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짓는 원자력 ETF 상장, 친환경 마케팅 논란…"사회적 합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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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짓는 원자력 ETF 상장, 친환경 마케팅 논란…"사회적 합의 없어"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0.14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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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 등 국내외 원전 투자 ETF 출시
친환경 마케팅 논란…K-텍소노미 아직 미확정
국내 환경단체 “현 정부 원전사업은 그린워싱”
EU도 내부갈등 여전…무효화 소송 진행
[출처=그린피스]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친환경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KB자산, NH-아문디 등 국내 자산운용사 3곳이 국내외 원전 사업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친환경 상품으로 마케팅하면서 논란이다. 

이들 운용사가 내건 근거는 지난 7월 원전을 친환경 투자로 인정한 EU(유럽연합) 택소노미다. 그러나 최근 오스트리아 등 EU 회원국이 이에 반발하여 유럽사법재판소에 무효화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형 택소노미 원전 포함여부는 아직 최종 확정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6일 열린 환경부 공청회에선 “현 정부의 원전사업은 그린워싱”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 드러났다. 특히 최근 월성원전 1호기 오염수 누수사건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갈등은 더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 ETF 총 3종 상장…친환경 마케팅 논란


[출처=KB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13일 국내 3번째 원자력 테마 ETF를 출시했다. ‘KBSTAR 글로벌원자력 iSelect ETF’다. 글로벌 원전 벨류체인에 투자하는 기업으로 국가별 비중은 미국(48.23%), 한국(20.92%), 영국(19.30%) 순이다. 

앞서 지난 6월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은 국내 첫 원자력 ETF를 상장했다. KB자산운용과 달리 국내 원전기업에 100% 투자하는 점이 차이다. 

문제는 이들 자산운용사가 원전을 모두 친환경 테마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KB자산운용 측은 “기존 운용 중이던 'KBSTAR Fn수소경제테마', 'KBSTAR 글로벌수소경제Indxx',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에 이어 원자력ETF 출시를 통해 친환경 ETF라인업이 한층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과 달리 원전을 둘러싼 국내외 사회적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세 자산운용사가 원자력 ETF를 친환경으로 분류한 근거는 ‘EU(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다. 앞서 유럽의회는 지난 7월 원전을 녹색투자로 포함하는 택소노미안을 채택했다.

다만 일부 EU 회원국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오스트리아는 현지시각 7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EU 택소노미 무효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전 포함이 “그린워싱”이란 이유 때문이다. 룩셈부르크 등 다른 회원국도 이에 동참할 뜻을 밝히며 갈등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택소노미는 최종 확정조차 안 돼...섣부른 마케팅 비판


[출처=환경부]

국내에선 아직 원전을 포함한 택소노미 개정안이 확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이들 운용사가 국내 원자력 기업을 친환경으로 분류한 것을 두고 성급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6일 환경부가 개최한 관련 공청회에선 “녹색분류체계가 신뢰를 잃으면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사업은 ‘그린워싱’의 전형”(에너지전환포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2031년 포화될 예정. 만약 사고가 나면 환경이나 안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한 적 있느냐(환경운동연합)”는 등 이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국내 자산운용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정권에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발전량을 30%까지 늘린다고 발표했다”며 “(이러한 정책 등에 근거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택소노미 편입근거 중 하나인 원전 안전성도 최근엔 정당성을 잃고 있다. 지난달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누출된 정황이 파악됐다. 그린피스는 성명을 내고 “공개된 영상과 사진은 원안위 조사단이 수조의 실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수조 내 냉각수와 핵연료를 완전히 드러낸 뒤 대규모 보수 공사를 시행해야 할 응급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인이나 법인이 원자력 ETF에 투자한 금액이 그룹사 친환경 실적에 반영될 경우 이들 지주사도 그린워싱 비판을 빠져나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그룹은 KB자산운용이 취급하는 친환경 테마 ETF 잔액을 모두 ESG 금융실적에 포함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2030년까지 목표로 내건 ESG 금융액은 100조원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원전은 친환경 섹터로 분류되는 등 국제적으로 녹색에너지로 인정받고 있다. 그린워싱이란 비판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사실상 국내에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원전 택소노미 편입은 시간문제”라며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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