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대전] 삼성의 TSMC 추격, 천문학적 투자만 해답일까?...인사시스템 지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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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대전] 삼성의 TSMC 추격, 천문학적 투자만 해답일까?...인사시스템 지적 목소리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3.16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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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300조 투입...TSMC 겨냥
-대규모 투자도 좋지만, 고질적인 문제 해결 급선무
-“성과 기반 인사체계 점검 필요, 파운드리와 맞지 않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 선두 TSMC 추격을 가속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정부가 조성한 용인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20년간 무려 300조원을 투입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내세웠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투자만이 TSMC 추격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파운드리 시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양사 간 점유율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보다 고질적인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녹색경제신문>은 삼성전자의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에서 미뤄볼 수 있는 향후 과제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부에 지적되는 인사시스템 관련 문제들을 짚어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300조원 투입...“완급조절·고객사 신뢰 구축도 함께 해야”

전날 정부가 발표한 경기도 용인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약 710만㎡ 부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전망이다. 삼성은 오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및 팹리스 등을 최대 150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은 “신규 단지를 기존 거점들과 통합 운영해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글로벌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계획을 두고 사실상 TSMC의 파운드리 추격을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이 짙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TSMC의 업력을 따라가기 힘에 부치자, 대규모 생산라인 투자 및 연구개발(R&D)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한다.

한희철 성균관대 시스템공학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이번 용인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관련 정부 발표는 사실 홍보를 위한 부분도 있겠지만, 삼성전자도 시황이나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투자를 안 하고서는 따라갈 수 없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는 우선 긍정적이지만, 그에 따른 완급조절과 고객사 신뢰를 구축하는 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희철 교수는 “투자하려면 일단 주문이 있어야 하고, 주문을 받으려면 케파(생산능력)가 돼야 하므로 사실 무엇이 먼저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라며, “그렇다고 케파는 되는데 공장을 안 돌릴 수도 없다. 반도체 공장이라는 게 주문이 없다고 멈출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를) 굉장히 신중히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대규모 투자 자체는 긍정적으로 봐야겠지만, 지금처럼 반도체 불황이 왔을 때 단기간에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는 등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며 삼성도 이를 인지하고 잘 알아서 판단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파운드리 업체들의 투자 경쟁이 과열되면서 반도체 공급과잉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박사는 “파운드리 케파증설로 초과 공급의 우려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TSMC·인텔 등) 다른 나라 업체들이 만들어서 공급하고 있을 때 국내에서만 공급이 없다면 그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삼성의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도)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 “성과 중심 인사시스템, 파운드리 사업에 맞지 않아” 현장 목소리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수백조원대 투자 방침과는 별개로, 회사 내부 인사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린다.

오랜 업력과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한 삼성의 전통적인 인사시스템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현장 소식에 밝은 한 고위 관계자 A씨는 <녹색경제신문>에 “삼성 파운드리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잦은 실무진 교체로 고객사가 불편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며, “이는 국내 소규모의 업체부터 글로벌 대형 팹리스까지 가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 내부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필요 이상의 잦은 인사이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평택 캠퍼스에 근무 중인 L씨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직 개편에 따라 반도체 사업부 내 인사이동이 이전부터 자주 이뤄져 왔다”라며, “부서에 또 새롭게 발령받은 실무진에게 반복해서 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일을 효율성이 떨어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성과 중심의 인사 제도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라며, “TSMC 같은 기업들은 한 분야에 몇십 년간 몸을 담그며 도사가 된 인력들이 넘치는 반면, 단기간에 성과가 없으면 잘라버리는 삼성의 시스템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실무 직원들은 물론 삼성의 파트너사들도 지적하는 문제이지만, 정작 경영진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내부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는 한편, 외부 우수 인재 영입의 적절한 병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TSMC의 린쥔청 전 연구개발처 부처장을 잦사의 DS부문 어드밴스드패키징(AVP)사업팀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한희철 교수는 “TSMC는 처음부터 파운드리 전문회사로 시작했고, 삼성은 종합 반도체 회사인데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해서 전문적으로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라며, “당연히 후발주자다 보니 과도기에서는 조직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인사 영입이 필요할뿐더러 여러 가지 내부 판단에 따른 시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기술이 나오면 이를 따라가기 위해 외부 인재 영입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와 함께 내부 인재 양성도 당연히 중요하다”라며, “삼성은 내부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며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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