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해상운임 '피크아웃' 맞나...높은 장기계약 운임·환율 상승이 '변수'
상태바
[팩트체크] 해상운임 '피크아웃' 맞나...높은 장기계약 운임·환율 상승이 '변수'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9.07 09:5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라스 얀센 베스푸치마리타임 CEO "선복량부족 해소...운임 계속 하락할 것"
- "장기계약 운임 최고 수준...전체 물량의 70% 차지" 반론도 만만치 않아
- "통상 SCFI 1000이 해운업계 BEP...피크아웃 보다는 연착륙이 맞는 표현"
HMM의 세계최대급 컨테이너 2호선 '오슬로'호의 만선 출항 모습. [사진=HMM]
HMM의 세계최대급 컨테이너 2호선 '오슬로'호의 만선 출항 모습 [사진=HMM]

국제해상운임을 대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해상운임이 정점을 찍고 하향하는 것(피크아웃, peak out)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물운임 동향을 나타내는 SCFI는 지난 1월7일 5109.6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2일에는 전주보다 306.7하락한 2847.6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선복량 부족과 해상운임 폭등으로 장기계약이 크게 늘어 해운업계의 호실적은 내년 2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선복량 공급 확대도 환경규제와 조선업계의 인력난 등으로 여전히 변수가 많아 장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6개월간 주가변동 추이 [자료=구글 금융]

국제해운사들 주가 일제히 하락...HMM, 시총 10조 밑으로 

이처럼 SCFI가 하락하자, 고공행진하던 해운업체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HMM과 같은 동맹인 독일 하파크로이트의 주가는 16%하락했고, 대만 해운사들도 약 50%에 이를 만큼 큰 하락폭을 보였다. 

국적해운사인 HMM(사장 김경배)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해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9조9764억원을 기록하면서 10조원 밑으로 하락했다. 특히,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면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라스 얀센 베스푸치마리타임 CEO "선복량부족 해소...운임 계속 하락할 것"

해상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지난 2년 동안 해상운임이 폭등한 원인이었던 선복량 부족이 해소됐다는 판단이 근거다. 

지난 2일(현지시간) 해운전문매체 로드스타에 따르면, 라스 얀센 베스푸치마리타임 최고경영자는 "지난 2년 동안 치솟은 해상 운임의 원인이었던 선복량 부족이 해소됐으며 운임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얀센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나치게 높은 해상 운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선복량 부족)이 이제 완전히 사라졌으며 추가 약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 해운분석업체 드류리의 WCI는 40피트(1FEU)당 7583 달러(약 1000만원)로 아시아·북유럽 구간에서 5% 추가 하락을 기록했고, 해운업체들은 만선을 위해 큰폭의 할인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지난 주 중국 출발 물량은 오는 11월까지 유효한 고정 요금을 적용했으며, 현재 FEU당 6000 달러(약800만원) 미만으로 선복량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1년전, 중국에서 북유럽의 앤트워프와 로테르담의 경우 약 1만4000 달러, 영국은 1만6000 달러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그러면서도 "지난 2020년 9월 상하이에서 로테르담까지는 1FEU당 약 2000 달러에 불과했다. 해운업체들은 운임이 다시 이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해상운임 상승이 시작된 시점에 비해서도 여전히 3배 정도로 운임이 높고,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해운업체들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SCFI는 지난 2020년 7월(25주차) 1015를 찍으면서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 

장기계약 운임은 여전히 최고 수준...전체 물량의 70% 차지·여전히 상승 추세

이처럼 현물요금은 하락하고 있지만, 유례없는 선복량 부족을 겪은 대부분의 주요 화주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분기에 걸쳐 해운업체들과 장기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해상운임이 최고조였던 시기에 계약한 장기계약은 전체 운송물량의 70%에 달한다. 하락 중인 현물운임 물량은 전체 30%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정상운임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6일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HMM 등 국내 주요 해운업체들의 장기계약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이는 운임지수의 영향을 직접 받는 현물요금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적다는 의미다. 

또한, 유력한 해운분석기업 제네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장기계약 해상운임은 지난 7월 대비 4.1%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12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상승추세다. 

제네타는 "최근 현물 요금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굴지의 해운사들이 또 다른 풍부한 이익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제네타의 해상운임 지수인 제네타쉬핑인덱스(XSI)에 따르면, 새로운 장기계약 운임이 현물 운임 하락에 따라 주요 거래 경로에서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장기계약 운임이 만료되는 계약을 상당히 낮은 운임으로 대체하면서 모든 화주들이 지불하는 평균 운임은 여전히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련한 해운분석가로 평가받는 존 맥코운은 최근 "상위 11개 해상 운송업체가 올해 2560억 달러(약 350조원)를 벌어들일 것"이라며 "이는 지난해 해운업계가 올린 1480억 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수익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통상 SCFI 1000이 해운업계 BEP...피크아웃 보다는 연착륙이 맞는 표현"

2012년부터 지난주까지 SCFI 변동 [자료=트래드링스/녹색경제]

지난 2009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SCFI는 1000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로 해운업계에서는 SCFI가 1000정도라면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한 운임수준으로 본다. 사실상의 손익분기점(BEP)인 셈이다.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현물운임도 여전히 정상적인 수준에 비해 거의 3배 정도에 이른다. 

해운업계 전문가는 "해운업계 손익분기점은 대개 1000정도로 본다.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이 지속된 기간에는 SCFI가 몇년 동안 1000에 이르지 못했다. 낮을 때는 40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피크아웃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운임수준이 너무 높다"면서 "연착륙을 통해 정상화로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올해 약 11조원, 내년 6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조원 이상 올린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3년간 2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법인세 감면·환차익 변수...내년부터는 IMO환경 규제로 실질 선복량 감소 우려도

HMM은 해운업체여서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상반기 약 6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HMM이 납부한 법인세는 약 20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1조1800억원이 넘는 환차익을 올려 상반기 포괄 손익은 7조2550억원에 달했다.

이는 해운업이 아니라면 10조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려야 가능한 수익 금액이다. 

HMM이 보유한 달러가 늘고 있고 환율이 오르는 추세여서 하반기 환차익은 상반기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6일 종가 기준 환율은 1 달러당 약 1380원으로 2분기말 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또 한가지 변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다. 해운산업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3%를 차지할 만큼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규제가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해운업계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대다수 선박의 운항속도를 10% 정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실질 선복량은 감소될 수 밖에 없다. 2025년부터는 에너지효율에 따른 등급제를 실시하고 효율이 낮은 선박은 퇴출된다. 

이처럼 선복량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조선업계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인력난 등으로 조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력빼가기 등으로 잡음이 나오고 있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물운임이 빠르게 떨어지는 이유는 해운업체들이 운임을 깍아줘도 워낙 이윤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내년부터 환경규제로 선박운항속도가 줄면 예상보다 선복량 감소효과가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지스 2022-09-07 14:28:50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최종문 2022-09-07 12:20:13
속이 후련한 기사입니다. 메이저신문에서도 이 기사를 발췌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9-07 12:07:28
힘이 되는 기사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