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슬람이라는 신흥종교를 아시나요?”...현대차는 왜 팬덤이 부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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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슬람이라는 신흥종교를 아시나요?”...현대차는 왜 팬덤이 부족할까?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3.04.20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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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only 테슬라 vs. 내연기관차 and 현대차
-선택과 집중의 테슬라 vs. 다양성 고려한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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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X[사진=녹색경제신문]

테슬라가 19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약 233억 2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5억 1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에 테슬라 주가는 하락에 급락했고,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실적발표 전날에도 또다시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IRA 세액공제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려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테슬라 뿐만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정책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결정이라고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놓았다.

사실 지금 가격 인하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이다. 18일부터 현대차는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차량이 단 한 대도 없기 때문에 테슬라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가격 인하 정책이라도 써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현대차는 가격 인하 정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를 제조한다는 것 말고는 너무나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두 기업.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차그룹을 낱낱이 비교해봤다.

■ 체질부터 다르다 : 전기차 VS. 내연기관차

테슬라 기가 프레스[사진=인터넷 캡처]
테슬라 기가 프레스[사진=인터넷 캡처]

테슬라는 전기차만 생산한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필요한 부품도 적고, 투입되는 인력도 적기 때문에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테슬라의 기가 프레스(Giga Press)는 자동차 제조를 단순화하고 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가 프레스는 ‘다이캐스팅’ 방식이 적용된 기계로, 알루미늄을 녹여 틀에 부어 형태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철강 판재를 잘라 조각조각 붙여서 차체를 제작했지만 기가 프레스만 있다면 복잡한 과정없이 틀에 찍어내면 되는 것이다.

이 기계를 생산하는 곳은 전 세계의 단 2곳, 이탈리아의 ‘IDRA’와 중국의 ‘임프레스플러스’가 있는데 이들의 생산 능력은 연간 10여대 밖에 안된다. 그마저도 테슬라가 선점했기 때문에 지금 주문해도 최소 5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반면에 현대차는 내연기관차를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현대차도 전기차를 주력으로 생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체질적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다르기 때문에 현대차가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대차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주로 생산해 온 방식은 ‘컨베이어 벨트’다. 전기차보다 생산하고 조립해야 하는 부품도 많고, 그에 따른 인력투입도 많아졌다.

더 큰 문제는 컨베이어 벨트로 생산할 경우 여러 공정 중 하나에만 문제가 생겨도 공정 전체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 공정상 컨베이터 벨트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가 멈추게 되어 있다”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생산 방식은 생산 능력과 생산 비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차량 라인업 방식 : 선택과 집중 VS. 다양성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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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MODEL 3[사진=녹색경제신문]

테슬라의 차량 라인업은 모델 S·E·X·Y 단 4개다. 앞으로 테슬라가 더 다양한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국내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고 답했다. 테슬라가 차량의 메인 색상을 빨간색으로 내세우는 것과 모델명을 ‘S·E·X·Y’로 출시하는 것을 보면 답이 나온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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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모빌리티쇼 테슬라 전시관[사진=녹색경제신문]

얼마전 열린 2023 서울 모빌리티쇼의 테슬라 전시관에 겪었던 일이다. 테슬라 전시관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다소 썰렁했다. 전시된 차도 많지 않았고, 볼거리도 없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기꺼이 30~40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전시관에 입장했다.

기다림에 대한 짜증은 잠시 차량의 외부 디자인과 내부 디자인에 감탄했고, 심지어 현재 테슬라를 타고 있는데 너무 만족스러워서 다른 모델의 테슬라를 또 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신차 출시가 늦어지면 기업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신차 출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테슬라이기 때문에’ 이해를 하는 상황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현대차는 끊임없이 신차를 만들어낸다. 세단과 SUV는 물론이고, 소형·준중형·중형·대형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갖췄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보니 현대차 그룹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인게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라인업이 다양한 게 기업의 입장에서는 안좋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한 자동차 전문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차가 나오고, 다시 페이스 리프트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물론 소비자들은 상황과 목적에 따라 차량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약간의 페이스리프트로 가격상승폭이 커지면 소비자들은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출시한 코나의 경우에도 별로 바뀐 것은 없는데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페이스리프트가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슬라에서는 ‘테슬람’이라는 신흥종교 신봉자들이 등장했다. 테슬람은 테슬라와 이슬람을 합친 단어로, 테슬라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물론 테슬라 등장 초창기보다 테슬람의 수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 테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대차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국산차라서 서비스 받기 편해서 탄다는 사람, 국산차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차가 없어서 탄다는 사람 등은 있지만 현대차 자체를 좋아해서 탄다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판매량 3위의 현대차에게도 소비자를 넘어 추종자들이 생기는 날을 기대해본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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