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사이언스] 우리는 유전자들의 지배를 받는 생존기계다...'이기적 유전자'(리차드 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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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사이언스] 우리는 유전자들의 지배를 받는 생존기계다...'이기적 유전자'(리차드 도킨스)
  • 한익재 기자
  • 승인 2017.05.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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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진화생물학자이며 대표적인 무신론자인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책, 영향을 미친 저서 등에 빠짐없이 오르내리며 유전학과 동물학을 대중화시킨, 20세기를 대표하는 역작이라 칭할만한 몇 안되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쉽다는 것이다. 최신 현대 생물학과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면서도 복잡한 숫자와 알파벳 하나 없이 마치 소설책처럼 쉽게 이해하게끔 썼다.

도킨스는 자신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유전자가 진화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좀더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이기적 유전자』(1976)다.

여전히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결정론적 생명관, 즉 유전자가 모든 생명 현상에 우선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 책은 여러 동물과 조류의 실제적인 실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도 이기적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해 프로그램된 기계에 불과한 것인지 논리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더 나아가 생명체 복제기술이나 인간의 유전자 지도의 연구로 여러 가지 질병의 정복 가능성이 높아지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유전자의 영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지금,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은 학습이나 경험과 같은 후천적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인간 중 어느 것이 인간 본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선언한다. 인간이“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램된 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생물학계를 비롯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곧 세기의 문제작이자 화제작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30년 동안 이어진 학계와 언론의 수많은 찬사와 혹평 속에 이 책은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과학계의 고전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이며, 자기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이를 연장한 개념인 '밈'(문화 유전) 이론과 후속작 '확장된 표현형'의 선구적인 개념도 제시한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주요 쟁점(성의 진화, 이타주의의 본질, 협동의 진화, 적응의 범위, 무리의 발생, 가족계획, 혈연 선택 등)과 방대한 현대 연구 이론과 실험(게임 이론,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의 진화 실험, 죄수의 딜레마, 박쥐 실험, 꿀벌 실험 등)을 보여준다.

저자는 유전자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40억 년 전 스스로 복제본 사본을 만드는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이 고대 복제자의 운명은 어떠했는가? 그 복제자는 절멸하지 않고 생존기술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 복제자는 오래 전에 자유로이 뽐내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복제자들은 거대한 군체 속에 떼지어서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 있다. 그것들은 원격 조정으로 외계를 교묘하게 다룬다. 그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으며, 그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저자 : 리처드 도킨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진화생물학자 및 대중과학 저술가이다. 그는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대중의 과학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지의 교수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하고, 노벨상을 받은 동물행동학자인 니코 틴버겐의 제자로 일찍부터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아이디어를 발표해 왔다. 그는 1971년「네이처」지에 뇌세포 사이에서도 자연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뉴런이 죽어 가는 방법 패턴과 기억 메커니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상천외한 발상과 아이디어를 발표하여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과학 저술가로 인정 받는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들은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도킨스는 동물행동학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의 인접 분야와 고전문학, 시 등의 일반 교양 그리고 수많은 사회 현상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폭이 넓다.

도킨스는 생물학 뿐만 아니라 무신론, 진화, 창조주의, 지적 설계론 및 종교에 대한 관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창조주의와 지적 설계론에 대한 가장 확고하고 단호한 비판가 중 한 사람이다. 1986년에 출판된 그의 책 『눈먼 시계공』에서 그는 시계공의 비유(복잡한 시계가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듯이, 복잡한 유기체들도 그들을 만들어낸 지성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를 비판하고, 진화의 과정이 어떻게 '눈먼' 시계공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그 외에도 그는 여러 권의 대중과학서를 집필했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해서 위의 주제들을 다루기도 했다.

 

한익재 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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