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에너지 전환으로 물가억제?…美 기후법안, 물가효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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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에너지 전환으로 물가억제?…美 기후법안, 물가효과 논쟁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8.1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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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美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통과
역대 최대 규모 기후법안…물가억제효과 의문
기업·가계 에너지 비용 절감 vs 풍선효과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장기적 억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16일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출처=조 바이든 대통령 SNS]

미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후법안이 물가를 억제하는 방안을 두고 각계 의견이 엇갈린다. 기후변화 대응에 예산 3750억 달러(약 680조원)를 편성한 법안명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이다.

법안은 친환경 에너지 설치, 전기차 구매 등에 보조금을 지원해 기업과 가계 에너지 가격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미 에너지 가격은 전년대비 30% 이상 오르며 물가상승 주범으로 꼽힌다. 다만 법안 수혜자들이 다른 부문에서 지출을 늘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가계 에너지 가격부담 완화…미 학계, ”물가저감 효과 없다”


7월 기준 왼쪽부터 차례로 전 품목, 식품, 에너지, 근원지수 연간 상승률. [출처=미 노동부]

바이든 행정부는 기업과 가계가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을 덜어내 물가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에너지품목 가격은 전년 대비 3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품목 물가상승률(CPI)의 3.8배다. 사실상 이번 고물가 사태를 이끈 주범인 셈이다.

이번 법안은 태양광 패널 설치, 전기차 구매비용 등에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여기에 예산 약 3000억 달러를 투입한다. 백악관은 이러한 지원을 통해 미국 내 모든 가구가 연평균 500달러 규모의 에너지비용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물가상승 요인을 손꼽혀왔다. 에너지 전환 등에 따른 기업 측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며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비용이 가격에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가 이를 일부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예산은 대기업 증세를 통해 확보한다. 이를 통해 정부재정은 역으로 보강된다. 일반적으로 증세는 경기수요를 감축해 물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렇게 보조금을 받은 수혜기업이나 가구가 다른 부문에서 지출을 늘리면서 잠재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이런 배경에 펜실베니아대학교 펜왓튼예산모델(PWBM)은 이번 법안이 갖는 물가억제 효과가 제로(‘0’)에 가깝다고 말했다.

PWBM 켄 스메터스 책임 교수는 “법안은 물가를 가중하지도 그렇다고 낮추지도 않는다”라며 “물가에 관한 법안이라기보단 의료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과 탄소를 감축하는 방안에 대한 절충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공급 다변화로 장기 물가대응…녹색 에너지 발전단가, 경쟁력 높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TV 연설에서 발언하는 모습. [출처=President of Russia]

법안은 친환경 에너지 지원을 통해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추구하기도 한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적인 물가를 밀어 올리는 추세다. 러시아가 서방국가에 대응해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단연 유럽연합(EU)이다. 16일 유럽연합(EU)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가격은 메가와트시당 225.91유로까지 올랐다. 전년 말(70유로) 대비 220% 급등했다.

이러한 배경에 각국에선 친환경 에너지를 통한 공급 다변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산 석탄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며 “장기적으로 높은 가스 가격을 피하는 방법은 청정 에너지 미래로의 전환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가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에너지 자립계획 ‘리파워(RePower)EU’를 추진한다. 올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을 90% 감축하고 2027년까지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로 인한 에너지 공백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충당한다.

우르줄라 폰 데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자신의 SNS에 리파워EU 플랜이 EU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올해 말까지 3분의 2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우르줄라 폰 데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SNS]

친환경 에너지 발전단가가 내려가는 점은 이러한 계획을 추진하는 국가에겐 희소식이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체계 전환에 따른 물가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 “태양광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2010년 킬로와트시당 0.417달러에서 2021년 0.048달러로 88% 하락했다”며 “이와 같이 가격 하락에 따라 화석 연료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정 에너지가 장기적으로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정적인 매장량으로 생산비용이 매년 증가하는 석탄에너지와 달리 친환경 에너지는 초기비용 외 운영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BNP파리바 마크 루이스 수석 지속가능성 전략가는 “풍력과 태양열은 본질적으로 디플레이션인 반면 화석연료는 인플레이션”이라며 “지난 10년동안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연료와 정면으로 경쟁하게 된 근본이유는 환경이 아닌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즈(FT)에 말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올해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비용견인(cost-push)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있다”며 “(이 때문에) 금리인상 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하락 시키는 효과를 지속 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및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하여 공급망을 확충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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