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주인없는 HMM 주가와 尹 지지율의 묘한 관계...정부가 G리스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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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주인없는 HMM 주가와 尹 지지율의 묘한 관계...정부가 G리스크 제공?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2.08.05 09:24
  •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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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은 국영기업?...조승환 장관 "해진공, 15조원 투자 2026년까지 120만 TEU로"
- 국제 해운사들, 항공·철도·물류기업 인수해 종합물류로 변신...머스크, 코레일과 업무협약 선점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며 올해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전망되는 국적해운사 HMM(대표 김경배)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졌다.

이전 정부에서는 이동걸 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주인 행세를 하더니, 이번 정부들어서는 공기업인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과 정부조직인 해양수산부까지 가세하고 있다. 정작 김경배 HMM 대표이사는 뚜렷한 역할 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HMM 주가 尹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정부가 G리스크 제공했나?

올해들어 HMM의 주가는 묘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HMM의 최근 1년간 주가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금융]
HMM의 최근 1년간 주가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금융]

지난해 주가가 4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추락한 9월 중순 이후 상황은 해진공이 HMM의 영구전환사채(CB) 6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한데 따른 주가 희석분이다. 

당시 시장은 문재인정부 말기의 레임덕 등으로 산은과 해진공이 CB를 전환해 경영성과 평가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까지 불렸고, 산은 회장 연임 이후 이렇다할 실적이 없었기때문에 국제 해상운임 상승으로 경이적인 실적을 올린 HMM을 최대한 이용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HMM 주가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월말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제치고 지지율이 최고치를 찍었다. 

윤 후보가 대선에서 이겨야 '공정과 상식'의 힘으로 HMM이 처한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고 풀이된다. 

그리고 윤 후보가 지지율 재역전에 성공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3월초 HMM의 주가는 큰폭으로 반등하며 3만54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대선에서 이기고도 이전 정부의 공공기관 말뚝박기와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 등에 실망해 4월초 주가는 2만5900원까지 급락했다. 

5월12일 취임식 이후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가 54.1%까지 다시 반등하자 HMM 주가는 5월말께 3만3750원을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당분간 민영화 생각없다"는 발언 이후 공매도가 확대되면서 지난달 중순에는 2만2500원까지 떨어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30%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그 기간중 HMM의 경영실적은 매 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사상최대 기록을 계속 경신했다. 결국, 실적과는 상관없이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잔량의 주식전환 여부와 민간 매각 가능성이 주가를 좌우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밝혀 왔던 '공정과 상식', '민간주도의 경제체제', 그리고 취임사에서도 35번이나 강조했던 '자유'가 실현될 가능성으로 인한 기대치가 주가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사진=윤석열 인스타그램]
윤석열 20대 대통령 [사진=윤석열 인스타그램]

▲HMM은 국영기업?...조승환 장관 "해진공 통해 15조원 투자 2026년까지 120만 TEU로"

최근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HMM 경영자가 할 법한 얘기를 꺼냈다. 

조 장관은 지난달 말 한국경제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한국 해운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해운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호황 이후 닥칠 긴 불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고 성장을 이루는 게 급선무”라며 "해진공 등을 통해 15조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한진해운 파산 직전 양사 합산 선복량(105만TEU)을 넘어서고, 2026년까지 120만TEU로 늘리겠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앞으로 긴 불황이 닥칠지 안 닥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매번 지나치게 보수적인 전망을 했던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더라도 HMM은 올해 11조원, 내년 6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올렸던 9818억원의 영업이익은 창사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대부분의 원양해운사들이 어닝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다.  

만일 조 장관 얘기대로 긴 불황이 닥친다면, 추가적인 십수조원의 혈세 투자는 더욱 이해가 안된다. 

지난해 HMM이 거둔 영업이익과 내년까지 올리게 될 3개년도의 합계 영업이익은 약 25조원이다. 여기에 해진공이 15조원을 더 투자한다면 40조원의 투자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2분기 실적 역시 어닝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 투자여력이 더 확대될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자체 투자여력이 이렇게 많은데 공적자금 회수를 거부하고 굳이 해진공이 HMM에 1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게 조 장관의 얘기다. 

이미 수조원의 국민혈세를 투입한 기업이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데, 공적자금 상환을 하겠다고해도 이를 막고 지분을 늘리고 투자를 늘려 민간 매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해진공과 해수부의 짬자미로 만들겠다는 의혹이 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앞서 지난달 김경배 HMM 대표이사는 향후 15조원을 투자해 벌크선 사업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역할을 찾겠다"고 말해 현재는 제대로 된 역할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양수 해진공 사장도 지난달 설립당시 5조원이었던 자본금 규모를 "2030년까지 20조원으로 늘리겠다"며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김양수 사장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말뚝 기관장이지만, 조 장관과의 사적 친분때문인지 새정부에서 임명한 어떤 기관장보다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HMM 회생을 위해 만든 공공기관이 HMM을 발판 삼아 스스로의 몸집을 불리는 것을 '비전'으로 선포한 셈이다. 

정작 김경배 대표는 역할을 찾아야 하는 신세고, 해수부가 이끄는HMM은 이제 국영기업이 된 모양새다.

민간주도 경제체제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말과는 딴판으로 정부가 주인노릇을 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가늠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그러니, 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늘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달 해진공이  2030비전 선포식을 하는 모습 정태순 회장 등 해운업계 요인들과 기관장들이  함께 했다. [사진=해진공]
지난달 해진공이  2030비전 선포식을 하는 모습 [사진=해진공]

국제 해운사들, 항공·철도·물류기업 인수해 종합물류로 변신...머스크, 코레일과 업무협약 선점

조 장관이 지적한대로 국제 해운사들도 막대한 이익을 올렸고, 이 돈으로 미래 경쟁력 강화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는 항공사를 인수했다. 프랑스의 CMA CGM도 항공사를 인수했다. 

해운은 값이 싸고 대량운송이 가능하지만, 수급 조절이 원활하지 못해 불황을 겪는 상황이 반복됐다. 항공사를 인수하면 이같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물류망 확보를 통해 화주에 대한 영업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물류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히, 선복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종합물류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물류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내년에 반환되는 의왕ICD(내륙 컨테이너 통관 기지)를 노린 것이라고 물류전문가는 지적했다. 

구교훈(물류학 박사)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부 교수는 "30년만에 반환되는 의왕ICD는 한국 수출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거점"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만에 하나라도 머스크가 코레일과의 협약을 통해 화물 물류 운영권을 장악한다면, 이는 수출이라는 한국경제의 목숨줄을 외국 기업에 내맡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HMM의 경영권이 해수부나 해진공에 있다면, 항공회사 인수나 철도물류 활성화 혹은, 내륙 물류기지와의 연계 운송 등은 꿈도 꾸기 어렵다. 해수부나 해진공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바다라는 공간적 제한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물류경쟁력 하락을 의미한다. 화주에게 중요한 것은 공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의 이동이기 때문이다. 

해수부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운진출을 막고, HMM을 해운기업에 매각하겠다는 언급도 결국은 해수부와 해진공, 해운협회 등 기득권 카르텔의 과도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일임을 윤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간파해 수출기업들의 물류 경쟁력을 보호해야 한다. 

HMM 주가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연동하는 이유는 자기 밥그를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는 해수부나 해진공을 통제하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 힘을 가진 주체가 결국 윤 대통령이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관심이 있는 몇 안되는 정부기관 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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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롸이더2 2022-08-11 14:28:29
정부는 이런 기사 좀 정독하라.
눈과 귀를 열어라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난나 2022-08-08 00:21:44
정부는 hmm의 빠른 매각 및 민영화 추진 해야학니다.

김기홍 2022-08-06 17:28:27
진정한 펜하나로 애국하시는 김의철 기자이십니다.
정치인들 보고 배워라.

김병도 2022-08-06 17:14:47
국내외의 환경과 미시적 거시적 관점으로 360도 분석하고 정치적 관점까지 연계시킨 탁월한 기사입니다.
최소한 국회나 경제수장으로 모셔야 할분입니다...

이우재 2022-08-06 13:55:03
제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길. 그 포문을 hmm이 매각을 신호탄으로 쏘아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