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꿈’의 주4일제 도입 가능할까?…‘임금삭감’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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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꿈’의 주4일제 도입 가능할까?…‘임금삭감’ 관건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8.22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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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9월 총파업…주4.5일제 요구
여론은 부정적…“소비자 불편 더 커져”
임금삭감 여부도 관건…“노·노 합의 필요”
[출처=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가 주4.5일제를 요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에 돌입한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근무시간 감소에 따른 은행 영업시간 단축 등의 소비자 불편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최근 비대면 금융이 확산되며 은행은 주4일제 시행이 가능한 체질로 변하고 있다. 관건은 임금삭감 여부다. 노조 측은 일자리창출 효과가 있는 만큼 사측이나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금이 삭감된다면 이를 받아들일 직원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은행이 비용을 들여 몸집을 줄여나가면 나갔지 이를 키우진 않을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금융노조, 9월 총파업…주 4.5일제 도입 vs 소비자 불편 가중


[출처=금융노조]

금융노조가 다음 달 총파업에 돌입한다. 2016년 이후 6년여 만이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주4.5일제(주3 6시간 근무)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은 코로나19로 점포 운영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 만약 주4일제가 도입되면 이마저 더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 권익단체 컨슈머워치는 “은행 영업시간이 1시간 단축돼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크다. 은행은 소비자를 위한 영업을 해야 한다. 금융노조의 주장을 인용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며 은행권에 대응을 촉구했다.

작년 주4일제 근무도입을 알린 영국 아톰뱅크. [출처=아톰뱅크]

다른 선진국에선 은행도 주4일제를 도입하는 분위기다. 영국 인터넷은행 아톰뱅크는 지난해 11월 주4일제를 은행권 최초로 시행했다. 주4일 간 34시간을 근무한다. 영국 채리티뱅크도 지난 6월 주4일제 실험에 돌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4일제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결과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2015~2019년 전국적인 주4일제 근무실험을 했다. 그 결과 기존 생산성이 유지되고, 노동자들의 일과 삶 균형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면서비스 영역이 좁은 두 은행(아톰, 채리티뱅크)과 일반은행을 비교하기엔 한계가 크다. 국내에서 주4.5일제 시범운영을 예고한 신한은행도 이들과 달리 주40시간 근무총량을 유지하는 재택·유연근무제 혼합 방식을 고려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몸집이 더 무겁다. 주4일제 도입을 위해 대형수술이 필요하고 초기엔 고객들이 우려하는 부작용도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삭감 없이 가능할까…노동자 64%, 임금삭감 시 주4일제 반대


2020년 금융인력기초통계. [출처=금융위원회]

비대면 금융이 확산되며 국내은행들도 주4일제 도입이 가능한 체질로 바뀌고 있다. 은행원 1인당 업무량은 매년 줄고 있다. 2018년 167.2시간이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20년 157.3시간으로 약 10시간 감축됐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삭감 여부다. 현재 노동자 측은 임금삭감 없는 주4.5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비용은 사측이나 일자리창출 등을 위해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 원장은 지난 1월 금융노조 주최 토론회에서 "정부가 유인책으로 10% 이상 일자리를 신규 창출한 기업에 8%의 면세 혜택을 주면된다"며 "기존 직원과 신규 직원 간의 평균 임금 차이가 2% 이상이므로 총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금삭감이 불가피할 경우 노동자간의 합의가 관건이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조사에서 노동자 64%가 임금 감소 시 주4일제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20대 48%, 30대 55%, 40대 63% 등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금융경제연구소 현은주 연구원은 ‘은행권 주 4일제 도입 관련 기초분석’ 보고서에서 “주52시간 내로 근로시간을 단축 시 임금감소에 대해 감수할 의향에 대해 질문한 답변에서 절대 감수할 의향이 없다는 비율이 약 52%였다”며 “은행권 근로자 간에도 공통된 견해로 수렴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 연구원은 “(주52시간 도입) 당시보다 성별 다양성이 확보되고 세대 간 일과 생활 균형에 대한 견해 격차가 커졌다는 점에서 노·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금을 삭감하면 이에 동의할 직원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노조가 주4일제 도입을 지금처럼 불명확한 방식으로 요구하니 이르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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