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보다 완벽한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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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보다 완벽한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해...
  • 한익재 기자
  • 승인 2017.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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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인공지능로봇 데이빗.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적 대결을 통해 제대로 불이 붙었다. 이제 전 세계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으로, 그 중점에 있는 AI는 헬스케어, 스피커, 주식투자, 자율주행차 등 각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정부는 지능정보기술이라는 명칭을 내걸고 정부 주도의 AI 연구개발(R&D) 투자에 직접 나섰다. 2016년 출범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대표적인 예다.

AI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들과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힘을 합쳐 AI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리나라가 AI 응용에 치우친 투자만으로, 기초과학, 수학 등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의 발전이 균형잡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뇌 모방한 AI…딥러닝으로 날개를 달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인간이 만든 컴퓨터로 인간의 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으로 요약된다. '인간의 지능이 컴퓨터로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접근이 바로 인공지능 연구의 역사인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는 끓어올랐다가 갑자기 식는 패턴을 반복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컴퓨터로 특정 문제를 푸는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 1차 붐을 맞았고, 1980년대 '지식'을 컴퓨터에 학습시키는 접근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2차 붐을 맞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계학습법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3차 붐이 시작됐다.

기계학습은 기존의 추론이나 지식 표현과는 달리 데이터를 확률적, 통계적으로 분석해 활용하는 개념이다. 인간의 뇌 신경망 회로를 흉내 내는 '신경망' 연구는 기계학습 발전에 큰 힘을 실어줬다.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로 이뤄진 인간의 뇌는 시냅스를 통해 전기 자극을 전달한다. 전기 자극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인공 신경망 네트워크는 인간 뇌의 뉴런이 정보와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을 모사한다.

하지만 기계는 데이터가 포함한 내용의 '특징'을 파악하는 능력에는 한계를 보였다. 기계학습에 입력되는 정량적인 지식에는 여러 가지 변수(특징)가 포함될 수 있는데, 이 변수를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판단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학습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인 '딥러닝(심층학습)'은 캐나다 토론토대학 제프리 힌튼 교수가 제시했다. 힌튼 교수는 2012년 열린 세계적인 이미지 인식 경진대회인 'ILSVRC'에서 '슈퍼비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타 연구기관을 압도했다. 힌튼 교수의 딥러닝은 인공지능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구글 인공지능 딥마인드와 이세돌 9단간 세기의 바둑대결.

딥러닝이 기계학습과 가장 다른 점은 컴퓨터가 스스로 '변수(특징)'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또 여러 겹으로 포개진 인간의 뇌를 모방해 신경망네트워크 구조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만들어 인공지능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AI 가능케 하는 원천은 기초과학과 수학

딥러닝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on Network)'을 구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인간 뇌의 뉴런과 시냅스 연결을 수십 개의 인공신경망으로 구현해 컴퓨터로 제어하는 것이다. 가상의 뉴런을 시뮬레이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같은 인공신경망을 컴퓨터 하드웨어로 구현하려면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개발할 응용수학, 통계학을 비롯해 뉴런과 시냅스로 연결되는 뇌지도를 구축하는 신경과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겉으로 드러나는 인공지능은 애플의 시리, 구글의 딥마인드, IBM의 왓슨, 마이크로소프트의 캡션봇, 페이스북의 딥페이스 등으로 일종의 소프트웨어에 불과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무수한 수학적 논리와 알고리즘, 컴퓨터 구조 연구 등 다양한 기초과학이 바탕이 되고 있다.

실제로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개발자들의 백그라운드를 살펴보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는 22세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비디오게임 회사를 설립해 많은 게임을 출시했다. 2009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딥마인드를 창업했다.

또 다른 창업자인 레그의 연구 분야도 컴퓨터과학과 수리과학이다. 레그는 영국 UCL 개츠비 컴퓨테이셔널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으며 인공신경망, 강화학습(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해 능력을 강화하는 것) 등에 정통한 전문가다.

이처럼 컴퓨터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로 드러나는 AI는 단순하지 않다. 수학과 통계학, 컴퓨터사이언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국양 서울대 교수(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는 "AI 구현의 핵심은 편미분방정식"이라며 "수학 연구도 제대로 안되는데, AI 기술 투자가 알찬 결실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확률론, 통계학이 알파고에서 구현된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이나 '컨볼루션 신경망'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계산량이 많아지고 복잡해질수록 깊이 있는 수학 영역의 비중이 커진다.

최근에는 학습을 통한 신경망 연결 강도를 조절하고 최적화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다변수함수의 편미분이 중요해지고 있다. 딥러닝의 전단계인 기계학습 전반에서 이런 최적화 문제가 발생하며 수학자와 전산학자 간 협력 연구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IBS 산하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박형주 소장은 "20세기에는 물리학이 수학의 발전에 영향을 줬듯, 21세기에는 전산학이 수학 연구의 방향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본다. 전산학에 새로운 기법의 추상적 사유와 수학에 대한 연구가 결합돼야 빠르고 효율적으로 AI 기반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인공신경망 연구 전쟁은 '뉴로모르픽'으로 옮겨 붙을 것

AI 컴퓨터가 고도화될수록 사용하는 전력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인간의 뇌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는 하루에 20와트(W) 미만이다. 사람이 하루 3끼니를 먹었을 때 만들어내는 열량의 40%를 뇌가 사용하는데, 이를 전기에너지로 환산하면 약 20W에 불과하다. 반면 1000개가 넘는 CPU를 사용하는 인공지능 '알파고'는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구글 알파고의 경우 1200여 개의 컴퓨터 CPU로 시간당 56kW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효율적인 측면에서 알파고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아날로그 반도체라고 불리는 '뉴로모르픽(Neuromorphic)' 연구가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 뉴로모르픽을 둘러싼 연구 경쟁이 촉발할 것이라는 얘기다. 인간의 뇌를 하나의 칩에 담는 개념인 뉴로모르픽 구조의 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다면 적은 전력으로도 뛰어난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는 국내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앞장서고 있다. IBS의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은 2차원 반도체 신소재로 인간의 뇌 속 시냅스를 모방한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뇌 속 시냅스는 2개의 돌기(소자의 전극에 해당)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신호의 잔상을 남겨 기억을 저장한다. 뇌는 이 같은 시냅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적은 에너지로도 고도의 병렬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IBS 연구진은 기존 3개의 전극을 갖는 플래시 메모리 구조에서 저장 전극을 없애고, 시냅스처럼 2개의 전극으로 신호 전달 및 저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TRAM(터널링메모리)을 구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터널링 메모리 구조는 상용화돼 있는 실리콘 메모리에도 곧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또 소비 전력이 낮고, 물질적 안정성이 높으며, 신축성이 좋은 2차원 나노물질만을 사용해 기존 메모리 소자(PRAM, RRAM) 대비 1000배 높은 신호 정밀도와 고무와 같은 신축성을 지원한다.

이영희 단장은 "앞으로 터널링 메모리를 시냅스로 사용해 뇌세포의 신호 전송 방식을 그대로 모방한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후속 연구가 완성되면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디지털기기에서 알파고와 같은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소비와 발열은 낮추면서도 성능은 월등한 차세대 반도체를 제작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단장 : 염한웅)은 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한 개씩만 이동시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원자선을 발견해 2015년 10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하 150℃ 이하의 저온에서 부도체인 인듐 원자선이 전자를 하나씩 옮기는 '카이럴 솔리톤(chiral soliton)'이라는 새로운 전하수송체를 가지는 것을 발견했다. 전자 하나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하나씩 옮기는 극소형 저전력 소자 응용의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원자선은 진공상태에서 실리콘 표면에 1~2㎚로 형성되는 금속선으로, 선폭이 원자 1~3개 수준으로 매우 가늘다. 원자선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원자선의 성질을 이용해 전력소비와 발열을 크게 줄인 소자를 만들 수 있고, 궁극적으로 집적회로의 소형화를 앞당길 수 있으며, 이는 뉴로모르픽 칩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출범한 양자나노과학 연구단(단장 :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역시 AI의 발전에 기반이 될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원자의 양자적 특성과 제어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는데, 이는 양자컴퓨팅을 구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 1000년이 걸리는 계산을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해 4분 만에 답을 낼 수 있는 획기적인 처리방식을 구사한다. 하인리히 단장은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요소인 원자를 연구함으로써 기초과학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익재 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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