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펀드 판매' 신뢰 잃는다...직접투자 나선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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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펀드 판매' 신뢰 잃는다...직접투자 나선 개미들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2.09.23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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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피해 끼쳐
개인투자자, 해외 파생상품 투자 손실 막대
미국 증권거래소. [출처=Reuters]
미국 증권거래소. [출처=Reuters]

은행권의 잘못된 펀드 판매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은행을 통한 펀드 투자를 놓고 신뢰가 추락한 가운데, 전문지식을 갖춰 해외 주식 등을 대상으로 직접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2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불완전 판매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에서 72억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이 라임펀드를 파는 과정에서 설명확인 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투자자에게 투자설명서를 교부하지 않은 일도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사모펀드 투자 광고 규정 역시 위반했다. 일부 영업점은 고객에게 사모펀드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준법감시인의 사전확인도 받지 않았다. 사모펀드 투자 광고는 전문투자자에게만 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기도 했다.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1억원 미만인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도 광고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도 잘못된 펀드 판매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피델리스펀드'는 싱가포르 무역회사인 에이피스가 바이어에게 받은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코로나19로 무역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확보가 되지 않아 투자금 상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일로 발생한 총 피해 규모는 1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의연대와 신한 피델리스펀드 피해자 대책위원회,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신한은행이 상품설명서와 다르게 펀드를 설명해 소비자들을 기망했다"면서 "신한은행이 투자 대상과 수익구조, 글로벌 무역 금융회사의 보험 가입 여부, 판매회사의 지급 보증 등 펀드 안전장치를 속여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이 판매하는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발길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2분기 펀드 판매 수수료는 97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310억원)보다 25%가 감소했다. 수익률 역시 평균 -23%대를 기록하면서 향후 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직접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튜브를 통해 차트분석 등 투자와 관련한 전문지식을 얻기 쉬워지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져 굳이 은행을 통하지 않아도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 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은행에서 펀드를 통해 수익을 본 일이 거의 없는데 직접투자를 시작하면서 수익률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금리인상으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튜브를 통해 향후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해외주식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30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2030세대는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해외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0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일각에서는 직접투자에 큰 리스크가 따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수익률을 크게 높이기 위해 파생상품을 거래할 경우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의 해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4677조4992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가 해외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이유로는 현물 투자와 달리 가격이 하락해도 수익을 낼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나스닥100,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원자재, 통화 등을 기반으로 하는 선물·옵션 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다만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518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파생상품에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어 향후에도 손실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우리나라 시중은행에게는 해외 파생상품으로 이탈한 개인투자자들을 다시 포섭하는 일이 과제로 주어졌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펀드의 안전성을 높이고 충분한 상품설명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뒤를 따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일어난 펀드 관련 이슈로 인해 은행권의 펀드 판매가 인기를 잃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다수의 시중은행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여 펀드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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