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곡선이 돌아온다…“이제 고용지표를 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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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곡선이 돌아온다…“이제 고용지표를 볼 시간”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1.11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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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부터 필립스 곡선 평탄화
펜데믹 이후 유효성 부각…한은 “정확한 답 없다”

“경제가 좋아지면 물가가 올라가고, 당연히 인력이 부족하니까 임금이 올라가고 물가가 오르지 않겠나. 또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게 실업자가 많아지고, 마찬가지인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고용과 물가 간의 반비례적 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 이론이 다시금 유효성을 띨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고용을 중심으로 한 물가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필립스 곡선은 1958년 런던정치경제대학 윌리엄 필립스 교수가 만든 이론으로 실업률(고용)과 명목임금(물가)이 상충 관계(trade-off)임을 뜻한다. 한마디로 고용과 물가를 한 번에 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수요가 늘어날 경우 기업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고용을 늘린다. 고용수요가 늘어나면 실업률은 내려가고, 명목임금(물가)은 올라간다. 이를 그래프(y축 실업률·x축 물가)로 나타내면 우하향하는 곡선(curve) 모양이 나타난다.

필립스 곡선을 활용한 사례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리는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다. 그는 지난 1970~1980년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정책을 단행했다. 그 결과 물가는 단단히 잡았지만 실업률은 두 자릿수까지 올라갔다. 미국을 비롯한 한국 등의 중앙은행이 기초로 삼는 사례다.

실업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경기 기초체력이 약해진다는 뜻으로 곧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금리인상 정책을 두고 경기침체 우려가 뒤따라오는 이유다.

다만 1970년대 미국에선 필립스 곡선이 설명력을 잃은 적 있다. 실업률은 올라갔지만 물가가 내리지 않고 되레 상승했기 때문이다. 수요가 아닌 공급 요인이 물가를 밀어 올린 탓이다.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이다.

코로나19 이후 고유가, 공급망 병목현상 등으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이 같은 스테그플레이션 양상을 띤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스테이플레이션은 일시적이었고 공급문제가 해소되면 다시 기울기를 회복하곤 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출처=한국은행]<br>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출처=한국은행]

다른 이유로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가 평탄화되기도 했다. 세계화와 기술혁신 등으로 생산성이 향상된 탓이다. 공급이 늘면서 상품 가격은 내려가지만 고용은 제자리에 멈춘 이유다.

다만 기술혁명도 고금리 시기에 속도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기술혁명도 계속은 되겠지만 고금리 속에서 속도는 둔화될 것이다. 결국 필립스 커브는 돌아오게 될 것”이라며 “그때가 비로소 고용을 물가안정의 타깃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나온 연구(‘지역별 자료를 이용한 필립스곡선의 추정’)는 필립스 곡선이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나타낸다. 

한국은행 송상윤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지역별 패널자료를 이용하여 필립스곡선을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 필립스곡선의 기울기는 공급충격의 통제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 상황이 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필립스 곡선이 유효하다는 건 통화정책에서 더 이상 물가와 고용(경제성장률)을 함께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뜻한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한국은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일정 부분 낮췄지만 2~3%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필립스 곡선에 대한 각계 의견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섰다가 물가와 고용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한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평탄화된 필립스곡선 등을 볼 때 기준금리 인하가 고용창출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등 기존 정책목표도 벅찬 상황에서 고용안정까지 얹으면 지나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에 한국은행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해 말 기자 간담회에서 "(저물가 국면에서) 필립스 커브가 사라진 게 아니냐는 의견 많았으나 팬데믹 이후 달라졌다”며 “인플레가 다시 도래하니 하이 인플레이션 레짐(고물가 체제)으로 돌아와 필립스 커브가 유효하다 주장이 다시 나왔다. 이런 주장들을 더 살펴봐야 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직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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