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역풍이 분다…美 공화당 주정부, ESG 보이콧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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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역풍이 분다…美 공화당 주정부, ESG 보이콧 가속화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8.1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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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웨스트버지니아주, 5개 금융기관 거래제한
ESG 투자정책 때문…타 공화당 주정부 동참
대권 잠룡 론 드산티스 “ESG는 불공정거래”
대형 금융기관, 공화당 달래기…”투자중단 없다”
미 공화당 소속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2024년 차기 대권 유력주자로 손꼽힌다. 지난달 ESG 투자를 불공정거래로 규정한 법안을 제안했다. [출처=론 드산티스 SNS]

“당신들이 우리와 거래하길 거부한다면 우리도 사업을 주지 않겠다.”

“ESG 투자를 통해 극좌 정책을 지지하고,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고, 미국인들의 물가를 인상한다.”

ESG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미 전역에서 하나둘 터지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지난달 블랙록, JP모건 등 대형 금융기관의 주 금융활동을 제한했다. 석탄산업을 보이콧(불매)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ESG 투자행위를 불공정 거래로 간주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더 큰 파장을 우려한 대상 금융기관들은 공화당 주정부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美 웨스트버지니아주, 대형 금융기관 보이콧…탈석탄 정책 반발


웨스트버지니아주가 JP모건체이스의 주 금융활동을 제한한다고 통보한 서한. [출처=웨스트버지니아주]

미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지난달 블랙록,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5개 금융회사를 주 당국 주관사업에서 배제했다. 이들 기관이 석탄산업에 적대적이란 이유 때문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미국에서 석탄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주다. 석탄 및 화석연료세는 주 수입원에서 세 번째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관은 최근들어 신규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지원을 줄여왔다. 기후위기에 국제사회가 탄소중립 어젠다(의제)를 채택하며 금융환경 또한 이를 따라갔기 때문이다.

최근 5년(2017~2021년)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투자 추이. [출처=IEA]

이러한 움직임에 텍사스주는 작년 석유, 가스회사를 차별하는 금융기관을 보이콧하는 내용의 법률(TX SB13)을 채택했다. 이를 따라 웨스트버지니아주도 지난 3월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

다른 공화당 주지사들도 관련 입법을 추진하며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차기 대선 잠룡으로 손꼽히는 플로리다 론 드산티스 주지사는 지난달 “ESG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제안했다. ESG 투자행위를 불공정 거래로 간주하는 게 골자다.

물론 이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작년 텍사스주가 ESG 보이콧 법안을 제정한 이후 JP모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기관 5곳이 주 지방채 시장에서 철수했다. 

펜실베니아대학 다니엘 개렛 교수는 이에 따라 텍사스주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최대 5억32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렛 교수는 지난 7월 발표한 연구에서 “이들 인수자에게 의존했던 텍사스주는 법안 시행 후 더 높은 차입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기관, 공화당 달래기 진땀…ESG 정책 후퇴하나


플로리다주가 지난달 제안한 대(對) ESG 정책법안. [출처=플로리다주]

이렇게 공화당 주의 표적이 된 금융기관들은 공화당 달래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이번 제재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지만 다른 주로 제재가 확산될 경우 파장이 겉잡을 수 없기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웨스트버지니아 재무부에 서한을 보냈다. “최근 5년간 화석연료 회사에 1189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으며 지난해 178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등 화석연료 투자를 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JP모건도 마찬가지다. 겉으론 웨스트버지니아주 결정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지만 뒤에선 다른 입장을 전했다. JP모건 법률고문 스테이시 프리드먼은 마찬가지로 JP모건이 석유, 가스업체에 426억 달러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출처=키움증권]

RBC캐피탈마켓 제라드 캐시디 분석가는 “지난 5년간 ESG 정책과 함께 진자는 왼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제 진자가 (공화당 쪽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지속 가능한 에너지 세계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에 말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한동안 붐이었던 ESG 금융시장이 ‘에너지 가격급등’, ‘금융시장 구조 변화’ 등의 역풍을 맞으면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며 “미국 52개 주 가운데 24개 주에서 ESG나 SEC 기후 관련 공시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다만 ESG가 후퇴했다는 우려에 대해 안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8월 기준으로 ESG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이 작년 제출 건수를 상회했다. 환경 부문과 기후 관련 목표치 설정 등을 미국 기업에서 활발히 도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ESG의 방향성은 후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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