에 잔액 2배 이상 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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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마지막 아냐?" 서둘러 50년 주담대 제한에 나섰지만...12일 만에 잔액 2배 이상 불어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3.08.25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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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50년 만기 주담대 DSR 우회 수단으로 작용"
농협은행, 이달말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중단
연령제한에 나서는 은행들도 등장
당국 규제 예고 이후 12일동안 1조 넘게 주담대 늘어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자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의 규제를 예고했다. 이에 은행권은 서둘러 50년 만기 상품의 가입 연령을 제한하거나 판매를 중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상품 판매를 제한한 이후로 오히려 주담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당국의 규제 예고가 역설적으로 마케팅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구체적인 규제 방침이 내려오지 않아 시중은행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행동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은행권으로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6일 "50년 만기 주담대를 도대체 어떤 사람이 어떤 용도로 쓰고 있는지 관련 추이와 규모를 점검하고 있다"며 "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속도와 규모가 적절한지 그리고 소득 흐름 등 통제 관리 가능한 범위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DSR 규제를 차주들이 우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출자가 같은 조건에서 만기만 50년으로 늘리면 빌릴 수 있는 대출금액이 더 커진다.

현행 규제에서는 대출자가 만기를 장기로 설정해야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들어 그만큼 상환 능력 이상의 금액을 빌릴 수 있다. 가령,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주담대만 금리 4.45%로 받을 때 만기별 대출 가능액은 30년 3억3000만원, 40년 3억7300만원, 50년 4억원으로 증가한다.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DSR을 우회한다는 비판을 받자 은행권은 서둘러 행동에 나서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했던 NH농협이 이달 말 상품 판매를 종료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해당 상품을 2조원 한도의 특판으로 기획했는데 이달 말 한도가 소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Sh수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연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Sh수협은행은 24일부로 만 34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었다. 카카오뱅크는 25일부터 만기별로 연령 제한을 한다. 50년 만기는 만 34세 이하, 45년 만기는 만 35세 이상 39세 이하만 선택할 수 있다. 

당국의 규제예고에도 오히려 주담대 잔액이 늘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10일 기준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1조 2380억원이었다. 그러나 22일에는 2조 4800억원으로 잔액이 집계되면서 약 2배 가량 늘었다. 단 12일 만에 1조 2천억원 어치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팔린 것이다. 50년 만기 상품 판매가 곧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대중들 사이에서 막차를 타자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당국의 애매한 규제 예고가 오히려 '절판 마케팅'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찾는 차주들 대부분이 다달이 내야 하는 원리금 부담을 적게 하기 위해 최대한 만기를 길게 하려 한다"며 "50년 만기 상품이 등장한 이상 절판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더더욱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최근 늘어나는 주담대의 원흉이라는 비판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주담대 잔액이 늘어난 거지 50년 만기 주담대가 원흉이라고 볼 순 없다"고 밝혔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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