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전기차 보조금 두고 소비자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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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전기차 보조금 두고 소비자 갑론을박
  • 장지혜 기자
  • 승인 2023.02.07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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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금 늘어야 친환경차 늘고 인프라 갖출 수 있어
- 정비 시스템·충전 시설 미비한데 규모만 늘려
전기차 충전소 [사진=녹색경제신문]
전기차 충전소. [사진=녹색경제신문]

규모의 경제로 시장 확대를 이뤄가는 전기자동차가 인프라 확충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앞으로 어떤 모양새로 성장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정부가 ‘2023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전기차 보급 확대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전기차 보급 확대도 필요하지만 인프라 설비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전기차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보조금 영향이 컸지만 이제 보조금 역할이 전기차 보급 확대뿐 아니라 소비자 편의 향상 등 전기차 시장의 질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년 전기차 인프라와 관련한 목소리는 계속 제기돼왔다. 비싼 전기차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 지원 등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제대로 된 정비 시설이나 충전소가 없어 운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운전자 윤 씨는 “최근 지방에 갈 일이 있었는데 길어야 3시간 반 정도 갈 거리를 충전 시간까지 고려하고 나니 6시간 정도가 걸리더라”라며 “지방으로 이동할 때 전기차 충전 시간까지 고려하면서 운전해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도로 위에 전기차가 늘면서 충전시설 자체는 늘었지만 급속 충전소는 몇 군데 없어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윤 씨의 설명이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유 씨도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은데 근처에 충전소나 정비 시설 등이 잘 갖춰있지 않아 차를 못 바꾸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서울이 아니라 제주에 살았다면 이렇게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시장이 진짜 성장하려면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좋지만 구매하고 나서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에 결함이 발생했을 때 제때 대응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특히 해외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경우 결함이 있어도 바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생애 첫 차로 수입 전기차를 구매한 김 씨는 차량을 구매하고 얼마 되지 않아 결함이 발생하는 일을 겪었다. 하지만 더욱 당황한 것은 국내에서 수리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는 점이었다.

김 씨는 “가장 당황스러웠던 게 서비스 센터 측에서도 스캔해서 고장 코드가 나오면 그 사진을 찍어서 본사에 보내는 것 말고는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사람도 없고 전기차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더라”라며 “미국에서 프로그램이 와야 수리가 가능하며 해줄 수 있는 것은 대차 서비스라는 말만 되풀이했는데, 자기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차량을 정비소 한쪽 구석에 박아두고 있었다”라고 호소했다.

전기차 보급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전기차 정비망이나 전문 인력 등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전국 전기차 정비소는 1300여 곳으로 일반 정비소 대비 4%에 불과하다.

김필수 교수는 “국내의 정비업소 약 4만 5000군데 대부분이 전기차 정비가 불가능하여 전기차 교육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일 정도”라며 “최근 제대로 된 정비시스템과 충전 인프라도 갖추지 않은 채 보조금을 등에 업고 판매에만 급급한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500만원 미만이던 보조금 전액 지급 지원기준은 올해 5700만원 미만으로 개편됐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배터리 가격이 인상되고 그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 압력도 높아지면서 상향된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및 소상공인은 보조금 산정 금액의 10%를 추가 지원하되, 초소형 전기 승용차는 추가 지원을 20%로 확대했다.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기차 확대를 위해 차량 구매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정부의 조치다.

일부 전기차 운전자들은 “친환경차 구매에 혜택을 많이 줘야 차주가 늘고, 그래야 인프라가 깔리면서 경제적인 방향이 된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장지혜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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