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대한통운·택배노조 갈등은 왜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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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J대한통운·택배노조 갈등은 왜 반복될까?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2.07.0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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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CJ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재판 예정
원청 CJ대한통운 본사 '사용자성' 여부 판단 쟁점
서울 중구 소재 CJ대한통운 본사
[사진=이용준 기자]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이 끝난지 4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이슈도 잊을만 하면 재발돼 업계와 정치권의 최대 쟁점이 된다. 택배노조 파업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CJ대한통운은 법적 대응으로 맞선다. 결국 정치권이 경찰력을 동원하면 CJ대한통운 하청인 대리점과 ‘합의문’을 체결한 후 사건은 일단락된다. 며칠 후 곧바로 ‘합의문 위반’ 이슈가 터지고 노조는 다시 농성과 부분파업을 반복한다. 그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전방위적인 산업계의 몫이 된다.

끝 없는 CJ대한통운 노사갈등

반복되는 CJ대한통운 노사갈등의 근원에는 원하청관계 문제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있다. 양측 갈등이 곯아 터지면 언제나 입장은 양극단을 달린다. 택배노조는 원청인 CJ대한통운 본사의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다. 반면 CJ대한통운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 택배노동자와 단체교섭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만날 수 없으니 대화가 안 되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다.

양측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두고 엇갈린 가운데 대리점과 노조의 갈등, 일명 ‘을(乙)과 을의 싸움’은 악화된다. 이에 본사의 의지가 없다면 갈등 봉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근로환경 원인으로 지목된 ‘부속합의서’ 문제는 대리점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다. 택배노동자의 계약상 사용자는 대리점이지만 표준계약서 수정은 원청의 결정이 필요하다.

이에 택배노조 측은 지난해 6월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이 직접 노조와 합의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판단을 근거로 CJ대한통운을 압박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실제 택배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방식을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질적 지배력 행사vs근로계약 관계 아냐

CJ대한통운 측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3일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양측은 공방전을 펼쳤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오는 8월 25일 다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이 이번 갈등의 최대 변수가 된 셈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중노위가 ‘사용자성’ 범위를 무리하게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측이 응해야 하는 노조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에 한정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단체교섭상 사용자는 근로계약상 사용자와 동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CJ대한통운은 현행법 상 ‘중첩적 사용자’를 인정하는 법리적 근거가 없다며 원청이 택배노조와 노사관계를 갖게 되면 하청의 기업자유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원청의 개입은 하청의 노무관리 독자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사회경제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논리다. 요컨대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 명시적인 계약관계가 아닐뿐더러 대리점의 노무관리상 독립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단체교섭 의무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은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의 업무방식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실질적인 지배·결정자라는 입장이다. 대리점은 CJ대한통운 측이 마련한 형식적인 위수탁계약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노무대행자에 불과하므로 원청이 단체교섭의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노조법은 근로기준법과 달리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성’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 명시적계약 관계는 물론, 설령 묵시적 계약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책임이 있다는 판례도 있다.(2007두8881, 2021라20085 판결 등)

한편 택배노조 측 주장이 중노위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근로자들의 근무방식이 사실상 원청의 지휘·통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들의 터미널 도착예정시간을 통보하기 때문에 작업방식은 근로자 자체 조정 및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설명. 또 당일배송이 원칙이라 근로자들 스스로 근무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며 이는 ‘개인사업자’라 보기 어렵고 명백히 종속적 관계라는 것이다.

또 운송수수료는 대리점이 지급하지만 근거가 되는 급지수수료 조정은 CJ대한통운이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원청이 근로자 소득을 주관하는 실질적인 결정자란 주장이다. 요컨대 중노위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은 택배근로자의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개입하는 실질적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설 의무가 있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중노위는 재판부에 소위 법인격부인론에 의거해 CJ대한통운의 택배노조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심리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편 CJ대한통운 측은 오는 8월 열린 재판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구체적으로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부 결정이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측 갈등의 실마리를 제공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의무 당사자가 돼도 창구단일화 제도가 협상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한다. CJ대한통운은 정규직과 직계약 택배노동자 노조가 있다. 따라서 교섭창구가 단일화되면 간접고용 단체교섭은 최종적으로 힘을 잃을 것이란 주장이다. 원하청관계 문제는 비단 CJ대한통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재판부 판단이 산업계 전방위적인 사용자성 범위 인정 쟁점에도 영향을 줄지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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