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 최악의 메모리 불황] 벼랑 끝 반도체업계, 누가 살아남을까?...삼성 전략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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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 최악의 메모리 불황] 벼랑 끝 반도체업계, 누가 살아남을까?...삼성 전략 주목하는 이유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3.01.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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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없다’ 삼성, 초격차 전략 승부수...“원가경쟁력 자신감”
-타겟은 중국업체? 美 제재로 ‘이중 악재’ 불가피, 도태 위험
-“후발주자 죽이기 전략? 삼성이라서 가능한 독자적 판단”
-불황 속 日·美 대형 인수합병도 주목...“기대 이상 효과 어려워”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무려 13년 만에 돌아온 세계 최악의 메모리 불황에 직면했다.

반도체 재고는 줄어들 생각을 안 하고, 무섭게 떨어지는 메모리 가격은 어디가 저점인지 가늠조차 어렵다. 부채 비율이 높은 업계 특성상, 전 세계를 뒤덮은 고금리·고물가 상황은 너무도 부담스럽다.

이처럼 벼랑 끝에 선 기업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풀가동하고 있다. 생존전략이라 하면 결국, 전략에 실패할 시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제3차 반도체 치킨게임’이 발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누군가는 도태돼 없어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 큰 선두업체로 올라갈 수 있다.

2023년 시작된 이번 치킨게임의 신호탄은 삼성전자가 쏘아 올렸다.

30일 국내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에 다다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비롯한 시장 선두 기업들도 지난해와 올해 약 13~14년 만에 적자전환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은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삼성만이 올해도 생산량 감산은 없을 거라고 못을 박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독자노선이 추후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계기가 될지,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평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전히 삼성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감산 없다’ 삼성, 후발주자 죽이기 위한 초격차 전략?

“삼성이라서 가능한 독자적 판단”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요즘 같은 혹한기 속에서 기존 생산 계획과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미 SK하이닉스·마이크론·키옥시아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메모리 기업들은 올해 생산량 감축을 공식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반도체 전문가 A씨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에 있으며, 그간 선제 투자, 특히 D램에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도 가장 먼저 도입했던 기업”이라며, “반도체 산업이라는 것이 투자 이후 어느 정도 감가상각이 이뤄지고 나면 그다음부터 이익이 급증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은 원가경쟁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생산량과 투자 계획을 유지하기로 한 삼성의 결단은 소위 초격차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여진다”라며, “시황을 놓고 보면 당장은 손해가 나고 재고도 많이 쌓인 사태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용 등 측면에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판단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D램의 경우 소위 ‘치킨게임’을 거쳐 업계가 재편됐고, 지금은 업계 1·2·3위만 살아남게 됐다. 삼성은 이러한 방식을 재현해 당장은 조금 어렵더라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1위를 굳히자는 생각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두 번에 걸친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승리를 경험한, 더군다나 경쟁사 대비 기초체력과 원가경쟁력에서 크게 앞선 삼성전자로서는 충분히 가능성 높은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은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한 게 호황기에는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라며, “이러한 업앤다운 사이클에 의존하기보다는 삼성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일관적으로 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삼성의 이 전략이 과연 성공할지, 어떨지는 두고 볼 수밖에 없지만, 내부 자체적으로는 리스크가 크더라도 그만큼의 보상이 충분하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볼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中 기업들, 美 제재로 ‘이중 악재’ 불가피

“삼성, 중국 타겟으로 한 건 아닐 것”


중국 CXMT 본사 전경. [사진=CXMT 홈페이지 캡처]
중국 CXMT 본사 전경. [사진=CXMT 홈페이지 캡처]

특히, 최근 미국 정부의 무역 제재로 피해를 체감 중인 중국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한때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메모리 시장의 신흥강자로 부상했지만,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굴복해 생산 및 기술개발에 발목을 붙잡힌 것이다.

중국 최초 D램 생산에 성공한 창신메모리(CXMT)는 현재 핵심 장비인 EUV 노광장비 반입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며, 현지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사 양쯔메모리(YMTC)의 경우 3D 낸드 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그렇다고 삼성의 투자전략이 단지 중국업체만을 타겟으로 한 ‘후발주자 죽이기’라는 관측에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A씨는 “중국은 이미 미국으로부터의 제재와 압박을 굉장히 심하게 받고 있다”라며, “삼성은 경쟁사가 도태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뿐더러, 이번 전략으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유리하게 가져오겠다는 생각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중국이나 다른 업체를 의식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독과점 문제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다. 국내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경쟁사가 도태되는 게 꼭 삼성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회사마다 시황에 따라 나름 대비책을 갖고 있다”라며, “삼성도 이것저것 다 따져봤을 때 감산을 인위적으로 하기 보다는 기존 생산력을 유지하면서 투자를 지속해나가는 전략이 추후 경기가 풀렸을 때 유효하게 작용 할거라고 내부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키옥시아-WD 등 대형 인수합병도 주목

“시장 확대되지 않는 이상, 기대 이상 효과 어려워”


일본 키옥시아의 낸드 생산라인. [사진=키옥시아 홈페이지 캡처]
일본 키옥시아의 낸드 생산라인. [사진=키옥시아 홈페이지 캡처]

한편, 이러한 메모리 불황 속 굵직한 인수합병(M&A) 소식에도 귀가 기울여진다. 대표적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4위에 머무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간 합병 가능성이다.

숫자적으로만 따지면 양사의 M&A가 성사될 시 낸드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낸드 점유율은 키옥시아가 20.6%, WD가 12.6%로, 이를 합치면 33.2%로 1위인 삼성전자(31.4%)를 넘어서게 된다.

다만 양사의 합병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뿐더러, 합병하더라도 기대하는 효과 이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짙다.

A씨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지금도 상호 간 협력관계로 볼 수도 있을 만큼,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이런 측면에서 서로 시너지를 높이고자 M&A 협상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전략이 항상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대형 M&A가 업계 밖에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시장이 더 확대되지 않는 이상 곧바로 ‘원 플러스 원’ 효과 이상이 크게 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업체의 M&A 얘기는 그전부터 계속 나오긴 했다. 갑자기 시황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 다시 부각되는 상황인데 이것이 시장의 전체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할지, 아니면 오히려 불황이 지연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으며 금세 이뤄질 거 같지도 않다”라며, “게다가 독과점 문제 때문에 각국 정부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삼성의 타 기업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론, 규모의 경제다 보니 원가를 절감하고 전반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인수합병 전략이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라면서도, “다만 삼성은 지금 인수합병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로서는 아쉬운 게 없으니까 고려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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