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도입하는 디즈니, 구조조정 나선 넷플릭스 … 티빙·웨이브 등 국내 OTT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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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도입하는 디즈니, 구조조정 나선 넷플릭스 … 티빙·웨이브 등 국내 OTT 영향은?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5.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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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디즈니플러스에 광고 포함된 요금제 도입 추진
넷플릭스, 150명 직원 해고하며 구조조정 나서
광고 요금제·라이브 스트리밍·게임 등 다양한 대안 제시
“국내 OTT도 영향 주시해야”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사진 제공=디즈니플러스]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사진 제공=디즈니플러스]

미국 OTT 업계가 생존을 위해 고심하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디즈니는 광고에 소극적이었던 전통을 깨고 광고 요금제 도입을 예고했고, 넷플릭스는 대량 해고를 통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외에도 생방송 형태의 라이브 스트리밍, 게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근본적으로 OTT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들 OTT가 세계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콘텐츠 업계도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디즈니플러스, 실적 발표하며 ‘광고 요금제’ 예고
“OTT 시장 포화” vs. “자연스러운 변화”

미국 매체 더스트리트(The Street)에 따르면, 최근 디즈니 실적 발표에서 밥 차펙 CEO는 자사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에 광고가 있는 대신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수익을 늘리고 콘텐츠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가 있는 대신 더욱 저렴한 요금제를 신설해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다.

디즈니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콘텐츠를 많이 제작하며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를 유지해온 만큼 광고에 대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광고의 종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채널에서는 광고를 아예 하지 않기도 했다. 이러한 성향을 고려할 때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이번 조치는 다소 파격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물론 차펙 CEO는 알코올이나 정치 등 몇몇 분야의 광고는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미취학 아동을 겨냥한 콘텐츠에는 광고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긍정적인 목표를 제시했음에도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이번 조치가 OTT 시장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며 일상 회복이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자 OTT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콘텐츠 제작 비용이 점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업이 초기 단계를 벗어나며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보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느 사업이든 초기에는 홍보를 위해서라도 낮은 가격과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을 끌어들이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비용 회수와 적자 보전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가격을 올리게 된다”고 설명하며 “OTT도 그 시기를 지나고 있을 뿐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로고 [사진 제공=넷플릭스]

직원 대량 해고하며 구조조정 나선 넷플릭스 … 광고·라이브 스트리밍·게임 검토

BBC는 18일 “넷플릭스가 10년 만에 구독자 감소를 겪은 직후 직원 150명을 해고하며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 측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조직을 대상으로 한다.

넷플릭스는 “수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구독자 감소와 비용 증가로 순수익 감소가 우려되자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해고된 150명은 넷플릭스 전체 직원 중 2%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측은 이들의 업무나 소속 부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LA타임즈는 “채용과 홍보 등 관리 부문은 물론 콘텐츠 제작 부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가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있었던 구독자 감소의 충격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4월 넷플릭스는 2022년 1사분기 20만 명의 구독자를 잃었다고 밝히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구독자 감소를 경험했음을 알렸다. 더구나 2사분기 200만 명의 구독자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는 예측이 나오며 넷플릭스 주가는 35% 이상 폭락했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지역에서의 서비스가 중단되며 70만 명의 구독자를 잃게 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최근 몇 년간 HBO(HBO맥스), 디즈니(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경쟁 플랫폼들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구조적인 문제를 겪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초기에 완전히 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한국만 해도 다양한 OTT 서비스가 경쟁 중이다”라고 짚으며 “수익 감소와 비용 증가 모두 넷플릭스에 묵과하기 힘든 어려움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구독자 감소를 겪으며 기존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온 다양한 변화들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계정 공유 문제다. 여러 명이 계정을 공유하며 요금을 나눠 내고, 이러한 거래를 위한 시장까지 형성되자 수익 보전을 위해 이러한 계정 공유를 금지하거나 추가 요금을 받는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생방송 형식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도입해 이에 적합한 쇼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클라우드 스트리밍을 통한 게임 서비스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문제가 넷플릭스만의 과제가 아닌 만큼 디즈니 등 다른 OTT 플랫폼들도 넷플릭스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디즈니플러스가 이번에 예고한 광고 요금제 역시 넷플릭스가 지난달 먼저 언급한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변화를 이르면 2023년께 도입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OTT 시장 미래는? “국내 OTT도 예의주시해야”

이러한 글로벌 OTT 플랫폼들의 생존 경쟁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들 역시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브(wavve) 모회사인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TVING)도 올해에만 2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왓챠(WATCHA)도 올해 2월 상장 계획을 밝히며 향후 몇 년간 수천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KT(시즌), 쿠팡(쿠팡플레이) 등 후발주자들도 앞다퉈 투자와 콘텐츠 개발 소식을 알리는 등 몸집을 키우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내 OTT의 성적은 낙관적인 전망을 망설이게 한다. 올해 2월 기준 월 순수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 1245만명, 웨이브 489만명, 티빙 407만명, 왓챠 128만명이다.  웨이브, 티빙, 왓챠를 모두 합쳐도 넷플릭스 이용자 수에 못 미친다. 

매출 측면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국내 OTT 상위 3사의 지난해 매출 총액은 4324억원으로 6316억원의 매출을 올린 넷플릭스의 70%를 밑돌았다. 각 회사의 매출은 웨이브 2301억원, 티빙 1315억원, 왓챠 708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냉정하게 말해 글로벌 경쟁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고전하는 국내 OTT 업계를 돕기 위해 정부도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세액 공제와 OTT 자체 등급제 등을 약속하며 업계의 요청에 화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전문가는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현재 국내 OTT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를 자랑하는 데도 비관적인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OTT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며 “잘 나가던 넷플릭스도 벽에 부딪혔는데 따라가는 국내 OTT만 낙관적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투자 액수로만 승부하려 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승리하는 것은 내실있는 콘텐츠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업계 선두주자들이 OTT 시장의 벽을 실감하며 변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가운데, 국내 OTT 플랫폼들 역시 선제적으로 어려움에 대비해 혁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가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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