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자기자본 총액 60조 돌파…중소형사 증가폭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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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증권사, 자기자본 총액 60조 돌파…중소형사 증가폭 두 배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8.24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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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증권사 자기자본 총 60조원
한국투자증권 증가폭 가장 높아
11~20대 증권사는 10조원대 머물러
부동산PF 부담 등에 격차 확대 전망
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국내 10대 증권사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 총액이 상반기 60조원을 넘겼다.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하면서 자본 8조원으로 도약한 한국투자증권의 역할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 메리츠, 키움증권의 약진이 돋보였다.

동기간 자기자본 기준 11~20위 중소형사들의 자본은 10조원대에 머물렀다. 작년 말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대형사를 따라잡긴 역부족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조업에 비유하면 자기자본은 증권사에게 재화를 찍어내는 공장과도 같다”며 “영업이익과도 직결된 만큼 자기자본 규모나 순위는 업계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10대 증권사들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 총액이 60조원을 처음 넘었다. 작년 연말 대비 5조4548억원(6%), 전분기 대비 1조3237억원(2.2%) 증가한 60조644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역할이 가장 컸다. 지난 연말 그룹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27.18%를 인수하면서 작년 말 대비 1분기 자기자본이 16.1%(1조571억원) 증가했다. 또 지난 6월에는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추가 확충했다.

그 결과 별도 기준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기면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IMA는 고객 예탁금을 통합해 기업대출, 회사채에 투자하고 이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다음으로 큰 증가폭을 기록한 곳은 메리츠증권이다. 작년 말 대비 9.3%(4906억원) 증가한 자본 5.7조원을 기록했다. 지주사인 메리츠금융과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서 자기주식처분이익 2000억원이 발생한 요인이 컸다.

메리츠금융그룹 사옥
메리츠금융그룹 사옥

다만 메리츠금융의 '당기순이익 50% 주주환원책’에 따라 연내 자기자본 6조원 돌파는 어려워보인다. 목표액 달성을 위해 연 50%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17일 2800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금을 지주에 지급하기도 했다.

전 증권사 중 자기자본이 가장 큰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작년 말 대비 2.5%(2256억원) 증가한 9조3212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11조원을 넘는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한국투자증권에 자본 2위 자리를 넘겨줬다. 다만 지난 두 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세에 연내 자본 7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은 6조9682억원이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지난 1분기, 2분기 나란히 자본 6조원을 뛰어넘었다. 특히 KB증권은 지난 1분기 하나증권에 자기자본 6위 자리를 내줬지만 다음 분기 이를 곧바로 탈환했다. 

키움증권은 메리츠 다음으로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동기간 6.5%(2650억원) 증가한 4조3341억원이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면서 ‘초대형IB’ 인가에 도전할 수 있게 됐으나 지난 4월 CFD(차액결제거래) 사태 이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향후 경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모습과 달리 11~20위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총액은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10조원대에 머물렀다. 자기자본 총액은 지난 연말 12조5493억원에서 상반기 12조9393억원으로 3%(3900억원) 증가했다. 10대 증권사 증가폭의 절반이다.

앞줄 왼쪽부터 송의진 교보증권 경영관리실장,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이사, 김철우 교보증권 최고고객책임자,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 서성철 교보증권 WM사업부문장이 소비자중심경영 선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교보증권]
앞줄 왼쪽부터 송의진 교보증권 경영관리실장,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이사, 김철우 교보증권 최고고객책임자,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 서성철 교보증권 WM사업부문장이 소비자중심경영 선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교보증권]

대형사 대비 큰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대손 부담 등으로 당분간 이러한 격차를 좁히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반기 주식거래대금 증가 덕을 본 대형사와 달리 관련 고객기반이 약한 중소형사는 별다른 이익을 거두지도 못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사의 요주의이하자산이 2021년 말 대비 27.5% 늘어난 반면,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중소형사는 203.0% 증가했다.

기업금융(IB)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BN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의 중소형사는 반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각 54%, 51%씩 절반 넘게 반토막 나는 등 대형사 대비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편차는 존재했다. 모회사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중소형사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꾸준히 자본을 적립했다. 교보증권은 이달 이사회를 열고 최대 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금액은 총 2500억원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향후 종투사 인가 조기 취득을 위해 최대 주주인 교보생명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성장 동력인 토큰증권, 탄소배출권, 디지털자산 사업 등 영업 경쟁력 강화로 순이익 창출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이투자증권은 작년 DGB금융지주 인수 방식으로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 DGB금융 보증 회사채 3000억원 등을 발행하면서 레고랜드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조달한 바 있기도 하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도 중소형사 나름”이라며 “모회사 사업 전략에서 우선순위인 곳은 대형사 못지 않는 지원을 받는다. 이 안에서도 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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