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노동권 착취 생산품 제재한다"... 식품업계, 공급망 관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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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노동권 착취 생산품 제재한다"... 식품업계, 공급망 관리 강화해야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08.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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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연합(EU) 등 전·후방산업 노동착취 제재 강화
황준석 한국무역협회 연구원 "노동이슈 공급망 리스크 대응 필요"
개도국 농업 비중 높은 만큼 '식품 원재료' 공급망 집중조명
CJ제일제당·농심 등 '지속가능한 공급망' 체계 관리 강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후방산업에 걸친 모든 강제노동 생산품 제재를 본격화한 가운데 한국무역협회가 공급망 점검을 조언하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최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 노동착취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은 만큼 국내 식품업계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픽사베이]

서구 선진국, 전·후방산업 노동문제 관리 강화

최근 인신매매, 성폭행, 강제노역 등 개도국 노동착취 문제가 최대 화두인 가운데 서구 선진국이 칼을 빼 들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서 노동기준과 이행장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는 ‘노동신속대응 메커니즘(Rapid Response Labor Mechanism)을 도입해 강력한 노동자 보호를 규정하고 불이행 기업은 특혜관세를 중지할 방침이다.

EU도 지난 2월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고 역내·외 기업 공급망 내 인권침해 여부에 관한 보고 의무를 부여했다. 완성품뿐 아니라 원부자재를 수급하는 전방위적인 공급업체까지 노동권 착취 문제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EU는 앞으로 미국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법안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EU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자국이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노동권을 침해한 상품에 대한 수입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펼쳐왔다.

이에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4일 ‘노동이슈의 통의제화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내기업도 노동문제 관련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노동조항이 담긴 지역무역협정이 1995년 4개에서 2021년 113개까지 증가한 만큼 인접국가의 노동문제 관련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준석 무협 연구원은 "무역협정이나 국내법을 통해 노동 이슈에 대한 통상 쟁점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법적 의무 이행 점검과 동시에 공급망 리스크 검토와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인니 노동착취 심각, 생산지 등 공급망 관리 필요

서구 선진국이 노동문제 관리 장치를 강화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식품 원자재 공급망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동착취 문제가 심각한 주요 개도국은 노동집약적 농업 비중이 높다. 또 인구 대부분이 농업종사자인 만큼 대부분 노동이슈는 식품 원재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는 노동인구 절반이 농업종사자로 전체 농지 40%에서 팜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팜유 생산지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가 서구사회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AP통신이 말레이시아 1위 팜유 생산업체 ‘사임다비(Sime Darby)’를 포함해 24개 팜유 회사를 조사한 결과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정한 강제노동 지표에 해당하는 다수 사례가 발견됐다. 이에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말레이시아 팜유업체 사임다비, FGV홀딩 등 제품에 대한 미국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인도네시아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엔은 한국기업이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의 아동 인권 침해를 공론화했다. 유엔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농약 및 제초제 분사작업에 아동을 동원하고 할당량을 못 채우면 급여를 삭감했다. 이에 유엔은 한국정부를 상대로 자국 기업에 대한 아동권리 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서구 선진국이 개도국 강제노동에 대한 후방산업 감독까지 강화한 가운데 국내 식품기업들도 공급망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곡물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내 식품기업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식품기업, RSPO 인증 등 공급망 관리 강화

이에 CJ제일제당, 농심 등 국내 식품업체는 원재료 산지부터 생산시설 전반에 걸친 공급망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올해부터 팜오일 협의체(RSPO, 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인증을 받은 업체의 팜 오일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5일 <녹색경제신문>에 “CJ제일제당은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를 위해 G-SRM 등을 운영하며 공급망 윤리, 인권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내용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도 5일 “농심은 환경, 인권, 윤리, 안전 지표 등 공급망 ESG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설명하고 있으며 ESG평가를 기준으로 협력사들을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RSPO 등 글로벌 인증제도는 기업들이 인권 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5일 “RSPO는 사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뢰성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며 “물론 인증제도 자체가 완전히 무효하지 않고 RSPO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관련 인증은 인권문제 조사의 회피 수단이 되기 때문에 글로벌기업들은 공급망 관리를 위한 일종의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실제 싱가폴 식품 가공 업체인 윌마르(Wilmar)는 임금미지급, 아동노동착취, 금지 제초제 사용 등 노동착취 문제로 국제적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윌마르 등이 운영·관리하는 팜유생산 야자농장을 조사한 결과 5곳 중 3곳이 RSPO 인증을 받았다. 또 윌마르의 팜유는 글로벌 기업 9곳에 공급됐는데 이 중 8곳은 RSPO회원으로 ‘지속가능한 팜유’ 사용을 홍보하고 있었다.

국제사회가 ESG경영을 더 강조하는 가운데 개도국 노동착취 문제에 강력한 규제 조치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개도국은 농업과 농업종사자 비중이 높은 만큼 식품부문 노동 리스크는 앞으로 증가할 추세란 분석이다. 이에 국내 식품업체도 전방위적인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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