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화주 입장만 반영하고 운송사·개인차주 외면...파업확대 우려"...물류전문가 지적
상태바
"정부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화주 입장만 반영하고 운송사·개인차주 외면...파업확대 우려"...물류전문가 지적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3.02.08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구교훈 교수 "정부 案, 화주·운송사 간 운임 강제성 없고, 운송사·차주 간에만 강제성 ...화주 최저가입찰하면 운송사는 무슨 돈으로 정당 운임 지급?"
- "정부, 막대한 예산 들여 DTG 장착해놓고 사후관리 미흡...의무 확대가 능사 아냐"
- "운임委, 운수·차주 위원 2명 줄이고 국토부 위촉 공익은 2명 늘려...국토부가 결정권 쥐어"
- 원희룡 장관 "화물운송산업, 비정상적 기생구조 타파...핵심은 지입전문회사 퇴출"..."정부, 20년 동안 뭐했나?"

정부가 최근 발표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이 화주의 입장만 반영하고 운송사와 개인차주들은 외면해 향후 화물연대의 파업 확대가 우려된다는 물류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구교훈 교수 [사진=녹색경제]
구교훈 교수 [사진=녹색경제]

구교훈 (물류학박사)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부 겸임교수는 7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방안은 지난 2004년 화물차 허가제 도입이후 약 2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정부가 해야할 지입제 폐지, 번호판거래 폐지, 화물운송시장의 수급조절,  화물운송다단계 규제, 화주의 갑질 등 많은 문제와 이슈들에 대한 해결책은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지난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대한 책임을 개인차주들에게 전가하려는 안이한 태도를 드러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 案, 화주->운송사 지불 운임 강제성 없고 운송사->차주에만 강제성...화주가 최저가입찰하면 운송사는 무슨 돈으로 차주에게 정당 운임 지급하나"

구교훈 교수는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표준운임제는 화주가 운송사에게 지불하는 운임에는 강제성이 없고 운송사가 차주에게 지불하는 운임에는 강제성을 부여했다. 그러면 화주는 최저가경쟁입찰을 통해 운임을 낮출 수 있고, 운송사들은 무슨 수로 차주에게 정당한 운임을 지급할 수 있겠느냐"고 짚었다. 

정부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요약 [자료=국토부]

"정부, 막대한 예산 들여 DTG 장착해놓고 사후관리 미흡...의무 확대가 능사 아냐"

이번에 정부가 정기적 운행기록장치(DTG) 자료 제출 의무를 기존 위험물 운송차량과 노선버스 외에 대형 화물차에도 확대 적용해 모니터링 하겠다는 사안에 대해서도 구 교수는 날을 세우며 차주들의 의무만 늘리지 말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이미 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정부지원+운송사+차주의 부담으로) 의무적으로 DTG를 장착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후관리 미흡으로 고장시 수리비와 데이터비용의 차주부담문제, 3~4년 경과시 차라리 DTG를 새로 교체하는 게 낫다고 해서 다시 신규 투자를 해야 하다보니 운송사나 차주나 힘들어졌다. 또한 화운법에 의거 DTG의 운행기록을 교통안전공단의 시스템에 입력보고하게 했고, 교통안전공단은 이 DTG의 운행기록 결과의 분석자료를 운송사와 차주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여태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결국 DTG 역시 차주들만 힘들게 만든 기기로 전락했다"며 "이번에는 정부가 제대로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임委, 운수·차주 위원 2명 줄이고 국토부 위촉 공익은 2명 늘려...국토부가 결정권 쥐어"

구 교수는 이번 표준운임제 운임위원회가 국토부가 운임결정권을 쥐게 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이번 표준운임제 운임위원회의 구성을 기존 안전운임제 위원회(공익 4명, 화주 3명, 운수사 3명, 차주 3명)에서 공익 6명, 화주 3명, 운수사 2명, 차주 2명으로 변경해 차주와 운수사 대변 위원수는 줄이고, 국토부가 위촉하는 공익위원의 수를 2명 늘림으로써 최저임금위원회처럼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핵심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 국토부는 화주들의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 보여 더욱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번 정부의 안전운임제 시행 효과가 거의 없다는 주장은, 실제로 교통연구원이 조사한 기대효가 분석 자체가 실증적인 분석이 아닌 차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기반한 것으로 안전운임제 시행 2년차까지의 내용으로 정책의 안정화 시기인 3년차의 효과는 누락된 것"이라면서 "과속과 과적의 통계를 제시하려면 안전운임제 해당 품목인 컨테이너 화물차와 BCT 화물차에 한정해 통계를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터가 빈약한 조사결과를 놓고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른 기대효과가 별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운수사가 투명·공정하게 운영하는 운송중개 플랫폼 통해 화주·차주 직거래해야"

구 교수는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포스코그룹의 물류기업인 포스코플로가 시행하는 운송중개 플랫폼은 화주와 차주가 직거래하고, 운송사가 적정 수수료를 받고 이를 운영 관리하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운법상 명시되어 있는 '화물운송가맹사업'과 '화물정보망사업' 제도를 활용해 투명하고 공정한 운송중개 플랫폼을 통해 화주와 차주가 직거래하고 중간에 운수사(운송사)가 화물운송중개플랫폼의 관리운영 기능을 수행하면, 화주가 차주에게 지불하는 실제 운임은 합리적 수준이 될 수 있고, 운수사는 적정한 수수료만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日, 표준운임제 시행 중...개인차주 거의 없고, 공정거래 규제 감시 철저, 공공운임 모니터링 지속"

구 교수는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면 개인차주를 운송사들이 고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도 표준운임제를 도입 시행 중인데, 일본은 개인차주가 거의 없고 운송사에 소속된 차주들이 대다수인데다,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제와 감시가 철저하고, 공공운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개인차주가 많은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화물차도 택시터럼 미터기를 장착해 거리와 화물량으로 요금을 산정하면 화주, 운송사, 차주 간에 갈등할 이유도 없고, 택시처럼 운임 요율에 대해 신경쓸 일도 없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차주는 화주의 소중한 화물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잘 운송해서 갖다주는 일에만 전념하게 하고, 운임이나 부대비용, 요율 등은 정부가 제도를 잘 만들어서 택시처럼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장관(우측 두번째) [사진=원희룡 SNS 갈무리]

원희룡 장관 "화물운송산업, 비정상적 기생구조 타파...핵심은 지입전문회사 퇴출"

이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정부 방안의 핵심은 지입전문회사 퇴출이라며 '화물운송산업, 비정상적인 기생구조를 타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원희룡 장관은 "번호판 장사를 비롯해 부당한 요구로 발생하는 비용이 화주와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면서 "비정상적 기생구조를 막기 위해, 지입계약 과정에서 회사의 갑질을 막고, 운송기능 없는 회사는 적극적 감차에 나선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손대지 못했던 ‘지입제’를 근본부터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안전운임제는 폐지하고 ‘표준운임제’를 도입한다"며 "말로만 안전운임이고,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회피한 채, 떼법 논리로 시장을 왜곡하며 운송비용만 올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표준운임제를 통해 화주와 운수사 간 운임을 강제하지 않는 가이드라인 방식을 도입해 시장기능을 회복하겠다. 또한, 운수사가 차주에게 지급하는 운임은 강제 보장함으로써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진짜 약자, 진짜 노동자는 두텁게 보호하겠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기반으로, 화물운송산업을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지입전문사 퇴출은 바람직하지만, 정부는 여태 뭐했나 묻고 싶어"

구 교수는 이번 조치에서 이른바 '번호판 장사' 지입전문회사들을 퇴출시키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지금까지는 뭐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화물집하도 안하고, 화물차 번호판을 확보해 번호판대와 지입수수료, 관리비, 대폐차시 다시 번호판대를 요구하는 '번호판 장사' 관행을 폐지하자는 말은 2003년 이후 지난 20년간 있었다. 그 동안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1980년대 초 화물차 25대 이상이어야 운송사등록이 가능했다. 그로 인해 당시 운송사를 (번호판 포함해서) 사들이는 경우가 빈번했고, 운송비를 내리기 위해 이후 5대로 기준을 낮췄고, 나중에는 1대로도 운송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개인차주 시대를 연것도 정부다. 2003년 첫 화물연대운송거부사태 때 화물차 번호판 공급제한 조치로 차주들의 번호판대 부담을 늘리고, 이를 계속 허가제로 묶어 번호판 값을 높여 온 것도 정부다. 또한 화물운송시장의 다단계거래를 방치해왔던 것도 정부"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잘해보겠다는 의지는 읽히지만,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