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STX중공업 대신 HSD엔진 인수 나선 이유...빨라지는 김동관·동원·동선 '3세 경영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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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STX중공업 대신 HSD엔진 인수 나선 이유...빨라지는 김동관·동원·동선 '3세 경영승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2.18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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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SD엔진 인수 급선회…"대우조선해양과 사업 시너지 더 높아"
- 신사업 재편으로 김동관 부회장 그룹 내 영향력 확대 전망
- 3세 승계는 진행형…차남 김동원 사장 승진·삼남 김동선 홀로서기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열쇠를 쥔 한화에너지가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세계 2위 선박용 엔진 제작사 HSD엔진 인수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STX중공업 대신 HSD엔진 인수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3세 경영승계 작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어 관심이 증폭된다.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에너지·석유화학·방산 등 주력 사업과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부문을,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전무)이 유통·레저·호텔 사업을 맡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HSD엔진을 인수할 경우 조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신사업 재편으로 김동관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기여할 전망"이라며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나이가 70대에 접어들면서 최근 3세 경영승계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임팩트는 17일 HSD엔진의 현 최대주주인 인화정공으로부터 HSD엔진 주식 1544만2480주을 1374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무

또 한화임팩트는 HSD엔진과 신주인수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신주 1190만3148주를 89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한화임팩트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구주와 신주를 합쳐 총 3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본 계약은 오는 4월경 체결할 계획이며 이후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거치면 3분기 중 인수가 완료된다. 

한화그룹이 HSD엔진 인수로 전환하면서 HD현대와 맞붙었던 STX중공업 인수전에서는 손을 떼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한화 측은 “STX중공업은 중소형 엔진 전문기업이지만 HSD엔진은 이미 중·대형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며 “STX중공업보다는 HSD엔진을 인수하는 것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HSD엔진은 세계 선박용 저속엔진 시장을 현대중공업과 과점하고 있고 경영권 가치는 5년 사이에 3배가 뛰었다. 인화정공이 포함된 웰투시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두산중공업으로부터 HSD엔진의 전신인 두산엔진 지분 42.66%를 822억원에 사들였다.

HSD엔진은 현대중공업 엔진부문, STX중공업과 함께 글로벌 3대 선박용 엔진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선박 엔진은 통상 선박가액의 1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한화가 HSD엔진 인수에 나선 것은 앞서 인수를 발표한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도 고려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선박 엔진을 구매하는 주 거래처가 HSD엔진이고, HSD엔진의 주요 고객이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HSD엔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이 회사 가장 큰 매출처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이며 매출액 비중이 25%에 이른다. 

HSD엔진은 수주 잔고가 2조3494억원에 이른다. 2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한 상태다. 올해 들어서도 삼성중공업과 중국 대형 조선소들로부터 2000억원대 물량을 수주잔고에 추가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임팩트 지분 52.07%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한화그룹 조선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예상된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  지분 100%를 보유한 승계구도 핵심 회사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HSD엔진까지 인수하게 되면 자체 생산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또 한화임팩트 산하의 가스터빈 개조 회사인 PSM의 기술과 HSD엔진의 엔진 제조 역량을 결합해 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HSD엔진 인수 후 사업 구상에 대해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HSD엔진 인수가 마무리 되면 자체 생산 기술력으로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토탈 선박 제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서 “해양 분야 탈탄소화에 따라 주목받게 된 ‘선박용 친환경 엔진’ 개발 역량도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그룹의 경영승계 작업은 김동관 부회장에 이어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전무에게도 착착 진행되는 모양새다. 

한화생명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5부문, 8본부의 편제를 3부문, 13본부로 변경하면서 김동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설된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겸임하도록 했다.

김동원 사장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법인을 두고 있는 한화생명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한화생명 측은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CGO를 신설했다”고 강조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리더들과 회의 중인 모습

또 김동선 전무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분할을 통해 홀로서기에 나선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갤러리아 부문 인적분할의 건을 가결했다. 이번 분할로 한화솔루션의 사업목적에는 갤러리아 사업부문에 해당하는 ▲백화점 및 도·소매업 ▲신용카드업 ▲백화점 위탁운영업 ▲담배소매업 등을 삭제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기존 비즈니스 영역 외에 유통 서비스 부분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한화솔루션은 인적분할로 기존 주식을 약 9(존속 한화솔루션) 대 1(신설 한화갤러리아) 비율로 나눈다. 한화갤러리는 오는 3월 신규 상장해, 주당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할 예정이다. 올해 분할이 완료되면 갤러리아 부문은 2021년 4월 한화솔루션에 합병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분리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갤러리아부문 인적분할은 김동선 전무의 경영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 일환"이라며 "한화그룹 내 갤러리아 부문의 지배구조가 한화→한화갤러리아 형태로 보다 단순해져 승계 작업도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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