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이해진 이수만 VS 김범수, 'SM 목장의 결투'는 'TIME' 융합산업 변화 '신호탄'
상태바
방시혁 이해진 이수만 VS 김범수, 'SM 목장의 결투'는 'TIME' 융합산업 변화 '신호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3.09 2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카카오, 주당 15만원에 에스엠 지분 공개 매수 선언
...하이브, 지분 확보 경쟁...물러설 수 없는 '극한 대결'
- 'TIME'은 Telecommunication, IT(정보기술), Media, Entertainment 의미
- 과거 개별 영역에서 하나의 'TIME' 융합산업으로 변화
- 김범수 vs 방시혁, 에스엠 인수에 따라 글로벌 시장 '독무대'

방시혁 하이브 창업자(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을 두고 서로 물러날 수 없는 'SM 목장의 결투'를 벌이고 있는데 '타임(TIME)' 융합산업의 변화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TIME'은 Telecommunication(통신), 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Media(미디어), Entertainment(엔터테인먼트) 앞 글자를 딴 용어로, 각각 산업이 독립된 영역이 아닌 하나의 산업 생태계처럼 융합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방시혁 의장은 에스엠 창업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이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GIO, 글로벌 투자 책임자)와도 전략적 제휴 관계라는 점에서 방시혁-이수만-이해진 '연합군'인 셈이다. 이에 맞서, 김범수 의장은 에스엠 경영진과 손잡고 '벼랑 끝 전술'로 결전에 임하고 있다. 

9일 엔터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이 주당 15만원에 에스엠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사생결단'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보유한 지분 4.9%에 공개매수로 35%의 지분을 주당 15만원에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가 지난 2월 공개매수에서 제시한 주당 12만원보다 25% 높은 가격이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자금은 1조2500억원에 이른다. 김범수 센터장이 에스엠 인수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전자+자동차 융합 처럼 'TIME'은 경계가 무너지면서 'TIME' 자체가 융합산업으로 변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왼쪽)과 방시혁 하이브 창업자

특히 방시혁 의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김범수 센터장은 IT 산업을 각각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에스엠의 글로벌 플랫폼과 콘텐츠를 놓고 누가 미래 시장의 승자가 될지 극한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전자+자동차 융합 처럼 'TIME'은 경계가 무너지면서 'TIME' 자체가 융합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김범수 센터장의 경우 에스엠 확보로 'TIME' 산업 시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고, 방시혁 의장은 이미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맞은 만큼 에스엠 인수로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 성장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기에 서로 사활을 건 싸음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타임(TIME)'은 융합 산업의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다. 가령 스마트폰은 TIME 산업의 한 단면이다. 스마트폰 안에서 신문과 방송을 접하고, 음악 영화 게임을 즐기고 연락도 주고받는다. 이미 세상은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IT 관련 기업들이 한 공간에서 합종연횡하면서 하나의 산업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타임워너와 AT&T의 합병은 TIME 산업의 단면을 보여준다.  통신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을 하나로 통합한 것. AT&T는 미국의 2대 통신 회사이고 타임워너는 할리우드 최대 영화사 워너 브러더스를 비롯해 케이블 TV 채널 HBO, 뉴스 전문 채널 CNN, 만화 전문 방송 Cartoon Network, 엔터테인먼트 케이블 텔레비젼 TBS 등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에스엠 경영권을 두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쩐의 전쟁'에 나선 것은 'TIME' 융합산업 시대의 '승자'가 되겠다는 자존심 싸움인 것이다. 

오일선 소장은 "네이버의 경우를 보면 유통이 중심인데 콘텐츠가 결합돼야 향후 TIME 융합산업의 큰 흐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이해진 GIO는 방시혁 의장과 김범수 센터장의 에스엠 지분 확보 전쟁에서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방시혁 의장 편에 서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 네이버와 동맹 관계 '방시혁-이해진 원팀'...김범수, 이해진과 동업자에서 경쟁관계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방시혁 의장과 이해진 GIO는 사실상 '원팀'이다. 네이버와 하이브의 동맹은 지난 2021년 1월 본격화됐다. 네이버는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체결, 빅히트 자회사인 비엔엑스에 4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비엔엑스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운영사로, 투자유치이후 사명을 '위버스컴퍼니'로 변경했다. 이후 네이버와 하이브는 브이라이브와 위버스의 통합작업에 나섰다. 

한편으로 김범수 센터장과 이해진 GIO는 삼성SDS 입사동기이며 사내창업 열풍에 1990년대 말 각각 한게임과 네이버를 창업했다. 네이버는 2000년 한게임과 합병해 NHN을 만들고 승승장구했다. 김범수 센터장은 이후 독립해 카카오를 세워 이해진 GIO와 경쟁관계가 됐다는 점에서 에스엠 인수전은 두 사람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기도 하다.

김범수 센터장과 방시혁 의장이 에스엠 인수에 혈안인 이유...글로벌 전략의 핵심

카카오와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에 혈안인 이유는 에스엠이 보유한 지적재산권(IP) 가치 때문이다. 에스엠은 국내 엔터업계의 맏형으로 1997년 HOT를 시작으로 K팝 아이돌 역사와 같은 IP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모두 에스엠의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K팝 아이돌이 창출하는 수익은 음원 판매, 콘서트 등은 물론 거대한 팬덤에 기반한 웹툰, 웹소설, 게임, 굿즈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네이버웹툰과 손잡고 BTS 멤버 7인이 범 사냥꾼으로 등장하는 웹툰 ‘세븐페이츠: 착호’를 공개했는데 이틀 만에 글로벌 조회 수 1500만 회를 기록했을 정도다. 

김범수 센터장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성공이 최대 목표다. 카카오가 각종 플랫폼 규제와 골목상권 논란에서 벗어서 내수기업 꼬리표를 떼야 하기 때문. 카카오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20%에 불과하지만 에스엠은  해외 매출이 62%에 달한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에스엠의 아이들 IP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김범수 센터장에게 에스엠은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에 있어 '마지막 퍼즐'에 해당한다.

카카오의 IT 기술과 플랫폼에 에스엠 IP를 합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기대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을 갖추고 있지만 K팝 영역은 많이 부족하다. 카카오도 자회사 스타쉽, 이담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시장에서 가수 아이유, 걸그룹 아이브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BTS는 물론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뉴진스 등을 보유한 하이브와 비교하면 상대가 안된다. 

이수만 에스엠 창업자

방시혁 의장도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에스엠 인수가 절대적이다.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면 BTS, 엑소, 세븐틴, NCT 등 세계적인 K팝 그룹을 보유한 초대형 기획사로 도약한다. K팝 음반 판매 상위 15개 가수 중 9개가 하이브 소속이 된다. 더욱이 K팝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한다.

하이브는 2021년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 팝스타가 소속된 미국 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를 9억5000만 달러(약 1조2310억)에 인수했다. 올해 2월에는 힙합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가진ㄴ QC 미디어 홀딩스(QC Media Holdings)를 인수했다. 릴 베이비(Lil Baby)와 릴 야티(Lil Yachty), 미고스(Migos), 시티 걸스(City Girls) 등의 쟁쟁한 아티스트가 QC 미디어 홀딩스 소속이다.

방시혁 의장은 에스엠 인수를 통해 수익 다각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음악 이외 배우, 모델 등 다양한 연예계 영역에서 수익이 가능하다는 것. 하이브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67%가 BTS가 소속된 빅히트뮤직에서 나왔다. 하이브는 BTS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얘기다. 에스엠을 인수하면 음악뿐 아니라 연예계 전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에스엠은 강호동, 신동엽 등 엔터테이너, 한혜진 장윤주 등 모델, 유해진 고아성 등 배우 라인업까지 갖추고 있다. 

한편, 하이브는 에스엠 보유지분이 15%를 넘어선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은 심사 대상이 아니지만 하이브가 소액주주를 상대로 최대 25%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혀 지분율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는 두 회사의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과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 효율성 증대 효과 등을 놓고 심사한다. 심사 결과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공정위는 주식 일부를 처분하도록 하는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오일선 소장은 "에스엠 경영권 향배는 거대한 산업 변화 흐름의 일환인데 카카오의 지분 확보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공정위 심사도 또 다른 변수이긴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사례도 있어 부정적인 것은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