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아닌 자율로 온라인 플랫폼 글로벌 경쟁력 높여야”... 경쟁법 전문가들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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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아닌 자율로 온라인 플랫폼 글로벌 경쟁력 높여야”... 경쟁법 전문가들 한 목소리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2.08.19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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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민 교수 “정부의 일률적 만능 규제...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기업에 맞지 않아" 
윤석열 정부, 자율 규제 추진 계획... 학계, "자율규제가 새로운 규제로 변질되면 안돼"
플랫폼 업계 "불합리한 규제 생길까 기업들 우려... 규제당국이 전문가 의견 경청할 필요"
한국경쟁법학회가 '자율규제에 대한 법학적 논의 : 정부규제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학회연합 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의 인사말 모습.[사진=한국경쟁법합회 유튜브 갈무리]
한국경쟁법학회가 '자율규제에 대한 법학적 논의 : 정부규제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학회연합 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의 인사말 모습.[사진=한국경쟁법학회 유튜브 갈무리]

 

국내 주요 경쟁법 전문가들이 "일률적인 만능 규제는 우리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켜 역차별을 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경쟁하는 전자상거래 등 IT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천편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한국경쟁법학회(회장 홍대식)는 ‘자율규제에 대한 법학적 논의' 주제로 학회연합 학술대회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서 경쟁법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의 자율 규제를 실시하고,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후적인 국가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전문가들의 논의에 대해 한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19일 <녹색경제신문>에 "불합리한 규제가 생겨나 산업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이 위축되는 것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크다"며 "경쟁법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규제당국과 입법기관에서 충실히 경청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외 진출 아직 걸음마인 국내 기업 발목 잡는 규제 경계해야


이날 열린 학술대회에서 안정민 한림대 교수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규제 논의가 있지만, 규제는 각 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특수성이란 해외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사업자가 있다는 것이며, 일률적인 규제는 이들에 대한 차별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외 기업들과 경쟁하며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높인 상황에서 각종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많아질 경우, 국내 사업자들을 위축시키고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차별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자상거래업계는 글로벌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주요 예시로 들고 있다. 아마존의 지난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은 40%가 넘고, 전 세계 198국에 3억명이 넘는 고객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 가운데 2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곳은 없는데다 해외 진출도 걸음마 단계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전자상거래 시장 매출은 5조4240억달러(약 6500조원)로 시장 전망이 밝다.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발목 잡을 수 있다”는 불만이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빠른 디지털 시장의 트렌드 속 플랫폼 서비스가 수시로 바뀌는 만큼 일률적인 법안 적용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무법인 ‘린’ 정경호 변호사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을 만들면 서비스가 변경돼 법이 사문화될 수 있다”며 “이러한 경직성을 자율규제가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플랫폼은 다른 여러 사업자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계속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규모에 비례한 규제는 감성적 접근.. '자율 규제'가 오히려 새로운 규제 양산할 수도”


사업자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 무조건 규제를 만들어야 하는 인식도 바꾸자는 의견을 내놨다. 안 교수는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면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감성적인 접근이며 금지를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발전을 장려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너만 잘 되면 안 되니까 비법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줘야 한다”는 식의 낡은 규제 프레임이 여전히 작동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가속화되는 비대면 경제 속에서 디지털 시장의 주요 사업자 독점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움직임이 커졌다. 하지만 규제 입법 법안들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일률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예를 들어 전상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반드시 납품업자의 노출 순서와 방식을 의무적으로 계약서에 정해야 하며, 플랫폼 사업자들이 필요시 노출 알고리즘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IT 플랫폼 업계에선 “자금력 있는 대형 업체들이 상위 노출을 독식할 수 있으며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의 자율 규제를 실시하고,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후적인 국가 규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 마련 없이 플랫폼 사업자들이 막연히 자율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규제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알고리즘 공개도 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논란이었는데, 이를 '자율규제'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율 규제’라는 개념이 공적 규제를 완화해 자율 규제로 전환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공적 규제 대상이 아닌 민간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는 오히려 남용이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해 자율 규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외하는 대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민간 중심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자율규제 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자율분쟁조정기구 설치 ▲자율규약 ▲상생협약 ▲모범계약·약관 마련 등의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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