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ESG 투자 손 놓았나…국감서 드러난 의지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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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ESG 투자 손 놓았나…국감서 드러난 의지박약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10.1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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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죄악주 5조3000억원 투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끈 옥시 투자 17배 늘려
11일 국감서 더딘 탈석탄 정책 질책
김태현 이사장 “ESG 투자 소극적이지 않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출처=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이 관리하는 국민 노후자금 5조원 가량이 술, 담배 등 이른바 죄악주(Sin Stock)에 투자되면서 논란이다. 과거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영국 옥시 본사 투자액을 지난 10년간 20배 가량 늘리며 공단 책임투자 기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지난 9월 말 기준 환경부를 통해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는 7793명이다.

또 다른 문제는 더딘 탈석탄 정책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석탄발전 투자를 제한하는 탈석탄 선언을 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석탄 투자액은 더 늘었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관련 질의에 공단 측은 “금년말까지 단계적 제안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죄악주 5조3000억 투자…옥시 투자액 17배 논란


[출처=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한 해 술, 담배, 도박과 관련된 죄악주 기업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외 죄악주에 총 5조292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죄악주 투자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약 700억원 늘어난 1조6856억원이다. 차례로 KT&G 8787억원, 강원랜드 3931억원, 하이트진로 2177억원 순이다.

해외 죄악주에는 전년보다 약 2000억원 줄어든 3조8089억원을 투자했다. 다만 2017년(2조6589억원)과 비교해 약 40% 늘어난 규모로 국내와 달리 매년 투자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남 의원은 "국민은 술, 도박,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매년 수조원의 국민건강보험료와 병원비를 지출한다"며 "국민연금이 죄악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가 된 죄악주 투자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이끈 영국 옥시 본사 투자다. 올 1분기 기준 국민연금의 옥시 레킷벤키저 투자액은 3291억원으로 2011년 대비 17배 가량 늘었다. 특히 책임투자 원칙을 세운 2016년(1546억원) 이후 투자액이 2배 이상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11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위탁운용투자를 제외한) 공단이 직접 투자한 규모가 984억원, 지난 11년 전과 비교해 27배가 넘는다”며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국민 건강을 해친 가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어떤 답변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기 전이라”는 등 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여야 더딘 탈석탄 정책 질타…김 이사장 “금년말까지 논의하겠다”


[출처=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

또 다른 죄악주 영역 중 하나는 석탄 투자다. 11일에 열린 보건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국민연금의 더딘 탈석탄 정책시행을 질타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이행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석탄투자액은 지난해 말 전년대비 1조6700원 가량 더 늘었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을 한 지 1년 6개월이 됐지만 사실상 선언만 있고 아직 정책 수립은 답보 상태”라며 “실제로 탈석탄 선언 이후 연구용역만 끝냈을 뿐 석탄 투자기준, 이행방안 설정 등 이와 관련한 어떤 것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탈석탄 정책과 관련해 공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을 두고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한 원론적 답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단이 최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은 “필요한 경우 의결을 거쳐 지침을 개정할 수 있다”, “이행 방안이 마련되면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등 불명확한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공단으로부터) ‘석탄 채굴·발전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나 별도 분류 기준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탈석탄 선언 이후 이를 기금운용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해본 적이 있느냐. 용역보고서만 나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러한 비판에 김 이사장은 “(공단은 국내외와 비교해) 소극적이지 않다”며 “복지부에서 의견수렴을 하고 있고 금년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단계적 제안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국감에선 국민연금의 ESG 책임투자 원칙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강훈식 의원은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ESG 평가점수는 100점 만점 중 1점”이라며 “(공단이 직접 세운) 책임투자 원칙과 다르게 위탁운용사 선정과정부터 운용, 대체투자까지 ESG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의원은 “(해외기업) 책임투자지침이 없다 보니 레킷벤키저와 같은 사회적 해악기업에 대한 주주행동이 매우 소극적인 것”이라며 관련 지침마련을 요구했다. 이러한 비판에 김 이사장은 “올해까지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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