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김범수, 카카오 '비욘드 코리아' 위기에 이재용 삼성준법감시위 벤치마킹..."준법경영 통제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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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김범수, 카카오 '비욘드 코리아' 위기에 이재용 삼성준법감시위 벤치마킹..."준법경영 통제 필요한 시점"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11.01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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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배재현 총괄 구속 등 잇단 악재
...김범수 센터장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 등 비상경영 최고단계
- 김범수 등 경영진 20명 비상 회의...준법경영 독립기구 논의
- 김범수 "최근 상황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한다"
- 전문가들, 막혀있는 M&A 시장 활성화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준법경영 독립기구를 통한 해법 마련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도입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는 점에서 삼성SDS 출신이었던 김범수 센터장의 이력이 소환되기도 한다.

김동한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성장기 도약기를 거치며 주가 하락, 오너 리스크, 데이터센터 화재 등 여러 위험요인에 노출됐다"며 "준법경영 기구는 1등주의 삼성의 사례를 통한 대책의 시작이며 앞으로 경영관리능력이 중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윤리 강령 등 각종 대응방안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검찰과 협의해 김범수 센터장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사경은 김범수 센터장 사무실을 물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 카카오 측에 자문을 제공한 법무법인 율촌 등의 압수수색을 통해 하이브 공개매수 방해 작전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는 것.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트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SM) 경영권 인수 경쟁 당시 2400억원을 투입해 SM 주식을 대량 매수하는 등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은 검찰에 넘겨졌으며, 이 중 배재현 총괄은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2곳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만약 김범수 센터장까지 구속될 경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유치와 인수합병(M&A)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달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선 후 조사를 받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센터장의 시세조종 개입 여부 조사 성과에 대한 질문에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카카오는 그간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내수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해외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며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전략을 발표했다. 그리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카카오브레인(인공지능), 카카오헬스케어(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뉴이니셔티브'라고 명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1조1000억원을 들여 타파스(웹툰)와 래디쉬(웹소설)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10.2%에서 지난해 19.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리고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SM을 인수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카카오가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해외사업 영역 확장과 엔터 강화 전략에 나섰다가 위기에 처한 형국"이라며 "단기간에는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더욱 문제"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김범수 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 명이 참석한 경영 회의에서 준법경영 독립기구 마련 등 대책을 논의했다. 

김범수 센터장은 "(시세 조종 혐의와 관련된)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한다"며 "더 강화한 준법 경영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사경이 카카오와 주요 경영진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후 김범수 센터장이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카카오, 최고 비상경영 단계 상황...김범수 센터장 등 참석 경영 회의 매주 열어 구체적 방안 확정 예정

김범수 센터장은 그간 카카오와 각 계열사 'C레벨(최고위급 경영진)' 인사를 통제하는 방안에 대해 특히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범수 센터장은 "카카오가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와 관련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0월 23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카카오는 먼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해 1월 1조2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뒤 SM 인수 추진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 등 문제를 자체 조사할 방침이다. 카카오의 계열사 조율 기구인 CA협의체도 최근 회의에서 "회사가 충분히 위험 요인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외부 기구에 의해 위험 요인 점검 및 통제받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기구를 통해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경영 시스템 준비에 나선 셈이다. 법조인과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등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는 것. 

삼성 준범감시위는 2020년 2월 출범 후 이재용 회장의 '4세 승계 포기 선언' 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범수 센터장은 1998년 한게임 창업 전 6년간 삼성SDS에서 근무했다는 인연이 있다.

카카오는 현재 상황을 최고 비상경영 단계로 인식한 가운데 김범수 센터장과 주요 계열사 CEO, CA협의체 부문별 총괄 등이 참여하는 경영 회의를 매주 열어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시장에서의 M&A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원활한 M&A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산업 시장 발전을 위해 M&A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감독원, 국회 등은 (법적 처벌에만 매몰되지 말고) 미국식 사모펀드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 M&A 활성화 제도적 장치를 포함한 발전 방향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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